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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행명 산문집 <인생의 연금술> 표지
 제행명 산문집 <인생의 연금술> 표지
ⓒ 제행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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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행명 산문집 <인생의 연금술>이 출간되었다. 저자의 세 번째 저서다. 대개의 수필가들이 흔히 내걸듯 '수필집'이라는 표제를 달고 있는 <웃음이 눈물꽃 되어>가 첫 번째 저서이고, '대구 중구 생애사 열전 26'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대구 중구에 빠진 행복의 강물>이 두 번째 저서다.

두 저서를 읽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임의로 말할 수는 없지만 첫 번째 저서는 말 그래도 수필집일 것이고, 두 번째 저서는 누군가의 전기일 것이다.

세 번째 저서가 '산문집'이라는 표제를 달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산문이라면 운문의 대척점에 있다는 뜻이니 이 책은 운 또는 율이 없는 글을 모은 책이다.

그렇다면 수필만이 아니라 소설, 희곡 등 운문이 아닌 다른 갈래의 문학적 글들도 실려 있는 게 아닐까 지레짐작하기가 쉽다.

하지만 그런 것은 아니다. 소설과 희곡은 실려 있지 않다. 문학을 시, 소설, 수필, 희곡, 문학평론으로 일반적으로 나눌 때의 수필만 실려 있다. 그렇다면 수필집이라고 하지 굳이 산문집이라고 한 이유는 무엇일까? 대개의 수필가들처럼 그냥 수필집이라고 하는 것이 무난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필자는 저자의 생각이 옳다고 본다. 시, 소설, 수필, 희곡, 문학평론으로 분류하는 것은 이제 시대에 맞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태초에 시가 있었고, 나머지 것들은 그 뒤에 태어났다.

그런 점에서 시는 문학의 본령이기는 하나 이제는 노래에 빼앗긴 자리를 되찾을 수 있는 가능성이 전무하므로 다시 전성기를 맞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쨌든 세상이 복잡해지면서 시 아닌 것들이 출현했는데, 그것이 대략 수필이다. 말하자면 문학평론은 서양식 분류를 따르다 보니 독립 갈래인 양 다뤄졌을 뿐 처음부터 수필의 일부였고, 소설과 희곡은 수필의 변형이라는 뜻이다.

수필의 시대가 왔다?

"수필의 시대가 왔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필자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수필의 시대가 온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수필의 시대였다. 조선 시대 과거 시험 답안지도 수필이었고, <삼국사기>나 <삼국유사> 등도 문학의 갈래에 집어넣으면 다 수필이다. 한자어 수필을 '붓 가는 대로'라고 옮기면서 아무렇게나 써도 되는 글인 양 호도되는 바람에 수필이 소설과 희곡보다 낮은 단계의 글인 것처럼 오인되었을 뿐이다.

저자는 말 그대로 산문집을 보여준다. "수필의 시대가 왔다"는 말이 가진 함축성을 책 속에 잘 담고 있다는 뜻이다. "수필의 시대가 왔다"는 말은 시대정신을 반영하기에 가장 적합한 갈래가 수필이라는 뜻이고, 그 말은 뒤집으면 시대 자체가 시, 소설, 희곡에 담기에는 뭔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수필의 시대는 왜 왔을까? 시는 세상을 주관적으로 해석한 작가의 운문이고, 소설과 희곡은 세상을 객관적으로 해석한 작가의 산문이다. 그에 견주면 수필은 세상을 주관적으로 해석한 작가의 산문이다. 현대사회는 파편화된 개인 중심의 시대이면서 동시에 논리적 사회이므로 각 개체들이 느끼고 이해한 것을 글로 표현하기에는 수필이 가장 적합하다. 시는 아니다. 산업화를 거치면서 잠시 소설과 희곡의 시대가 도래한 듯 보였으나 본래대로 수필의 시대로 돌아간 것일 뿐이다.

팔공산의 여름
 팔공산의 여름
ⓒ 정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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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경력으로 그 자신이 수필가라기보다는 산문가임을 증명해준다. 새교육공동체위원회 정책리포터, 국가인권위원회 노인인권지킴이, 대구지방법원 시민사법모니터, 대구문화재지킴이 기획위원장, 대구문화 해설사 등이 바로 그들이다. 저자의 글이 단순히 사적 수필에 머물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을 안겨주는 경력들이다.

역시 책의 목차는 '팔공산의 토테미즘', '자랑스럽던 프리미어 라운지 자원 봉사', '디지털 시대의 학교', '독도를 지킨 인물', '지정학적 균형자 한국', '아름다운 다도해의 연안 습지', '남녘의 문향 장흥', '기회의 땅 뉴욕', '낙동강의 평화 제전', '향촌동 예술인 골목', '새롭게 느끼는 선암선열공원', '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경상감영공원', '이공제', '달성공원', '문화재를 보는 안목', '진골목 스토리 텔', '가고 싶은 대가야', '대구의 진산 팔공산', '대구포럼에 바라는 기대', '고령사회의 노후 설계', '인권 지킴이 단상', '송림사의 문화재를 더듬어보며' 등 제목만 보아도 단순 수필이 아니라 산문정신이 펄펄 살아 있는 글들이 책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저자는 '팔공산의 토테미즘'을 통해 "이민족의 종교로 인하여 우리 토속 신앙이 설자리를 잃은 것은 심히 안타까운 일"이라고 탄식한다. '대구의 진산 팔공산'을 통해서는 "팔공산은 나라의 기도처일 뿐 아니라 군사상 천혜의 요새로 임진왜란 때는 승병의 지휘 본부로. 6.25 때는 공산군을 막아준 성벽 역할을 한 곳"이었는데 "휴일이면 베낭을 메고 곧장 다니면서도 누가 (팔공산에 대해) 물으면 문화유적에 대해서도 솔직히 잘 모르니 부끄럽다"고 할 수밖에 없는 곳이 되고 말았다고 탄식한다.

"내 글이 독자들에게 행복을 선사할 수 있기를!"

저자는 또 '새롭게 느끼는 신암 선열 공원'을 통해 "대구 시민 몇%가 이곳 선열공원을 알고 있는지 궁금하기 그지 없다"면서 "역사는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한다. 이 역사의 체험 현장에서 우리의 동량들을 키우는 데 진력해야겠다"고 말한다.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을 통해서는 "(국채보상운동은) IMF파동 금융 위기시 금모으기 운동의 효시가 되었다. 그런데도 대구 시민들의 너무나 무덤덤하고 무관심한 성정은 이 운동의 중요성을 모른 채 지내오다가 국채보상운동 100주년이 되는 2007년에야 국가적으로 이 운동의 의미가 확산되어 기념공원을 설치하게 되었다"고 회고한다.

단순 수필집이 아닌, 산문집이라는 이름을 달아 전혀 모자람이 없는 저서를 낸 제행명 작가는 '책 머리에'를 통해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면서 여행, 자원봉사, 노인 인권 활동을 하면서 기록하였던 흔적'을 책으로 묶었다면서 "작가는 인생의 연금술사이다. 나의 글이 책꽂이에 묻혀 있는 글이 아니라 읽은 이에게 행복을 선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제행명 산문집 <인생의 연금술>, 북랜드, 2015년 6월 30일 발간, 252쪽, 1만2천 원.



인생의 연금술 - 제행명 산문집

제행명 지음, 북랜드(2015)


태그:#제행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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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한인애국단><의열단><대한광복회><딸아, 울지 마라><백령도> 등과 역사기행서 <전국 임진왜란 유적 답사여행 총서(전 10권)>, <대구 독립운동유적 100곳 답사여행(2019 대구시 선정 '올해의 책')>, <삼국사기로 떠나는 경주여행>,<김유신과 떠나는 삼국여행> 등을 저술했고, 대구시 교육위원, 중고교 교사와 대학강사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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