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에는 영화의 주요 내용과 결말을 알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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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암살' 상영회에 온 김무성과 김을동 광복 70주년 기념으로 6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영화 '암살' 상영회에 앞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김을동 최고위원 등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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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우리 국민 모두의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우리 그 시절로 돌아가 대한독립 만세 한번 외쳐볼까요?"
"대한독립 만세! 만세! 만세!"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만세 합창을 제안하자 청중들이 삼창으로 화답했다. 광복을 기념하는 소리가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을 메웠다.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영화 <암살> 특별상영회는 이처럼 만세 삼창과 함께 시작됐다. 이날 상영회는 김무성 대표와 김을동 최고위원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김 대표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애국심 확산을 위해 <암살> 특별상영회를 열었다고 했다. 김 대표의 생각대로 <암살>은 1933년 임시정부 대원들의 친일파 암살 작전을 그린 영화로 애국심을 고양하기 좋은 영화다. 그러나 단순히 애국심만 다루지 않았다. 이 영화는 아직도 미완으로 남아 있는 한국사회의 친일파 청산 문제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다.
때문에 부친의 친일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김 대표가 <암살> 상영회를 열었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암살> 상영회 연 김무성, '부친 친일 논란' 물타기?<한겨레>는 지난 1일 '친일 김무성 아버지가 애국자로 둔갑하고 있다'라는 기사를 통해 김무성 대표 부친의 친일 행적을 언급했다. 김 대표의 부친 김용주 전 전남방직 회장이 일제 식민 지배 당시 '황군에 위문편지 보내자'고 독려하는 등 친일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또 적산 기업을 불하받아 전남방직을 만들어 부를 쌓았다고 <한겨레>는 지적했다.
이 같은 친일 행적만 보면 김 대표의 부친은 <암살>의 강인국(이경영)이라는 인물과 겹친다. 영화 속 강인국은 친일을 통해 막대한 부를 쌓았다. '강인국 암살작전'은 영화 전개의 핵심 축이다.
또 강인국은 쌍둥이 딸을 두었다. 배우 전지현이 1인 2역을 한 미츠코와 안옥윤이다. 미츠코와 안옥윤은 외모는 똑 닮았으나 삶은 정반대다. 미츠코는 아버지가 쌓은 부를 누리며 부러울 게 없는 편한 삶을 살지만 안옥윤은 만주에서 독립운동에 가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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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암살' 상영회에 온 김무성 광복 70주년 기념으로 6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영화 '암살' 상영회에 앞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대한독립 만세! 만세! 만세!'를 외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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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대표의 삶은 미츠코와 강옥윤 중 누구에 가까울까? 김 대표의 그간 행적을 보면 안옥윤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미츠코처럼 김 대표도 부친의 부를 누리며 살았다. 지난 5월 18일 5·18민주화운동 35주년 전야제에 참석했다가 물세례를 맞은 김 대표는 5·18 유족 대표들이 사과에 답하며 자신을 "전남방직의 아들"이라고 떳떳이 소개했다.
김 대표는 또 부친의 친일 논란을 강하게 부인하며 오히려 부친이 일제 식민 지배 당시 펼친 교육사업을 부각하는 데 애쓰고 있다.
김 대표의 정치적 행보도 청산되지 못한 친일파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김 대표는 지난 3월 '생존해 있는 유일한 친일파'라는 꼬리표가 붙은 백선엽 예비역 대장을 찾아 거수경례하며 존경을 표시했다. 백선엽은 <암살>의 주인공과 같은 독립투사들을 앞장서 토벌한 전력이 있다(관련기사:
김무성, '친일 논란' 백선엽에 "존경한다"며 거수경례).
이러니 김 대표가 <암살> 상영회를 개최한 것은 부친의 친일 논란 등에 '물타기'를 하려는 '애국 코스프레'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와해된 반민특위를 대하는 김무성의 역사관<암살>의 핵심 주제인 '친일파 청산'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은 이승만 당시 대통령을 비롯한 보수 세력의 방해 때문이었다.
친일파를 청산하려 1949년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가 설치됐지만, 이 대통령은 이를 무력화하는 데 일조했다. 그는 담화를 통해 반민특위를 수차례 비난했고, 반민족행위처벌법의 개정안을 통과시켜 특위 활동을 방해했다. 급기야 친일 경찰 출신들이 반민특위를 습격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반민특위는 결국 와해됐다.
이로 인해 <암살>에서 독립운동을 하다 친일 부역자로 변절한 염석진(이정재 분)이 반민특위 재판에서 자신은 독립운동 투사였다고 주장하는 사례는 역사 속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그럼에도 김 대표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명백한 과에는 눈을 감고 그를 '국부'로 모셔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대표는 이날 "내가 그 시대에 살았더라면 내 개인의 목숨을 걸고, 가족들의 희생을 각오하고 독립운동을 했을 것인가 자문을 해본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암살>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단순히 애국심을 고취하는 영화인 줄 알고 국회 상영회를 연 본인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을까.
덧붙이는 글 | 임성현 기자는 <오마이뉴스> 22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