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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감사합니다. 참으로 감사합니다. 우리는 희망이 있습니다. 오라버님, 형님, 아우님 감사합니다. 정말로 우리는 이깁니다. 우리가 똘똘 뭉치면 힘이 셉니다."

18일 저녁, 밀양 '사라할매'라 불리는 이금자(83, 평밭마을) 할머니가 촛불을 든 사람들 앞에서 여러 차례 고개를 숙여 인사하면서 이처럼 말했다. 할머니는 '녹 슨 기찻길' 등 노래 2곡을 불렀다.

이날 밀양역 광장에서는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주최로 '밀양송전탑 반대 촛불문화제 200회 '기념', 6.11행정대집행 1주년 '기억' 문화제'가 열렸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가 18일 저녁 밀양역 광장에서 연 ‘밀양송전탑 반대 촛불문화제 200회 '기념', 6.11행정대집행 1주년 '기억' 문화제’에서 참가들이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가 18일 저녁 밀양역 광장에서 연 ‘밀양송전탑 반대 촛불문화제 200회 '기념', 6.11행정대집행 1주년 '기억' 문화제’에서 참가들이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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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한전)가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공사를 벌이자, 밀양 주민들은 이에 맞서 10년을 싸워왔다. 밀양 주민들은 송전탑 공사 현장에 움막을 치고 농성을 했지만, 지난해 6월 11일 경찰과 한전 등이 행정대집행을 통해 4곳의 움막을 강제철거했다.

대책위는 지난 6월 '6.11 행정대집행 1주년 기억 문화제'를 열려고 했으나, 메르스의 영향으로 연기했다. 마침 이날 촛불문화제 200회를 맞아 함께 행사를 열었다.

1부 '야마가타 트윅스터', '미행 소리팀', 풍물굿, 꼭두광대팀 큰탈놀이 공연에 이어, 2부는 김덕진(천주교 인권위원회)씨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올리베따노 광안리수녀원 소속 수녀들이 공연을 했고, 참가자들은 '소원지'와 '풍등'을 하늘로 날려보내기도 했다.

"송전탑 뽑힐 때까지 10년 더 싸우겠다"

대책위 공동대표인 김준한 신부는 인사말을 통해 "우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난 10년간 싸운 것처럼 후반기 10년을 더 싸우겠다는 각오를 한다"며 "송전탑이 뽑힐 때까지 싸울 것이다. 이것은 빈말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가 진지하기보다는 기쁘고 즐겁다"고 말했다.

영덕핵발전유치반대범군민대책위 박혜령 대외홍보위원장은 "밀양은 여러 가지로 기억된다. 밀양은 전국에, 세계에 의로움이 무엇인지, 함께 하는 정의로운 삶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우리는 앞으로도 함께 싸울 것이고, 그것은 승리의 이름으로 기억될 것이다. 정부는 우리가 연대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 강한 연대의 힘을 보여주자"고 다짐했다.

용산참사 유가족 전재숙씨는 "우리는 힘이 없다. 그러나 우리는 모이는 데 힘쓰고 목소리 내는 데 힘쓴다"고 말했다. 전씨는 "전국적으로 쌍용, 용산, 밀양, 강정에, 지난해는 세월호까지 아픈 곳이 많다"며 "그런데 누구 하나 쳐다보지 않는다. 그렇다고 손놓고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가 18일 저녁 밀양역 광장에서 연 ‘밀양송전탑 반대 촛불문화제 200회 '기념', 6.11행정대집행 1주년 '기억' 문화제’에서 김덕진씨의 사회로, 한옥순, 정임출, 김영자, 구미현, 이은주, 이정아씨 등이 무대에 올라 토크쇼를 하고 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가 18일 저녁 밀양역 광장에서 연 ‘밀양송전탑 반대 촛불문화제 200회 '기념', 6.11행정대집행 1주년 '기억' 문화제’에서 김덕진씨의 사회로, 한옥순, 정임출, 김영자, 구미현, 이은주, 이정아씨 등이 무대에 올라 토크쇼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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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들도 무대에 올라 지난 일을 '기억'하며 토크쇼를 벌였다. 한옥순(평밭마을)씨는 "송전탑이 뽑힐 때까지, 죽을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정임출씨는 "우리는 힘 닿는 데까지 한다. 우리는 돈을 바라는 게 아니다. 끝까지 싸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영자(상동마을)씨는 "지난해 6월 11일, 돌이켜 생각해 보고 싶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그 날을 기억할 것이다. 국가가 폭력으로 세운 송전탑을 뽑을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구미현씨는 "오늘 101번 철탑에 올라가 보았는데 힘들었다. 그 때는 움막에서 지내더라도 조그마한 천국이었다"며 "오늘 송전탑을 보고 한동안 울었다. 그러나 거기서 희망도 보았다. 어느 날에는 무너질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할머니들은 지난해 6월 11일 행정대집행이 있기 전, 연대자들이 달려왔던 게 큰 힘이 되었다고 말했다. 특히 경찰이 길목을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천주교 수녀들은 차량 트렁크에 타고, 다큐멘터리 감독은 농민으로 변장해서 움막농성장까지 갔던 일을 떠올리기도 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18일 저녁 밀양역 광장에서 ‘밀양송전탑 반대 촛불문화제 200회 '기념', 6.11행정대집행 1주년 '기억' 문화제’를 열었다. 할머니들이 무대에 올라 지난 4년간 매주 토요일 저녁마다 밀양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사회를 맡았던 김철원 너른마당운영위원장한테 선물을 전달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18일 저녁 밀양역 광장에서 ‘밀양송전탑 반대 촛불문화제 200회 '기념', 6.11행정대집행 1주년 '기억' 문화제’를 열었다. 할머니들이 무대에 올라 지난 4년간 매주 토요일 저녁마다 밀양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사회를 맡았던 김철원 너른마당운영위원장한테 선물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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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현씨는 "10년간 싸우면서 곳곳에서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고, 한 마음이 되는 좋은 경험을 했다"며 "송전탑 반대 싸움을 하지 않았다면 결코 만나지 못할 대동세상을 경험했다. 그런 힘으로 혹독한 세상을 이겨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대활동을 벌였던 이정아(어린이책시민연대)씨와 경북 청도 삼평리에서 '송전탑 반대 투쟁'해온 이은주씨도 함께 했다. 김덕진씨는 "우리는 밀양 사람들과 다시 연대의 힘을 모으게 되었다"고 말했다.

밀양 할머니들이 무대에 올라 김철원 너른마당운영위원장한테 선물을 전달했다. 김 위원장은 촛불문화제 때마다 사회를 봐왔다. 참가자들은 함께 다음과 같이 외쳤다.

"우리는 6․11행정대집행을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분노한다. 우리는 한전으로부터 사과를 받고 싶다. '앞 발 들어'."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가 18일 저녁 밀양역 광장에서 연 ‘밀양송전탑 반대 촛불문화제 200회 '기념', 6.11행정대집행 1주년 '기억' 문화제’에서 꼭두광대팀이 큰탈놀이를 하고 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가 18일 저녁 밀양역 광장에서 연 ‘밀양송전탑 반대 촛불문화제 200회 '기념', 6.11행정대집행 1주년 '기억' 문화제’에서 꼭두광대팀이 큰탈놀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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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가 18일 저녁 밀양역 광장에서 연 ‘밀양송전탑 반대 촛불문화제 200회 '기념', 6.11행정대집행 1주년 '기억' 문화제’에서 풍물굿 공연하고 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가 18일 저녁 밀양역 광장에서 연 ‘밀양송전탑 반대 촛불문화제 200회 '기념', 6.11행정대집행 1주년 '기억' 문화제’에서 풍물굿 공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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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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