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름한 여수의 동네빵집이다. 숱한 세월의 더께가 덕지덕지 묻어나는 자그마한 빵집은 유년시절 시골의 면 소재지나 재래시장에서 보던 가게처럼 정겹다. 땡볕이 작열하는 8월 초하루 이곳을 찾았다.
실은 동네방네 입소문 난 곳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손님들 대부분이 외지인들이다. 승용차를 타고 와 빵을 사들여 한 아름 포장을 해간다. 가게 주인아저씨가 "어서 오세요"라며 싱글벙글 환한 미소로 반긴다. 아저씨는 모든 이에게 마냥 싱글벙글 미소로 대한다.
"19년 됐어요, 저를 보시면 가게 이름(싱글벙글)이 떠오를 겁니다."19년째 됐다는 동네빵집 아저씨는 김현수(57)씨다. 빵 가게 아저씨는 사실 지금껏 이렇다 할 제과제빵 기술을 제대로 익힌 적이 없다. 그냥 어깨너머로 배웠다고 한다.
어깨너머로 배운 제빵... "찐빵이 가장 힘들어요"
빵이 잘 만들어지자 않아 답답할 때면 서점에 가서 책을 보고 그 방법을 깨우쳤다. 빵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아저씨가 맛있는 빵을 만든다는 건 생각보다 힘들었다. 숱한 시행착오 끝에 오늘에 이르렀다.
"빵 만드는 건 다 어깨너머로 배웠어요. 서점에 가서 책도 들여다보고... 실패도 많이 했어요. 빵이 원하는 대로 안 나올 때 힘들어요. 찐빵이 예민하고 가장 힘들어요. 모양이 좋게 안 나와요."
아저씨가 만드는 빵은 찐빵, 채소빵, 고로케 등 총 7종류다. 학생들이 좋아한다는 채소빵은 케첩을 뿌려준다. 한입 베어 물자 아삭한 식감에 순수함이 느껴진다. 채소빵은 빵 한가운데다가 마요네즈에 버무려낸 양배추와 옛날 소시지 오이를 넣었다. 그야말로 추억의 맛이다.
꽈배기와 팥도너츠로 시작한 빵집의 메뉴는 하나둘 그 종류가 늘어 오늘에 이르렀다. 7종류 빵 중에 가장 만들기 힘든 건 찐빵이라고 한다. 반죽에 이스트를 넣어 발효하는데 원하는 모양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찐빵 만들기가 별거 아닌 것 같은데 힘들어요. 아무것도 안 쓰고 소금 간하고 우유만 넣어 순수해요."
팥소를 듬뿍 넣은 찐빵은 참 맛있다. 순수하고 쫀득한 맛이 일품이다. 빵 한 개의 가격은 6백 원이다. 6천 원어치를 샀는데 다 못 먹고 포장을 했다.
빵 가게는 아저씨 혼자서 운영한다. 가끔 직장에 다니는 그의 아내가 일손을 돕는다. 최초 빵 나오는 시간은 오전 11시다. 오전 8시에 문을 열어 오후 8시께까지 영업을 한다. 하루 판매량이 다 팔리면 그 이전에도 문을 닫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 '맛돌이의 오지고 푸진 맛'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