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선하다. 사람들의 설렘이 전해져서 일 것이다. 철길 위에 총총히 서 있는 레일바이크들. 자신들의 차례를 기다리며 여행자들을 설레게 한다. 육중한 삶의 무게를 지지 않는 사람이 없다지만 이곳에서는 자신들의 무게를 망각한 듯 모두 기대가 가득한 즐거운 표정들뿐이다.
구절리역은 서서히 출발을 알린다. 역사를 출발하자마자 보이는 철길 옆에 펼쳐진 하늘과 계곡. 레일바이크는 익숙한 듯한 풍광을 보여주며 서서히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가을을 기다리는 평야를 보여주고, 여름을 식히는 계곡도 과시하고, 그곳을 지키며 자신을 뽐내는 허수아비도 드러낸다. 삶의 명암을 드러내듯 밝은 계곡을 거쳐 어두운 터널을 지나간다. 춤이라도 추듯 평야와 색색의 조명을 뿜어내는 시원한 터널들이 번갈아 맞이한다.
시작부터 굽이치는 길이다. 구불구불 그 굽어짐이 미안했는지 길은 보여준다. 푸름이 전해지는 계곡과 시원함이 전해지는 하늘을 눈앞에 던져준다. 그렇게 강원도의 길은 늘 여러 가지 얼굴의 자연을 내보인다. 흔히 강원도 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바다를 끼고도는 7번 국도. 그 국도와 반면 계곡을 끼고도는 59번, 42번 국도는 분명 매력이 다른 풍경이 존재한다.
정선의 국도가 품은 인자한 풍광
정선 레일바이크는 42번 국도와 59번 국도를 품고 지나간다. 7번 국도가 바다를 끼고 강하게 몰아치는 남성의 모습이라고 한다면, 42번 국도와 59번 국도는 하늘과 계곡을 끼고 푸근하고 인자한 부모님 품과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그 42번, 59번 2개의 국도는 정선 레일바이크 옆으로 흘러간다. 그들의 너무도 인간적인, 익숙하면서도 친절한 경치와 바람을 보여준다. 그 인자한 경치와 바람은 여행자의 낯선 익숙함을 내내 안아준다. 익숙하지 않은 듯 익숙한 풍경을 품고 레일바이크는 달린다.
레일바이크는 오르막 언덕을 오르기도 하고, 페달을 밟지 않아도 속도가 붙는 내리막을 설명하지 않고 내려간다. 우리네 인생처럼 설명 없는 그 바이크는 그저 풍경으로 보여줄 뿐이다. 삶이 이렇게 흘러가는 것이라고 보여주기라도 하듯.
레일바이크의 옆으로 흐르는 42번 국도와 59번 국도의 풍광은 짐짓 관능적이기까지 하다. 이 풍광이 주는 미각은 머릿속의 이산화탄소를 다 제거해버린다. 가슴은 거칠게 호흡하며 여백의 하늘과 계곡의 투명함을 포개어 버린다. 예리하고 서늘한 풍광의 단맛이라고나 할까? 시신경을 경쾌하게 자극하고 부드럽게 두들겨 준다.
잠시 시선이 호강하는 사이, 가슴 속은 그지없이 편안하고 고요하다. 42번 국도의 풍광을 거쳐 59번 국도의 자연이 함께 깊게 전해지는 바람은 이내 내 몸에 다가와 버린다. 부드러우며 쉴 새 없이 치달아 내린다. 그리곤 떠나갔다 다시 숲 속 향기를 담아 반갑게 돌아온다.
나만 반갑게 맞아주는 바람은 아니리라. 처음 온 낯선 이 에게도 자신의 살 냄새를 전해주는 정선의 자연을 품은 국도의 바람들. 그 풍광들. 가을에 불려갈 때까지 그 바람, 그 풍광은 자신들의 육신이 잠들지 않도록 우리에게 계속 손짓 할 것이다. 낯선 이든 낯선 이가 아니든 상관없이. 끝이 없길 바라던 바이크는 어느덧 아오라지 역에 도착해 그 여정을 마친다.
다시 돌아오는 길. 자신들을 찾은 손님들이 잠시라도 피곤했으리라 걱정했는지. 아니면 기차여행의 맛을 대접하고 싶었던 것인지. 기차로 정선 레일바이크를 찾은 손님들의 귀환을 돕는다. 익숙한 듯 익숙지 않은 풍경들, 다시 돌아가는 길 아쉬움만 가득하다. 잠시 전 다 지나쳐 온 것임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의 추억이 묻어 있는 강원도의 길
강원도의 길에는 떠나온 사람들의 추억이 묻어나 있다. 곳곳에 새겨진 누군가의 추억과 누군가의 기억을 적은 바람은 숲 속 향기를 담아 바람이 되어서 전해온다. 7번 국도와는 다른 색다른 매력을 간직한 길. 바로 정선을 관통해나가는 59번 국도와 42번 국도. 그 길은 우리에게 쉴 새 없이 굽이치는 길과 인자한 풍광을 품어준다. 그렇게 묵은 숲 속의 향을 담은 바람을 흘려준다.
강원도에 가면 늘 머리가 상쾌해진다. 그 이유가 사람들의 아름다운 기억들이 푸른 공기를 빚어내기 때문은 아닐까? '아'하는 나의 감탄사 뒤에 이제는 강원도의 아름다운 풍경과 길은 구별되지 않는다. 그저 그 안으로 녹아 내리는 자신을 발견할 뿐이다.
누군가의 이야기들이 묻어 있는 강원도의 길. 그 길은 42번과 59번 국도의 바람과 풍광을 품었다. 그 옆으로 정선의 레일바이크가 흘러간다. 당신의 가슴과 머릿속에 있는 무거움을 다 산화시켜버릴 그 길로. 올여름 그 길에 또다시 푸른 바람처럼 하늘이 흐린다. 시원한 하늘처럼 바람이 흐른다.
덧붙이는 글 | 경기미디어리포트에도 송고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