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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에 아름다운 이야기가 정말 많구나. 책방지기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직업이라고 믿는 조경국이 경남 진주에 동네헌책방 '소소책방'을 내고, 거기서 일어나거나 고민했던 것들을 책으로 펴냈다.

<소소책방일지>(소소문고 간)라는 책이다. 책방지기는 어떻게 해서 책방을 열게 되었고, 2013년 11월 11일 문을 연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정리해 놓았다. 또 책방지기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알 수 있다.

책방지기는 보물같은 책을 팔기도 하고 사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책을 팔 때보다 살 때 더 행복을 느낍니다"며 "상허 이태준을 좋아해 그의 책 <무서록>에 실린 '책은 한껏 아름다워라, 그대는 인공으로 된 모든 문화물 가운데 꽃이요 천사요 또한 제왕이기 때문'이라는 문장을 외웁니다"고 했다.

 경남 진주 동네헌책방 '소소책방'이 펴낸 책.
경남 진주 동네헌책방 '소소책방'이 펴낸 책. ⓒ 윤성효

'책방일지'는 책방지기가 헌책방을 열면서부터 페이스북과 홈페이지에 올린 일지이고 올해 1~5월 사이 쓴 글만 추려 모아 책으로 낸 것이다. 책방지기는 책방 문을 닫을 때까지 책을 부정기적으로 꾸준히 낼 생각이라는데, 지금은 한 해 네 차례 출간을 계획하고 있다.

책방일지를 쓰는 이유에 대해, 그는 "책방의 현재를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지난 시절 즐거이 다녔던 책방들이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는 것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습니다, 진주 중앙서점, 문화서점, 지리산, 송강서점…. 그 외 사라진 많은 책방들이 지금도 마음 한 구석을 채우고 있습니다"며 "사라지기 전에 한 줄, 사진 한 장이라도 남겨두었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책방일지는 사랑했던 책방과 책을 위한 송가(頌歌)이기도 합니다"고 밝혔다.

"을미년 양띠해라 '독서망양(讀書亡羊)' 고사가 떠오르군요. <장자> '번무' 편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글을 읽는 데 정신이 팔려 양을 잃는다는 고사입니다. 이 고사는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 정작 중요한 것을 소홀히 한다는 부정적인 예로 흔히 쓰는 옛말이지만 책방지기 입장에선 그 양치기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삶에는 끝이 있지만 앎에는 끝이 없다"

<오마이뉴스> 편집부 기자로 있으면서 한때 서울 생활했던 그는 "예전 직장에 다닐 때는 책 살 돈을 따로 떼어 놓았습니다. 번 돈의 1할을 책값으로 쓴다는 식이었죠. 새 책 헌책 가리지 않았지만 주머니가 가벼웠던지라 주로 신촌, 홍대 근처 헌책방을 돌아다니길 좋아했습니다"며 "월급날이면 여러 헌책방을 한 바퀴 돌고 양손 가득 책을 들고선 집으로 돌아가곤 했습니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독서가 삶의 즐거움이라 했고, '삶에는 끝이 있지만 앎에는 끝이 없다'고도 하면서 독서에 관한 자기 생각을 풀어놓았다.

"책을 읽는 목적은 지식을 채우기 위한 것보다 삶의 즐거움을 찾기 위한 것입니다. 물론 학교를 다니는 시기에는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쌓기 위해서 책을 읽는 경우도 있습니다. 누군가에겐 더 진지한 목적도 존재하겠죠. 하지만 저에게 독서란 유락(愉樂)을 위한 것입니다. 책 이외에도 즐거움을 누리기 위한 물건들은 너무나 많지만, 값어치로 따지면 아무래도 책읽기가 최고입니다."

"새해가 되면 '올해는 책 좀 읽어야겠다' 다짐하죠. 하지만 다짐을 지키기란 쉽지 않습니다. 특히 완전히 책을 손놓았던 분들이라면 더더욱 종이에 박힌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결국 작심삼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몇 권을 읽을까 정해놓고 독서를 하는 것보단 어떤 것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해야겠다 마음 먹고 그와 관련된 책을 사보는 것이 어떨까요."

"제가 보기에 아이들이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도서관이나 책방에 부모님과 함께 가는 겁니다. 절대 아이들에게 '강권'하지 마십시오. 아이들이 스스로 읽을 책을 고르도록 두는 것이 좋습니다. 집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엄마 아빠가 자연스레 책을 읽는다면 아이들도 그리 따라 하기 쉬울 겁니다. … 아이들에겐 책보다 스마트폰과 컴퓨터가 훨씬 재밌고 친한데 부모가 책 읽으라 다그쳐봐야 소용 없습니다. 억지로 읽는 책은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키기 쉽습니다."

'필사(筆寫)'의 즐거움도 강조해 놓았다. 좋은 문장이 있으면 공책에 옮겨쓰기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그는 "필사는 독서의 방법 중에서도 가장 더디지만 그만한 매력이 있습니다"며 "많은 책을 빠르게 읽는 것보다 마음에 와 닿는 책 한 권을 정성들여 느리게 읽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고 했다.

독서를 위해서는 '저녁이 있는 삶'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경국은 "독서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단순한 삶"이라며 "특히 '저녁이 있는 삶'이랴말로 독서의 전제조건이고요, 일하는 낮에 책 읽는 시간을 낸다는 것은 무리고 집으로 돌아와 느긋하게 책을 펼 수 있는 삶을 찾는다는 게 요즘 같은 시대엔 참 어렵습니다, 주변을 돌아봐도 바쁘게 사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고 했다.

책으로 사람을 읽는단다. 책방지기는 손님이 주문하거나 구입해 가는 책을 보고 직업이 뭔지도 대충 안다는 것. 또 그는 이전에는 서점에서 책갈피도 끼워주고 책껍질을 싸주기도 했는데 요즘은 그런 곳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했다. 조경국은 '중2' 딸한테 책갈피 그림을 그리도록 한 사연도 책에 써놓았다.

책방지기가 가장 하기 싫은 말은 '그 책 없습니다'란다. 그는 헌책방에서 책을 찾는 손님 유형을 크게 두 가지라 했다.

"첫째는 새 책 사는 비용을 아끼기 위한 손님과 '그 책'을 꼭 보고 싶어 하는 손님이죠. 손님을 응대하는 데 좌고우고,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아무래도 마음을 쏟는 쪽은 '그 책'을 찾는 분들입니다. 단지 비용을 아끼려는 손님들께는 '사무적인' 태도가 됩니다만, '그 책'에 대해선, 특히 제가 모르는 '그 책'일 때는 오히려 제가 안달하며 수소문합니다."

"새학기에 전공서적 문의가 많습니다. 전공서적이나 참고서, 학습서를 '가능하면' 들이지 않겠다 책방을 열 때부터 마음 먹었고 그 마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 학생회나 자치회에서 앞장서서 교내에 책방을 열면 정말 좋을 텐데요. 졸업생이나 과목을 이수한 학생들이 책을 내놓고, 필요한 학생이 저럼한 값에 구할 수 있다면 도움이 될 텐데요. 전공서적뿐만 아니라 더 확장하면 교양서까지 갖출 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 하는 곳이 있을까요."

"아이한테 책싸개 해줄까 물었더니 '촌스럽다'"

그러면서 조경국은 '책싸개' 이야기를 했다. 그는 "예전에는 교과서나 전공책은 책싸개를 하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책이 귀한 시절이기도 했고 으레 그리하는 줄 알았습니다, 달력이나 질긴 사료부대 속종이를 잘라 책싸개를 했죠"라며 "며칠 전 아이에게 새 교과서 책싸개를 해줄까 물었는데, '촌스럽다'는 이이야기를 들었습니다"고 했다.

책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가 많다. 책방지기는 "책도 운명이란 것이 있어서 똑같은 책이라도 어떤 책은 오래 귀하게 대접을 받고 어떤 책은 허드레로 쓰이다가 결국 폐지로 버려지기도 합니다"며 "책도 자주 손을 탄 책이 깨끗한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들이 찾지 않으면 금세 먼지가 내려앉고 낡은 것으로 변합니다"고 했다.

이 책에는 조경국이 동훈서점 책방지기(정서훈)와 나눈 이야기를 "쉬는 날이 없는 이유? 책방이 가장 편안한 공간이기 때문"이라는 제목으로 정리해 놓았다. 또 간디학교 이임호 교사가 "책 읽기와 글 쓰기에 관한 스무 가지 단상"이란 글도 실어 놓았다.

조경국이 '잘' 찍은 사진도 책의 귀한 자리에 놓여 있다. '소소책방'은 진주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건너편 건물 2층에 있는데, 앞으로 진주에 가면 들를 공간이 한 군데 더 생겨서 좋다.


#소소책방#헌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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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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