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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고급택시로 선정된  BMW 530d xDrive
 서울시 고급택시로 선정된 BMW 530d xDrive
ⓒ B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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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10일 오후 8시 48분]

오는 10월부터 서울시에 시범 도입되는 고급택시로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디젤 세단이 선택됐다. 이 과정에서 국산차가 모두 고배를 마시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수입차'가 고급택시로 선정됐다는 점과는 무관한 지적이다.

고급택시로 선정된 차는 총 100대다. BMW의 530d xDrive, 메르세데스 벤츠의 E350 블루텍이 함께 경합을 벌인 현대차 에쿠스와 쌍용차 체어맨 등을 제치고 각각 50대씩 선정됐다.

경제성 때문에 외제차 선정? 설득력 없다

고급 택시로 선정된 차량은 모두 디젤이다. 유지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연료비가 싸다는 점, 경유 연료를 사용하는 사업용 차량에 정부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다는 게 선정의 주된 이유다.

하지만 몇 가지 의문점이 든다. 이들 차량을 고급택시로 선정한 이유 가운데 경제성은 특히 설득력이 없다. 차량의 기본 가격과 유지비, 각종 세금 등을 모두 고려한 총비용(TCO)를 따져보면 경제성은 동급의 국산 가솔린 세단이 우세하다.

기본적인 가격만 놓고 봤을 때 BMW 530d xDrive는 8920만 원, 연비는 14.3km/ℓ다. 고급택시의 특성을 참작해 월평균 3000km를 주행한다고 가정하면, 월 27만 7762원, 5년 보유 시 1891만 원의 유류대가 들어간다. 5년 보유 시 값을 합치면 총 1억586만 원이 필요하다(경유 리터당 1324원).

함께 경쟁을 벌인 현대차 에쿠스(VS 380, 연비 8.1km/ℓ)는 차값 6910만 원(모던)에 같은 조건으로 계산했을 때 월 57만9259원, 5년 보유 시 3475만 원의 유류대가 지출된다. 유류비는 디젤 차량보다 배 가량 더 소요되지만, 자동차 값을 합친 총비용은 1억380만 원으로 더 낮다(휘발유 리터당 1556원, 연비 8.9km/ℓ 기준). 고급택시로 선정된 BMW 차량보다 200만 원 가량 차이가 난다.

 모델별 차량 가격과 유류비 등을 합친 총 유지비용
 모델별 차량 가격과 유류비 등을 합친 총 유지비용
ⓒ 오토헤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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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가격에 따라 큰 차이가 나는 보험료(자차 포함 시), 많게는 10배 이상 비싼 수입차 부품 가격과 소모품 비용을 감안하면 5년 보유 시 TCO는 1000만 원 이상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디젤차라 더 경제적이라는 주장에 설득력이 없는 이유다.

서울시가 정부에서 추진한 디젤 택시 도입을 '환경' 문제로 거부한 사실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서울시는 오는 9월부터 도입되는 디젤 택시가 대기 질을 악화 시키고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전국 지자체 가운데 유일하게 도입 반대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고급 택시로 디젤 차량의 운행을 허가하면서, 서울시 입장에서는 스스로 자신들이 내세웠던 명분을 허물어버리는 꼴을 자초했다. 유럽을 중심으로 디젤 차량을 점차 제한하고 있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셈이다.

이와 관련 지난 7일, 서울시 고급택시 담당자는 "차종은 사업자들이 자율적으로 심사해 결정한 사항"이라며 "고급택시가 디젤 차종으로 전량 결정된 것에 대해 곤혹스러운 점이 없지 않아 있다"고 말했다.

불거진 특혜 논란, 국민 세금으로 유류비 보전?

고급택시를 일반 택시와 다르게 특혜를 제공하는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고급택시의 경우 택시 표시등과 미터기, 카드결제기 등을 달지 않아도 되도록 했기 때문이다. 현행 여객운수업법상 택시는 상호(개인택시)까지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개인택시 관계자는 "같은 업종에서 특정 사업자에게 예외적인 특혜를 주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외관상 택시로 구별하기 어려우면 동일 모델의 불법 승용차 영업이 판을 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내놨다. 그러나 관련법 시행규칙도 여기에 맞춰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존의 모범택시 사업자들이 수입감소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고 일반택시로 전환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입 디젤차로 고급택시를 도입해 운영하겠다는 택시 정책이 결국 우버의 밥그릇을 빼앗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일반택시의 몇 배나 되는 고가의 요금을 부담하는 '부자승객'들이 이용하는 고급택시에 국민 예산으로 유류보조금을 지원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택시 연료 보조금은 택시 종사원들의 수입이 아니다. 왜, 버스 요금도 부담스러운 서민들이 수천만 원짜리 택시를 타고 고가의 요금을 내는 그들에게 리터당 346원의 보조금을 지원해야 하는지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서울시 고급택시 담당자는 "고급택시는 민간 투자 사업으로 시 예산이 투입되지 않았다"며 "따라서 일반택시에 적용되고 있는 카드결제 수수료 보조금은 물론 경유택시 유류 보조금을 지원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고급택시가 디젤 차종으로 전량 결정된 것에 대해 곤혹스러운 점이 없지 않아 있다"며 "일반택시와 다르게 고급택시는 사업자의 신고만으로 가능한 만큼 시가 관여할 수 있는 폭이 좁은 것도 이해를 해달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자동차 전문지 <오토헤럴드>(http://www.autoherald.co.kr/)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서울시#택시#고급택시#B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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