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탓일까? 단통법 탓일까?
지난 2분기 실적이 발표되면서 휴대폰 제조사와 이동통신3사 간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갤럭시S6과 G4 등 주력 스마트폰 마케팅비가 늘어 실적이 기대치를 못 미친 반면, 통신사들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영향으로 마케팅비가 줄면서 실적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LG전자 '내우외환'... 국내 시장 죽고 아이폰6 뜨고 삼성전자는 30일 지난 2분기 매출 48조5400억 원, 영업이익 6조9000억 원을 달성했다고밝혔다. 1분기에 비해선 소폭 상승했지만 '어닝 쇼크'(실적 하락 충격)을 기록했던 지난해 2분기 실적에도 못 미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분기에 갤럭시S5 판매 부진으로 영업이익이 7조1900억 원대에 그쳤다. 지난 2012년 2분기 이후 2년 만에 8조 원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올해는 갤럭시S6 엣지 등 신제품 출시에 힘입어 반등을 노렸지만 결국 실패했다. 스마트폰이 포함된 IM(IT & 모바일 커뮤니케이션)부문 매출은 26조 원대 턱걸이했고, 영업이익은 2조7600억 원대에 그쳤다. 지난해 2분기 4조4200억 원대에서 절반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삼성은 이날 "갤럭시S6를 본격 출시했지만 중저가 스마트폰 판매량 감소와 신제품 출시에 따른 마케팅 비용 증가로 실적 개선이 제한됐다"라고 밝혔다. 갤럭시S6 엣지 수요가 예상보다 많았지만 초기 공급 차질을 빚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팬택 법정관리로 고립무원 처지가 된 LG전자 상황은 더 심각한다. LG전자는 전날(29일) 2분기 매출 13조9257억 원, 영업이익 2441억 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6000억 원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지난해 2분기는 물론, 3000억 원이었던 지난 분기만도 못한 결과다.
역시 스마트폰 마케팅비 영향이 컸다. 2분기 G4 등 LTE 스마트폰 판매량이 처음 800만 대(전체 스마트폰 1410만 대)를 넘어선 데 힘입어, MC(모바일 커뮤니케이션)사업본부 매출은 3조6000억 원대로 큰 차이가 없었지만, 영업이익은 고작 2억 원에 그쳤다. 지난해 2분기 867억 원은 물론 전 분기 729억 원에도 못 미치는 충격적인 결과다.
LG전자는 "북미 시장은 보급형 스마트폰과 태블릿 판매 호조로 전년 대비 36% 성장했지만 한국 시장은 시장 침체가 지속돼 전년 동기 대비 29% 감소했다"라면서 "경쟁 심화에 따른 판매가격 하락과 G4 출시로 인한 마케팅 비용 증가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다"라고 밝혔다.
정도현 LG전자 CFO(최고재무책임자)는 29일 실적 설명회 자리에서 "애플이 대화면 '아이폰6'을 출시하면서 안드로이드 시장을 많이 잠식한 게 상당히 영향이 컸다"라고 털어놨다. 실제 애플은 같은 기간 아이폰을 4740만 대를 팔면서 영업이익이 37% 늘어난 16조3000억 원대에 달했다.
하반기 상황도 만만지 않다. 삼성전자는 당장 오는 8월 1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모바일 언팩 행사를 열어 '갤럭시노트5' '갤럭시S6 엣지 플러스' 등 프리미엄 신제품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중저가 시장에서 중국 제조사 등에 밀려 고전이 예상된다.
마케팅비 ↓ 가입자 이탈도 ↓... '명퇴비'로 실적 감추기?반면 이통사들은 웃었다. LG유플러스는 30일 2분기 총수익 2조6614억 원, 영업이익 1924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 980억 원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는 LTE 가입자 증가로 무선 수익은 늘어난 반면 마케팅 비용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는 "2분기 LTE 가입자는 전 분기 대비 3.5% 증가한 910만 명으로 전체 무선 가입자의 78.6%"라고 밝혔다. 2분기 마케팅 비용은 4757억 원으로 지난해 2분기 5497억 원에 비해 13.5% 줄었다.
SK텔레콤도 이날 2분기 매출이 4조2557억 원, 영업이익 4129억 원으로 1분기보다 소폭 상승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이 지난해 2분기에 비해 24% 감소하긴 했지만, 명예퇴직금 집행에 따른 일회 비용 탓이다. SK텔레콤은 지난 3월 직원 300여 명에게 특별 퇴직 신청을 받아 80개월 치 기본급을 위로금으로 줬다. 덕분에 2분기 종업원 급여는 544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5.6%나 늘었다.
하지만 그 사이 마케팅비가 7400억 원으로 10.3%나 줄었고, 가입자 해지율도 지난해 2% 안팎에서 1.3%까지 떨어졌다. 이는 2003년 이후 최저치다. 해지율은 전체 가입자에서 해지 가입자가 차지하는 비율로, 그만큼 이탈자가 줄고 고객 충성도가 높아졌다는 의미다. 단통법에 따른 기기 변경 가입자 증가 영향으로 해석할 수 있다. 더불어 가입자 1인당 평균 매출(ARPU)도 3만6601원으로 1년 만에 1.6% 상승했다.
KT도 31일 2분기 매출 5조 4313억 원, 영업이익 3688억 원을 기록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KT는 지난해 2분기 대규모 명예퇴직에 따른 인건비 지출로 8379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1년 사이 940만 명이던 LTE 가입자가 1199만 명(67.8%)로 크게 늘면서 무선 가입자 1인당 매출(ARPU)도 3만4879원으로 3.7% 증가한 반면, 마케팅 비용은 8233억 원에서 6742억 원으로 18%나 줄었다.
결과적으로 단통법 시행과 보조금 경쟁 중단에 따른 마케팅비 감소로 이익이 크게 개선됐던 1분기 기조가 2분기까지 계속 이어진 셈이다.
이에 따라 기본료 폐지 등 이동통신비를 인하하라는 통신 소비자들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참여연대, 통신공공성포럼 등 시민단체들은 이날도 광화문 KT 사옥 앞에서 '통신비 인하' 릴레이 1인 시위를 계속 이어갔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장인 조형수 변호사는 이날 "단통법으로 마케팅 비용이 제한돼 이통사 이익만 늘고 있다"라면서 "통신요금인가제까지 폐지하면 시장 지배력이 커진 SK텔레콤이 요금 인상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