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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카주라호
 카주라호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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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찍이 서서 대충 둘러볼 생각이라면 미성인 자식들과 함께 가도 상관이 없습니다. 하지만 가까이 가 꼼꼼히 살펴볼 작정이라면 삼가십시오. 많이 민망할 것입니다. 무슨 말로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를 몰라 얼굴만 붉히며 우물거릴 게 분명합니다. 자세히 살펴보는 카주라호 사원은 '19금'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카주라호(Khajraho)는 인도 중부 마디아프라데시 주 차타르푸르 행정구에 있는 유서 깊은 도시입니다. 카주라호라는 이름은 이 지역에서 많이 나는 카주르(대추야자)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호'라는 글자 가 들어가 있어 어떤 호수가 아닐까 생각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분델칸드 지역에 왕국을 세운 칸델라라지푸트족 왕들이 시바 신과 비슈누 신, 자이나교의 대사제들에게 85개의 유명한 사원을 봉헌 했는데, 그 중 20개의 사원이 지금까지 남아있다고 합니다.

시바신 남근
 시바신 남근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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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평범한 조각들
 그냥 평범한 조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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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두신
 흰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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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두신상
 흰두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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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들은 1000여 년 훨씬 이전인 950∼1050년경에 건축된 것으로 추정되며, 몇몇 사원을 제외한 모든 사원은 전부가 사암으로 조성돼 있는 석조 건축물입니다. 학술적으로 정확한 설명은 아니겠지만 사암은 우리가 강변 등에서 볼 수 있는 차돌과 비슷한 질감이 느껴질 것 같은 돌이었습니다. 하여튼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석조유물 재료로 많이 사용된 화강암보다는 훨씬 단단해 보이는 질감이 느껴지는 석재였습니다.

높이 35m쯤은 되는 석조 건축물 전체는 하나의 조각품이자 대단한 예술작품입니다. 보면 볼수록 벌어진 입을 더 크게 벌리게 하는 무늬 하나하나가 다른 조각을 정교하게 짜맞춘 세계적 걸작이 분명합니다. 아주 작은 블록 조각을 떨리는 손으로 쌓아 완성하는 거대한 레고 탑쯤을 연상하면 어떤 모습일까가 머릿속에서 대충 그려질 것입니다.

카주라호는 '에로'사원

안내자는 카주라호를 '에로(eroticism) 사원'이라고 했습니다. 그런 사원을 만들게 된 배경에는 종교적 동기와 원초적 포교비법이 담겨 있었습니다. 자신들이 믿던 희두교를 등지고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그런 신도들을 다시 찾아와 기울어 가는 교세를 부흥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이 사원을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풍만한 가슴을 가진 여인
 풍만한 가슴을 가진 여인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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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어도 얼굴이 붉어지는 오랄섹스
 알고 있어도 얼굴이 붉어지는 오랄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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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정교한 조각들
 아주 정교한 조각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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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주라호 사원
 카주라호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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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전체가 조각품인 카주라호 사원
 벽 전체가 조각품인 카주라호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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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조각
 뜨거운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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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묘묘한 포즈다
 기기묘묘한 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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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볼거리만을 위해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인간 본연의 호기심을 교묘하다 할 만큼 합리적으로 녹여 새긴 포교물이라고 했습니다. 그랬습니다. 건강한 성인이라면 그 누구라도 섹시한 이성을 볼 때, 자기도 모르게 위쪽에서 아래쪽으로 훑어보는 원초적 본성이 발동됩니다. 위에서 시작한 시선이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건 엉큼하고 이상한 게 아니라 아주 건강하게 작동하고 있는 원초적 본능입니다.

카주라호의 조각들이 그렇게 배치돼 있었습니다. 조각 속 여인들은 눈빛만 닿아도 펑하고 터져 나올 것처럼 풍만하고 탄력적인 몸매입니다. 음흉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비추면 애액이 홍수를 이루고 교음이 태풍을 이룰 것 같은 자세입니다. 

위쪽에 있는 선정적 조각들을 살피다 보면 시선은 자연스레 더 자극적인 것을 찾아 아래로 흐르게 마련입니다. 그 아래쪽에 신을 연상시키고, 신을 떠올리게 하는 조각, 신상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카주라호 사원, 하나하나가 조각품이다
 카주라호 사원, 하나하나가 조각품이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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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대단한다
 참 대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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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느껴지는 자세이다
 힘이 느껴지는 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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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봐도 정교하다
 아무리 봐도 정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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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졌지만 충분하다.
 깨졌지만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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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 전체 벽면이 이런 조각품이다.
 사원 전체 벽면이 이런 조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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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틀고 꼰 자세, 참 요염하다
 뒤틀고 꼰 자세, 참 요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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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면 조각
 벽면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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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면 조각
 벽면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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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면 조각
 벽면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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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주라호를 장식하고 있는 조각 속 여인들은 똑바로 서있는 여인이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나 같이 다리를 비비꼬고, 허리를 뒤튼 자세, 이렇게 보면 요염하고 저렇게 보면 성적 유혹을 자극하는 교태가 철철 넘치는 성교 포즈입니다.

99자세에서 69자세까지

그녀들이 취하고 있는 자세는 요가라고 했습니다. '요가'는 '보가'라고 했습니다. '보가'는 인도 말로 '빠구리'라고 했습니다.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빠구리'를 검색해 보니 '성교'를 속되게 이르는 말'로 나옵니다. 결국 요가는 성교를 잘하기 위한 몸 풀이쯤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인간이 성교를 하면서 취할 수 있는 자세는 84가지쯤 된다고 합니다. 그 84가지 자세를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모래알 크기만큼을 떼어내고, 먼지 크기만큼씩을  갈아 조각한 것이 거대한 카주라호를 장식하고 있는 하나하나의 조각들입니다. 

눈으로 보고 있어도 믿기지 않습니다. 그 옛날, 저걸 어떻게 만들었지? 야동은 물론 포르노잡지도 없었을 시절, 저렇게 야한 포즈를 어떻게 상상하며 조각을 했지? 저런 성교자세가 실제로 가능할까? 1000년이 넘는 세월을 어찌 이토록 생생하게 버텼지? 풍화(風化)도 비켜갔나? 

카주라호 사원
 카주라호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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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주라호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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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주라호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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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가 참 풍부하다.
 육체가 참 풍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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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풍만한 여체
 가슴이 풍만한 여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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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간
 수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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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자세가 가능할까?
 이런 자세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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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와 함께라면, 뭐라고 설명하지?
 미성년자와 함께라면, 뭐라고 설명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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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구질을 하는 건 남성용 비아그라와 여성용 벌려그라(?)를 만드는 모습이라고 한다.
 절구질을 하는 건 남성용 비아그라와 여성용 벌려그라(?)를 만드는 모습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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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자세라고 한다.
 69자세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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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벅대는 설명은 카주라호를 19금 유네스코세계문화재로 만들 수 있다.
 버벅대는 설명은 카주라호를 19금 유네스코세계문화재로 만들 수 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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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자세는 전위, 저런 자세는 후위, 이런 성교는 수간(獸姦), 저런 성교는 오랄… 알고 있으면서도 어느새 얼굴이 붉어집니다. 이런 자세가 99이고, 저런 자세를 69라 한다는 것까지를 알 때쯤이 되니 아무리 생각해봐도 성적인 문제는 원초적이고 본능적이라 태고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카주라호는 정말 대단합니다. 하나하나의 조각도 대단하고, 하나하나의 조각을 맞춰 쌓은 건축술도 대단합니다. 조각 하나하나마다 원초적 본능이 들어있고, 조각 하나하나마다 저절로 입술을 깨물게 하는 교성과 교태가 철철 흘러넘치고 있습니다. 때문에 미성의 청소년과 함께 가야 하는 카주라호라면, 카주라호는 멀찍이서 지켜봐야 할 '19금'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이거나 노골적이라 할 만큼 자세히 설명해 주어야 할 진짜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카주라호 사원으로 들어가는 입구 맞은 편에 있는 '전라도밥집' 간판이 한눈에 확들어 옵니다. 84가지 기기묘묘한 성교 자세를 더듬던 머리가 한 순간에 한글 모드로 확 바뀌는 걸 보니 난 어쩔 수 없는 한국인입니다.

카주라호 사원 입구 맞은 편에 있는 '전라도 밥집'
 카주라호 사원 입구 맞은 편에 있는 '전라도 밥집'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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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짧게 다녀와 길게 쓰는 신왕오천축국전>은 '빵! 빵!' 경적 천국 인도, 보복 운전 없는 이유①, 갠지스강 일출, 왜 백두일출이라 부를까요②, 왁자지껄 인도결혼식, 불꽃놀이에 야외에어컨까지③, 카주라호는 ‘19금’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④, 인도에는 누드교도 있다.⑤, 산토스! 한국말 어디서 배웠어?⑥ 순으로 이어집니다.



태그:#카주라호, #인도, #힌두신, #요가 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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