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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대선의 20대 투표율은 68.5%로 다른 연령층에 비해 가장 낮았다. 많은 사람이 20대의 투표율이 낮은 이유로 20대의 정치 무관심을 지적했다. 그러나 정치에 관심은 있으나 투표하지 않는 20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들이 단순한 무관심으로 투표하지 않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20대들은 그들의 생계 문제, 거주지 문제, 정치 효능감 부재 등을 고려하지 않는 현실 정치에서 소외감 내지 환멸감을 느끼고 그 때문에 정치에 대한 관심을 참여로 연결하지 못하고 있었다.

소외된 20대 내부에서 더욱 극심한 소외감을 느끼는 청년들이 있다. 비(非) 4년제 대학 청년들은 기성 세대 위주의 정치에서도, 20대 내부의 정치에서도 소외감을 느낀다. 언론에서 자주 다루는 대학생들을 위한 정책이나 정치 참여 논의는 4년제 대학의 대학생 위주로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 전체를 포괄하는 정책은 많지만, 대학에 다니지 않는 청년과 전문대학, 보건대학, 사이버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의 실질적 요구나 상황을 고려한 정책이나 정치는 찾아보기 힘들다.

비 4년제를 위한 정치는 없다

전문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김아무개(22)씨에게 청년 및 대학 관련 공약 중 전문대학을 고등직업교육 전문 기관으로 육성하는 정책에 대해 물었다. 김씨는 처음 들어보는 정책이라며 그 정책에서 어떤 것을 지원해주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언론에서 청년들의 문제로 대학생들의 등록금이나 기숙사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거기서 말하는 대학생들이 4년제 대학생에 국한된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또 비교적 다수인 4년제 대학생들이 많이 거론 될 수밖에 없는 것은 이해하지만, 자신들을 위한 정책도 잘 홍보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 비 4년제 대학생을 위한 정책이 덜 노출되는 만큼 다른 방법으로 정책을 홍보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정책에 대해서도 비 4년제 청년들의 문제를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며 불만을 표했다. 자신들과 동 떨어진 정책을 위해 투표하거나 정치에 참여해야할 필요성을 느끼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아무개(22)씨는 보건 대학교 3학년에 재학하고 있다. 1·2 학년 때도 바빴지만 3학년이 된 후부터 국가고시, 실습, 어학 시험, 취업 준비 등으로 더욱 치열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박씨의 경우 일상이 바쁜 탓에 오히려 투표권이 없던 10대 때보다 정치에 대해 무관심해지고 있었다.박씨는 가장 큰 문제를 학생들의 요구와 동 떨어진 정책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현재 시행 중인 등록금 정책에서는 많은 도움을 얻고 있지만, 그 외의 20대 정책은 나와 무관하다. 내가 바라는 것에 대해서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청년 정책은 취업 자체에 주목하고 있지만, 박씨의 동기나 선배들은 취업(구직) 자체에 대한 걱정보다는 취업 이후에 대한 걱정이 크기 때문이다. 박씨는 취업 후의 노동 환경이나 노동 시간에 대한 개선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씨의 전공인 치기공학과의 경우 취업 후 높은 노동 강도에 시달린다. 노동 시간이 길고 노동 환경이 열악하다. 치기공사가 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치과나 기공소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가 더 주요한 고민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요구를 반영해주고 있는 정책이나 귀 기울여주고 있는 정당이나 정치 기구가 없는 것이다.  

참여는 비 4년제를 거부한다

이러한 요구들을 반영하기 위해 직접 투표 이외의 방법으로 정치에 참여하려고 해도 어려움이 따른다. 대부분의 정치참여기구는 '고졸 이상'을 지원 자격으로 두고 있다. 형식상으로는 모든 대학생에게 열려 있다.

그러나 저학년 때는 고등학생처럼 빡빡하게 짜인 시간표대로 학기를 보내고 고학년이 되면 실습 위주의 수업을 하며 곧 국가고시를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청년 위원회 등의 정치 기구에 참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만약 정치참여기구에 들어가게 되더라도 일정에 맞춰 시간을 내어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이다.

정치참여기구는 기준상 제한을 두고 있지 않지만 실질적 참여에서는 제한을 두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런 정치참여기구에도 4년제 대학생들이 주로 참여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다시 4년제 대학생들의 문제가 주로 투입되게 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정치참여기구와 그 안에서 다루는 문제들은 다시 비 4년제 청년들과 무관해진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소득 연계 맞춤형 반값 등록금 지원이나 학자금 대출 부담 경감 정책 등 청년들의 부담을 줄이는 정책을 실행했다. 전문대학을 고등직업교육 전문기관으로 육성하는 정책을 통해 비 4년제 청년들을 위한 정책을 제시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많은 비 4년제 청년이 그들을 위한 정책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으며 그 정책으로 인한 실효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정책의 대상자가 되더라도 그 정책이 실제로 잘 실행되고 있다고 느끼기 어려운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비 4년제 대학생들의 실질적인 요구를 반영하고 있는 정책이 부재한다는 사실이다. 4년제 대학생들과는 다른 그들의 어려움이나 문제에 귀 기울여주는 정치가 필요하다. 

비 4년제 대학생들에게 실질적인 정치 참여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정치에 대해서 배우고 의견을 나누거나 자신의 의견을 반영할 기회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그들에게 관심을 강요할 수 있을까? 무관심은 문제이지만, 관심을 가질 만한 정책이 없는 상황에서 무관심한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무관심을 지적하기에 앞서 그들의 요구를 반영한 정책이나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윤희원 시민기자는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http://seoulyg.net) 대학생기자단입니다. 청정넷은 7월 13일부터 7월 19일까지 열리는 서울청년주간(http://youthweek.kr/)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태그:#비4년제대학, #청년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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