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쫄지마, 형사절차:수사편> 책표지.
<쫄지마, 형사절차:수사편> 책표지. ⓒ 생각의 힘
서울광장 일대에서 시위가 한창이다. 하필 인근에 볼일이 있어 가다가 시위 중이던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연행되고 말았다. 불법시위를 했다는 이유에서 였다. 함께 연행된 사람들이 먼저 불려가 진술서를 작성했다.

그런데 뭔가 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표정들이다. 곧 내 차례,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가슴은 쉴 새 없이 방망이질, 걱정된다. 어떻게 해야 하지?

2008년 촛불집회 당시를 떠올리니 이런 상황이 떠오른다. 당시 몇 차례 촛불집회에 참여했지만, 다른 볼일로 인근을 지나던 어느 날 한순간 격하게 대치되는 상황을 목격하며 휩쓸려 연행될 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느꼈었다. 나라면 어떻게 할까? 잘못한 게 없는데도 주눅이 들어 의사표현을 제대로 못할 것 같다. 아마 일반인 대부분이 그렇지 않을까?

실제로 지난 7월 17일, 피해자 입장으로 서울역 철도 사법경찰대에 2시간 정도 있게 됐다. 와중에 서울역에서, 그리고 기차 이용 중에 절도나 폭행과 같은 피해를 본 사람들 몇이 철도 사법경찰대에 와 신고를 하고 진술서를 작성했다. 그런데 피해자인데도 그들은 어딘가 모르게 왜소해 보이기까지 할 정도로 주눅 들어 있었다. 

<쫄지마, 형사절차 : 수사편>(생각의 길 펴냄)의 저자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가급 연관되지 않는 것이 좋으나, 위 가상사례 속 누군가처럼, 이런저런 이유로 범죄의 피해자 혹은 피의자가 될 수 있다. 이럴 경우, 피해자 혹은 피의자가 알아야 할 것과 부당한 경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지 등 형사(법) 관련 정보를 쉽게 풀어썼다.

이제 민변이 <쫄지마, 형사절차!> 초판을 출간한 지도 6년이 지났습니다.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경찰의 공권력 남용은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경찰은 민변이 주최한 대한문 앞 집회가 허가받은 집회임에도 불구하고, 집회 장소 내에 불법적으로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고 고성능 확성기로 집회를 방해하는 등의 행위를 서슴지 않았습니다. 또한 416 세월호참사 이후 계속되고 있는 세월호집회에서는 불법적인 차벽설치는 물론, 물대포 발사, 캡사이신 최루액 발사, 지하철입구 무단 봉쇄, 무차별적인 불법적 채증 등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집회 참여자뿐 아니라 주변을 지나가던 무고한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연행하는 것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들에게 형사절차에 관한 알기 쉬운 해설서를 제공할 필요성은 여전히 크다 하겠습니다. -<쫄지마, 형사절차-수사편> '발간사'에서.

무고하게 연행되는 시민들 위해 이들이 뭉쳤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1988년에 출범했다. 1987년 민주화운동을 거치며 인권 관련 개별적인 활동을 해오던 인권변호사 51명이 '체계적으로 인권과 민주주의 발전에 힘을 모으자'의 취지로 뜻을 모은 것이다. 현재는 1004명이 참여, 활발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민변은 그동안 여러 국가보안법사건들을 비롯하여 부천경찰서 성고문사건, 민간인사찰에 대한 양심선언사건, 호주제폐지 위헌소송 등 우리 사회 중요한 변론을 도맡아 왔다고 한다. 2008년 촛불집회 당시 무고하게 연행된 수백 명의 시민을 위해 무료 변론을 했단다.

2009년 12월에 출간된 초판 <쫄지마, 형사절차!>는 민변이 2008년 촛불집회 당시 시민들이 형사절차에 관해 잘 알지 못해 방어권을 행사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식, 알기 쉬운 형사절차 해설서 발간의 필요성에 뜻을 모아 나온 책이라고 한다.

최근 우리 사회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기기들의 높은 보급률로 SNS가 생활 깊숙이 파고들었다는 것이다. 내연남과 짜고 남편을 살해한 범인을 밝히는데 당사자들이 이미 삭제한 카카오톡 메시지가 결정적인 단서가 되었다는 몇 년 전의 뉴스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외에도 중요한 사건의 단서를 찾는데 개인의 휴대폰이나 노트북 등과 같은 디지털기기들이 단서가 되고 있음을 알려주는 보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미 삭제된 정보를 분석해 억울한 죽음을 밝히거나,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건의 단서를 찾아내는 포렌식 장비(주: 컴퓨터 등 디지털저장 분석도구. 이를 통해 기존에 저장된 정보뿐만 아니라 삭제된 정보도 분석해낼 수 있다)를 이용한 수사에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한편으론 끔찍한 것도 사실이다. 그만큼 개인의 정보유출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나도 모르는 중 누군가에 의해 나의 낱낱이 노출될 가능성 또한 높기 때문이다.
 

책에 의하면 '수사기관이 제공받은 통신사실확인자료제공건수는 전화번호 수를 기준으로 2008년 약 45만 건에서 2000년 약 1600만 건으로 폭증하였고, 2010년에는 약 3900만 건까지 증가, 그 뒤 지금까지 감소 추세이긴 하나 제공건수가 약 2000만 건에 이르고 있어 개인정보누설의 심각성은 여전', 개인들이 알아야 것들이 많아진 것이다.

카톡감청,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번 개정판은 우리 사회 이런 변화들을 크게 반영했다. 법으로 명시한 개인의 디지털기기 수색이나 압수 범위부터 디지털 기기들의 자료 이용 범위나 수사 권한, 카톡감청과 같은 기술의 발전에 따른 새로운 유형의 인권침해 수사 등에 대한 사례를 소개하고, 피해에 대한 대응방법을 함께 살펴본다. 

법이 막연히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 일상과 동떨어진 용어와 표현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대한 쉬운 용어와 표현을 썼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겪을 수 있는 사례를 제시하면서 독자의 이해를 도운 것도 이 책의 장점 중 하나. 때문인지 전반적으로 쉽게 읽힌다. 

"시민들에게 형사절차에 대한 이해를 도와, 혹시라도 형사 피의자 내지 피고인이 되는 경우에 보다 효율적으로 자신을 방어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함이 이 책의 발간 목적이었습니다."-발간사에서.

우리의 생활 전반은 법과 깊게 연결되어 있다. 최대한 많이 알고 있어야 어느 날 갑자기 맞부닥뜨린 억울하고 황당한 상황을 최대한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법에 관한한 가급 많이 알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나 가까이 하기 쉽지 않다. 책의 발간 취지를 빌어 이 책을 가급 많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쫄지 마, 형사절차 : 수사편>(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 생각의 길 | 2015-06-29 | 15,000원



쫄지 마, 형사절차! : 수사편 - 민변 변호사들이 쓴 수사·재판 완전정복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지음, 생각의길(2015)


#형사절차#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형사수사#형사재판#카톡감청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