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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상남도 진주의료원 주민투표운동본부는 청구서명부를 경남도청에 제출하기 위해, 8일 오전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고, 박석용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진주의료원지부장이 서명부를 들고 서 있다.
 경상남도 진주의료원 주민투표운동본부는 청구서명부를 경남도청에 제출하기 위해, 8일 오전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고, 박석용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진주의료원지부장이 서명부를 들고 서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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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창원중부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치고 나오는 박석용(47)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진주의료원 지부장을 만났다. 그는 이날 홍준표 지사가 폐업한 진주의료원에 '음압시설'이 있었는지를 따지는 고소사건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박 지부장은 2012년 12월 보궐선거에서 당선했던 홍 지사가 2013년 2월 26일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2013년 5월 폐업)을 세웠을 때부터 지금까지 2년6개월째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위해 싸우고 있다.

박 지부장은 그동안 진주의료원 문을 다시 열자며 경남도청과 보건복지부 앞에서 농성도 하고 경남도청 옥상 철탑에 올라기도 했다. 이 같은 투쟁으로 인해 박 지부장은 집시법 위반과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되어 지금도 법원에 들락거리며 재판을 받고 있다.

경남도가 폐업한 진주의료원 건물을 고쳐 '경남도청 서부청사'를 세우기로 한 가운데, 지난 3일 '서부청사 기공식'이 열렸고 2016년 1월 1일 '개청식'이 열릴 예정이다. 그러나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바라는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경상남도 진주의료원 주민투표운동본부'가 지난 9일 지역 유권자 5%(13만)보다 많은 14만 4000명의 서명부를 경남도에 제출했다.

경남도는 현재 서명부에 대해 심의를 벌이고 있으며, 조만간 주민투표 시행 여부를 결정지을 예정이다. 그러나 홍준표 지사가 앞서 진주의료원 재개원 주민투표 성사요건이 되더라도 실시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어,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진주의료원 재개원 투쟁, 끝난 게 아니다"

 8일 최세현 경상남도 진주의료원 주민투표운동본부 공동대표 등 관계자들이 청구서명부가 든 상자를 쌓아 놓고 경남도청 2층에 있는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건물 2층 복도가 막혀 있어 같은 층에 있는 행정과에 전달하기 위해 계단을 내려와 1층 복도를 통해 이동했다.
 8일 최세현 경상남도 진주의료원 주민투표운동본부 공동대표 등 관계자들이 청구서명부가 든 상자를 쌓아 놓고 경남도청 2층에 있는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건물 2층 복도가 막혀 있어 같은 층에 있는 행정과에 전달하기 위해 계단을 내려와 1층 복도를 통해 이동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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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박석용 지부장은 "진주의료원은 끝난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부청사 기공식을 진주의료원에서 열었다고 하더라도 그 꿈을 놓지 않을 것이라 다짐했다. 다음은 경찰 조사를 마치고 나온 박석용 지부장과 나눈 대화다.

- 경찰 조사는 왜 받은 것인가.
"최근 메르스 사태 속에, 진주의료원에 음압시설이 있었느냐, 없었느냐 하는 주장이 있었다. 경남도는 없었다고, 주민투표운동본부는 있었다면서 서로 명예훼손 맞고소를 했다. 어제 경찰이 질병관리본부 관계자와 함께 진주의료원 조사를 한 것 같은데, 그 결과가 보름 뒤에 나오는 모양이다. 우리는 진주의료원 2층 중환자실 안에 헤파필터가 있어 음압시설이 있었다고 했다. 경찰 조사 결과는 기다려 봐야 한다."

- 진주의료원 재개원 주민투표 서명받느라 힘들었을 것 같다.
"힘들었다. 2014년 12월 31일부터 지난 6월 28일까지 서명을 받았다. 주민투표로 진주의료원 재개원 여부를 결정짓자고 도민들한테 설명했는데, 그 과정에서 많이 힘들었다. 특히 그동안 경남도에서 했던 주장을 믿는 도민들이 많았다. 가령 강성귀족노조라거나 적자 등이 각인되어 있었다. 어떤 분들은 서부청사가 들어서면 진주의료원은 끝난 거 아니냐고 하더라. 그래도 설득해 가면서 한 분 한 분의 서명을 받았다."

- '강성귀족노조'라거나 '적자'라고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설득한 것인가?
"간단하지 않나. 2013년 국회에서 한 달 넘게 진주의료원 문제를 두고 국정조사를 했다. 그 결과 우리는 강성귀족노조도 아니고, 적자도 공공의료를 위한 '착한적자'라고 밝혀졌다. 결국 국회가 '1개월 내 재개원 보고하라'고까지 했다. 폐업이 잘못됐다고 한 거 아니냐. 그런데 홍 지사는 국회 권고를 지키지 않았다. 홍 지사는 국회까지 무시했으니 '불통'이라고 했다."

- 진주의료원 문제가 끝났다고 주장하는 사람에게는 어떤 말을 했나.
"끝난 게 아니다. 주민투표 청구 대표자 증명서 교부 신청도 2013년 7월에 했는데, 홍 지사가 거부하지 않았나. 그래서 법원 소송이 진행되었고 1년 6개월만인 지난해 12월 대법원 판결이 났다. 시간 끌기를 한 것이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주민투표를 해서 재개원하자는 사람들이 많으면 그렇게 할 수 있는 거 아니냐."

- 그래도 서명하지 않는 사람들은 있었을 거 같은데.
"아무리 설득해도 서명을 하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할 수 없는 거 아니냐. 잘못 알고 있기에 설명을 해드리려고 하는데 어떤 사람이 '내가 너희들 한테 왜 가르침을 받느냐'고 하더라. 자기 생각대로만 한다고 하던데, 그런 분들은 어떻게 설득하겠나. '그렇게 하세요'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 주민투표 서명부를 경남도에 제출했고 지금은 심의 과정에 있는데, 무효 서명이 많아 법적 요건인 5%를 채우지 못한다면?
"그럴 가능성은 없을 것이다. 법적으로 13만 3000명 정도 받으면 되는데, 그보다 훨씬 많은 14만 4000명 이상의 서명부를 제출했다. 실제로 받은 숫자는 15만명이 넘는데 자체적으로 검증하는 과정에서 1만부 가량 버리고, 문제될 게 없는 명부만 골라 제출했다. 설사, 일부 서명자가 부족하게 적었다고 하더라도 주민투표를 바라는 도민들의 열망을 꺾어서는 안 된다. 도민들이 볼펜으로 적은 그 뜻을 경남도가 귀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잘못된 서명부가 있다면 보증작업을 거칠 수 있기에 크게 문제될 게 없다고 본다."

- 홍준표 지사는 이전에 '주민투표 성사 요건이 되더라도 실시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렇게 되면 법적으로 다시 소송에 들어갈 수 있다. 소송을 하면서 한 편에서는 주민소환 추진에 적극 동참할 것이다. 무상급식 중단에 대해 학부모들이 홍 지사의 주민소환을 추진하고 있다. 홍 지사를 주민소환해서 의료원도 재개원하고 무상급식도 원상회복 할 수 있어야 한다."

- 경남도가 지난 3일 진주의료원 자리에서 서부청사 기공식을 열었는데.
"진주의료원이 지금의 자리에 재개원하면 좋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공공병원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다들 하고 있다. 경남도에서 부지를 새로 마련해 건물을 지으면 된다. 진주에 있는 경상대병원은 3차 의료기관이다. 진주의료원은 2차 의료기관이었는데, 서민들이 편하게 갈 수 있는 공공병원은 꼭 필요하다."

"메르스 사태 때 진주의료원 필요성 인식 확산됐다"

 경남도청이 폐업한 진주의료원을 리모델링해 '경남도청 서부청사'로 활용하기로 하고 3일 오후 기공식을 열자, 경상남도진주의료원 주민투표운동본부는 이날 진주의료원 앞에서  '공공의료 확충, 진주의료원 서부청사 활용 규탄 집회'를 열었다.
 경남도청이 폐업한 진주의료원을 리모델링해 '경남도청 서부청사'로 활용하기로 하고 3일 오후 기공식을 열자, 경상남도진주의료원 주민투표운동본부는 이날 진주의료원 앞에서 '공공의료 확충, 진주의료원 서부청사 활용 규탄 집회'를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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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는 진주의료원이 재개원 할 수 있다고 보나.
"그렇다. 주민소환으로 홍준표 지사가 지금의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새로 도지사가 들어선다면 된다고 한다.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에서도 진주의료원 재개원 여론을 확산시켜 나갈 것이다. 경기도 성남의 경우 10년만에 의료원을 개원한다. 이번 메르스 사태 때 진주의료원 같은 공공병원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더 확산되었다. 도민들의 여론에 힘입어 계속해서 재개원 투쟁을 해 나갈 것이다."

- 조합원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
"일부만 남아서 주민투표 서명운동을 벌였고, 재개원 투쟁을 벌이고 있다. 생계 문제가 있다보니 상당수는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하고, 일부는 재취업을 했다. 조합원들은 틈나는 대로 연락하면서 서로한테 힘을 주고 있다. 저를 포함해 몇 명은 보건의료노조와 각 지역본부에서 나오는 지원금을 받아 교통비에 쓰기도 한다. 그야말로 최저생계비 수준이다."

- 그동안 투쟁으로 사법 처리된 적도 있을 텐데.
"많다. 거의 대부분 병합되어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전체가 몇 건인지도 모를 정도다. 경남도청과 도의회 앞 집회부터 시작해서 경남도청 옥상 철탑농성을 벌였다. 홍 지사 그림자 시위도 했다. 집시법 위반과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이다. 재판이 끝난 사람들도 있는데, 그들은 대부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투쟁하면서 경찰 조사도 받고, 재판도 받고 벌금도 내야 하는 처지가 되었지만 우리 주장은 정당하기에 계속 할 수밖에 없다.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위해서 말이다."

- 최근 사천지역에서 '도립사천의료원' 건립 추진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아는데.
"<뉴스사천>에서 그런 보도를 한 것으로 안다. 얼마 전 메르스 의심자가 사천에서 나왔는데, 그 사람이 양산 부산대병원까지 간 모양이다. 진주의료원이 없었기에 양산까지 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처음에는 양산에서 그 사람을 받지 않으려고 한 것으로 안다. 진주를 비롯한 서부경남에 공공병원이 꼭 필요하다. 진주에서 하지 않으니까 사천에서 하자는 여론이 있는 모양이다. 마찬가지로 진주의료원은 반드시 재개원되어야 한다."

○ 편집ㅣ최유진 기자



#진주의료원#주민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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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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