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네즈미 오토코
 네즈미 오토코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가장 먼저 만난 요괴는 쥐 모습을 한 네즈미 오토코(ねずみ男)다. 그는 다이쇼가와를 가로지르는 다리 끝에 비스듬한 자세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느긋하면서도 오만한 자세다. 네즈미 오토코의 트레이드 마크는 이빨과 수염이다. 네즈미 오토코는 쥐 모습의 남자다. 인간과 요괴 사이에서 태어난 반요괴로, 선과 악의 중간에 위치한 사기꾼이다.

가장 인상적인 요괴 네즈미 오토코

욕심에 눈이 벌어 기타로의 적이 되지만, 마지막에는 마음을 바꿔 기타로의 편에 선다. 게게게노 기타로와 대비되어, 비비비노 네즈미 오토코(ビビビのねずみ男)라 불린다. 그런데 그 네즈미 오토코를 길에서 만날 수 있다. 살아 움직이는 마스코트로... 길 한쪽에서 노란색 옷을 입은 채로 관광객들과 기념촬영을 한다.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있다.

 기타로
 기타로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그렇지만 스즈키 시게루의 만화 <게게게노 기타로>의 주인공은 요괴 기타로다. 기타로는 유령족 중 살아남는 유일한 인물이다. 왼쪽 눈을 장발로 가리고 있다. 나막신을 신고 옛날식 학생복을 입고 그 위에 소매 없는 줄무늬 옷을 걸쳤다. 정의감이 강하고, 다양한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 요괴와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나쁜 요괴와 싸우기도 하고 나쁜 인간을 응징하기도 한다.

그 기타로가 다리의 또 다른 한 편에 앉아 있다. 비를 맞으며... 그런데 오른 손바닥에 아버지 메다마(目玉) 오야지를 올려놓고 있다. 키타로의 아버지인 메다마 오야지는 유령족 중 눈 부분으로만 살아간다. 병에 걸려 사망하지만, 기타로을 염려해 눈알의 모습으로 소생했기 때문이다. 그는 모든 요괴에 대해 잘 안다. 그리고 찻잔에서 목욕하는 것을 즐긴다.

기타로의 탄생

그럼 기타로의 어머니는 누구고, 어떻게 태어난 걸까? 기타로의 탄생 설화를 살펴보자. 혈액은행에 근무하는 미즈키(水木)는 이변이 생긴 환자에게 수혈된 혈액의 조사를 명 받는다. 미즈키는 문제의 혈액 기증자가 폐허가 된 절에 산다는 것을 알아내고, 그곳에서 유령족(幽靈族) 부부를 만난다. 유령족은 인류가 탄생하기 전부터 번영하고 있었지만, 이제 거의 멸종 상태에 이르렀다.

마지막으로 생존하는 유령 부부가 불치병에 걸려 살고 있을 뿐이다. 아내는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다. 그녀는 아기가 태어날 때까지 혈액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말아달라고 애원한다. 이를 받아들인 스즈키가 얼마 후 그 절을 찾아가니 그 부부는 이미 죽어 있었다. 스즈키는 아내의 시신을 묻어주었으나, 남편의 시신은 부패가 심해 그대로 방치한다.

 메다마 오야지
 메다마 오야지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그러나 며칠 후 아내를 매장한 무덤에서 아기가 기어 나온다. 그리고 남편의 시신에서 안구가 떨어져 나오고, 그곳에서 손발이 나와 움직이기 시작한다. 메다마로 되살아 난 아버지는, 무덤에서 나온 자식을 기타로(鬼太郞)라 이름 붙인다. 아버지는 기타로를 미즈키의 집으로 데려가고, 유령족을 동정한 미즈키는 기타로의 양육을 결심한다.

몇 년 동안 미즈키의 손에서 자란 기타로는 아버지와 함께 방랑 여행을 떠난다. 그것은 그가 여러 가지 초능력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변신에 능하고, 신통력이 있으며, 죽어도 다시 살아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불사조와 같은 존재다. 기타로는 방랑을 하면서 무수히 많은 요괴들을 만나고 성장 발전해 간다. 그런 의미에서 <게게게노 기타로>는 만화 캐릭터를 이용한 일종의 성장소설이다.

기타로가 만나는 요괴 군상 중 몇몇 이야기

 네코 무수메
 네코 무수메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기타로가 만나는 요괴 중 중요한 인물로는 여자 친구 네코 무수메(猫娘: 고양이 아가씨)가 있다. 그녀는 평소에는 인간 소녀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쥐나 생선을 보면 본성을 드러내 눈에 불꽃이 튀며, 고양이 이빨을 드러낸다. 날카로운 발톱과 송곳니, 민첩한 움직임이 최대 무기다. 그녀는 울음소리로 인해 냐냐냐노 네코 무수메(ニャニャニャのネコ娘)로 불린다.

그리고 할아버지 요괴와 할머니 요괴가 있다. 할아버지 요괴는 아기 울음 할아범으로 불린다. 그는 아기 모습을 한 노인 요괴다. 적에게 달라붙어 아기 울음을 울면 그 적이 돌로 변한다. 그를 통해 적의 움직임을 봉쇄한다. 할머니 요괴는 모래뿌리기 할망이다. 성미가 급하지만 모성애가 있는 전형적인 일본 노파(老婆) 요괴다. 그녀는 요괴 아파트를 경영한다.

 이딴 모멘
 이딴 모멘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누리 카베
 누리 카베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기타로를 돕는 또 다른 요괴로 이딴 모멘(一反木綿)과 누리 카베(塗壁)가 있다. 이딴 모멘은 긴 천 모양의 요괴다. 기타로와 동료들을 태우고 하늘을 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불과 가위에 약하다. <천일야화>에 등장하는 하늘을 나는 양탄자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 같다. 누리 카베는 거대한 벽으로 이루어진 요괴다. 완강한 몸뚱이를 활용해 적의 공격을 막는다. 그런 의미에서 수비형 조력자다.

100개도 넘는 요괴 캐릭터 만나기

나는 잠시 기타로 책방에 들러 요괴 관련 책들을 살펴본다. <묘장(墓場)의 기타로>, <기타로 야화>, <기타로 대백과>, <요괴 대백과> 등 다양한 만화책이 보인다. 그 중 나는 <기타로 대백과>를 구입한다. 겉장에 보니 기타로 입문서라고 되어 있다. 하긴 나도 이 책을 통해 기타로를 좀 더 정확히 알게 되었다.

 바늘 여인 하리온나
 바늘 여인 하리온나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길을 따라 가며 만나는 캐릭터는 정말 다양하다. 손발이 긴 요괴, 털북숭이 요괴, 바다 요괴, 하늘나라 개, 도롱이를 쓴 스님, 악마, 바늘 여인(하리온나: 針女), 다다미방 동자(자시키 와라시: 座敷童子) 등이 보인다. 이 중 바늘 여인은 긴머리의 소유자로, 머리 끝에 갈고리 모양의 침을 숨기고 있다. 밤길을 걷는 남자를 미소로 유혹해 갈고리 머리로 그를 꼼짝 못하게 한다. 다다미방 동자는 다다미방에 사는 정령으로, 가정에는 부를 사람에게는 행운을 가져다준다.

미즈미 시게루 로드의 끝에 아케이드 상가가 있다. 그리고 그곳에 미즈키 시게루 기념관이 있다. 그런데 그곳에는 시간이 없어 들르지 못한다. 미즈키 시게루의 삶과 만화보다는, 그가 만든 만화 캐릭터를 감상하는 일에 주목한다. 도로의 북쪽에서는 소시민인 샐러리맨 야마다(山田)가 있다. 그는 뻐드렁니에 안경을 쓴 착하고 맹한 인물이다. 그의 얼굴에는 뭔가 슬픔이 서려 있다. 미즈미 시게루 만화에 자주 등장한다.

 야마다
 야마다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네즈미 오토코
 네즈미 오토코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그래선지 야마다 마스코트가 길거리를 걸어 다닌다. 그는 느릿한 걸음으로 주위를 살피며 걷지만 네즈미 오토코만큼 인기가 없다. 그와 함께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만화에서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그는 외롭고 쓸쓸하다. 이곳에는 또 게, 용, 염라대왕, 이상한 짐승(異獸) 캐릭터도 보인다. 이 중 염라대왕은 죽은 다음에 가게 되는 지하세계의 왕으로, 죽은 자의 죄를 심판한다. 그리고 그를 극락에 보낼지 지옥에 보낼지를 결정한다.

그런 의미에서 염라대왕은 인간에게 가장 무서운 존재다. 그래선지 <기타로> 만화에는 극락보다 지옥이 많이 나온다. 기타로는 이 지옥을 여행한다. 이것은 불교의 <목련경>, 단테의 <신곡>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지옥은 8대지옥, 16소지옥을 포함해 무려 306개나 된다. 지옥에 가는 사람은 대개 살생을 하거나 도적질 하거나 사음(邪淫)한 사람이다. 그리고 음주와 망언을 하고, 삿된 마음으로 계율을 지키지 못한 사람도 간다. 부모를 살해하거나 성인을 살해해도 지옥에 간다.

 염라대왕
 염라대왕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우리가 알고 있는 아비규환(阿鼻叫喚)이 지옥의 이름에서 나왔다. 아비지옥은 무간(無間)지옥이라고도 하는데, 지옥 중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최악의 지옥이다. 그곳에서는 칼(刀劍)과 열탕을 통해 고통을 겪는다. 규환지옥은 음주한 자들이 갈 가능성이 높다. 술이 살인 등 악한 일을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곳에 간 사람들은 열탕 가마솥을 끓이는 방에 들어가 통곡하며 소리 지른다. 울부짖고 애원해 봤자 소용이 없다. 그 소리를 들으면 옥졸들이 들어와 더 많은 고통을 주기 때문이다. 

기타로가 보여주는 사회 생활

 요괴학교
 요괴학교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이곳 도로에는 또 기타로의 사회생활이 동판으로 표현되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다 이야기, 세계요괴회의, 요괴학교, 기타로 음악회다. 요괴들이 회의도 하는 모양이다. 그것도 전 세계 요괴들이 모여... 회의에는 기타로 만화에 나온 모든 요괴들이 참가한다. 이들 동판 중 요괴학교에 가장 이야기 거리가 많다. 이곳 요괴학교에서는 요괴의 역사도 배우고, 강의도 듣는다. 강의는 기타로, 네즈미 오토쿠, 미아겐 유토(見上入道) 등이 맡는다.

기타로 음악회는 숲 속에서 열린다. 음악회에는 벌레와 동물들이 참가한다. 기타로가 이들 벌레와 동물의 소리를 조율하는 지휘자가 된다. 이들이 음악을 연주하면 나뭇잎들은 이에 맞춰 춤을 춘다. 음악과 노래 그리고 춤이 함께 하는 진정한 음악회다. 달팽이, 애벌레, 귀뚜라미, 지네, 거미, 메뚜기, 사슴벌레, 나비가 보인다. 그리고 올빼미, 토끼, 다람쥐도 함께 한다.

 기타로 음악회
 기타로 음악회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이들의 연주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게 유감이다. 길을 걸으면서 보니 요괴공방도 있다. 온통 요괴 나라고, 요괴로 먹고 산다. 길 한쪽에는 공원이 있는데, 그곳에는 요괴 창고도 있다.  그리고 요괴배치도도 그려져 있다. 수 많은 요괴 이름을 다 외울 수 없어, 이 배치도를 보면서 이름을 기억한다. 나는 미즈키 시게루 흉상을 끝으로 거리 탐방을 마친다. 돌아오는 길에서 몇 개의 요괴 캐릭터를 더 본다.

이들은 모두 비를 맞으며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 요즘은 만화의 시대다. 우리도 고우영이 <홍길동>을 만화로 만들었고, 이두호가 만화 <임꺽정>을 만들었다. 이원복이 <먼 나라 이웃나라> 만화를 쓰고 그렸고, 허영만이 <식객> 만화를 그렸다. 최근에는 박시백의 만화 <조선왕조실록>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이곳 사카이미나토 미즈키 시게루 로드에 와서 만화의 대중성을 느끼고 간다. 20~21세기는 만화의 시대다.


#미즈키 시게루 로드#기타로#네즈미 오토코#메다마 오야지#네코 무수메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