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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PC방의 모습.
한 PC방의 모습. ⓒ flickr

"에휴 장사 그만해야 하나."

현재 100석 규모의 PC방을 운영하고 있는 A씨의 말이다. 기자가 자영업자 A씨에게 최저임금 인상을 알리자 A씨는 이렇게 반응했다.

지난 9일, 2016년도 최저임금 시급이 6030원으로 결정됐다. 2015년도보다 8.1% 오른 수치.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당·정·청의 최저임금 인상 돌풍이 '산들바람'에 그쳤다. 그러나 이 바람을 맞은 A씨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지금도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데 450원이 인상됐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A씨 가게 주위 경쟁업체는 네 곳. 인구는 변동이 없는데 PC방만 더 생겼다. 이 와중에 최저임금 인상은 그에게 큰 타격이다.

"(최저임금이) 오르긴 올라야 하는데 장사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라는 건지 모르겠어요. 이렇게 되면 결국 인건비가 올라가는건데 수입은 늘지 않으니…."

하루에 100만원 벌던 PC방

A씨가 운영하는 PC방은 수도권에 위치했지만, 상권은 고정적이다. 주거단지 위주의 동네라 인구수 변동 추이가 거의 없다. 당연히 PC방을 찾는 고객도 거기서 거기다. 그나마 PC방이 세 곳일 때는 할 만했단다. 적정한 수입을 낼 수도 있었다. 아니, 오히려 지금보다 수입이 좋았다. 당시 A씨의 PC방은 70석 규모였다.

"그때는 지금보다 좌석수도 적었어요. 그래도 주말만 되면 100만 원 이상은 벌 수 있었죠."

하루 100만 원을 벌어다 주는 아르바이트생에게 그는 시급 1만 원을 쳐서 임금을 지급했다. 그때가 2009년, 당시 최저임금은 시급 4000원이었다. 굉장히 많이 쳐준 셈이다.

"그럴 수밖에 없죠. 하루에 100만 원씩 꼬박꼬박 벌어다 주는데, 더 줘야죠."

그때가 황금기였다. 그러나 비극의 시작은 리모델링이었다. 건너편 PC방이 최신식 시설을 갖췄다. 고객의 발걸음이 그 PC방으로 향했다. A씨는 리모델링을 결심했다.

"서울은 기계식 키보드나 좋은 마우스가 아니면 장사가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여기도 그런 트렌드가 들어오고 있었어요."

트렌드에 맞게 최신식 시설을 갖췄다. 투자를 많이 한 만큼 고객수도 늘 거라 기대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에게 예상치 못한 비수가 꽂혔다.

"같이 친하게 지내던 다른 건물 PC방 사장이 있었어요. 그 사장과 이런저런 얘길 하다가 '저쪽에 PC방 하면 좋겠다'고 한 적이 있었어요. 어느 날 보니 거기에 PC방을 냈더라고요. 제 가게 매출은 뚝 떨어졌죠. 한 500만 원 정도 매출이 떨어졌어요. 지금은 적자예요. 방학이 오면 좀 나아지겠죠."

- 만약 방학 때도 기대했던 것만큼 안 나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그만 둬야죠."

질문을 하자마자 대답은 칼같이 나왔다. 망설임이 없었다.

"누가 먼저 망하나 지켜보고 있어요"

"지금도 적자인데 방학 때도 적자면 답이 없죠. 주변 PC방들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누가 먼저 망하나 지켜보고 있는 거죠."

한 곳이라도 망한다면 사정은 조금 나아질거라고 한다. 하지만 적자는 적자. 최소 두 군데는 망해야 겨우 이익을 낼 수 있단다.

"큰 기업들이야 감수할 수 있는 부분이라지만 저희처럼 1000원, 2000원 받고 100원, 200원 이윤을 보는 자영업자에게 450원은 정말 부담이에요. 당장 내년부터 인건비를 줄여야 할지 고민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A씨는 "최저임금은 필요하다"고 말한다. 돈을 벌었던 본인의 경험을 비춰봤을 때 최저임금이 없다면 최소한의 삶을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최저임금이 올라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자영업자들에 대한 지원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을 올려서 경기를 활성화시키면 좋죠. 하지만 당장 목구멍이 포도청인 저희들이 감당할 수 있을까요? 적절한 지원책이 겸비되지 않으면 저희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거죠."

최저임금은 자영업자와 노동자 간의 다툼이 아니다. 결국 이 문제를 중간에서 해결해야 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산들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질 수 있는 지원책이 시급하다.

덧붙이는 글 | A씨는 최저임금에 관한 법을 전부 지키고 있습니다. 더불어 숙련도에 따라 시급을 올려주고 있습니다.



#최저임금#자영업자#영세#지원책#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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