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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운동연합에서 "산으로 향한 박근혜표 삽질에 새정련이 박수치냐"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에서 "산으로 향한 박근혜표 삽질에 새정련이 박수치냐"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환경운동연합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작성한 '설악산 오색삭도 설치 지원 확약서'가 공개되면서 정부와 전국경제인연합회(아래 전경련)가 주도해 추진하고 있는 오색케이블카 사업에 새정치연합이 힘을 실어주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최문순 도지사가 지난 3월 13일 "오색케이블카 설치 사업을 행정적·재정적으로 지원하겠다"라는 내용의 '설악산 오색삭도 설치 지원 확약서'를 양양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지난 7일에는 문재인 대표가 강원도당 관계자들을 상대로 한 간담회에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당 차원에서 추진할 수 있도록 당내 의견을 조정하겠다"라면서 지원 의지를 내비쳤다.

이와 관련해 녹색연합은 국회 앞에서 야당을 비판하는 1인 시위를 벌여왔다. 황인철 녹색연합 평화생태팀장은 13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새정치연합에 면담 요청 공문을 보냈다"라면서 "면담 요청을 거부할 때는 항의 방문과 규탄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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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환경·사회단체들로부터 ▲ 환경 파괴 ▲ 박정희 사위 일가의 44년간 독점 특혜 ▲ 설악산 정상 인근 관광호텔 추진 등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 사업은 지난 2012년과 2013년에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 심의에서 '천연보호구역과 유네스코 생물권 보존 지역에 들어가 있다'는 이유로 이미 두 번이나 거절당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8월에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에서 케이블카 조성 사업을 적극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양양군은 이에 힘입어 설악산 한계령 부근 오색 지구에서 설악산 끝청까지 3.5km 구간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고 지난 4월 환경부에 신청했다. 세 번째 도전이다.

지난 7월에 전경련 주최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지속성장 방안 마련 세미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정부와 강원도 그리고 경제계 등은 설악산 정상 인근에 4성급 이상의 관광호텔 등 숙박시설과 산 정상 레스토랑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 때문에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를 계기로 설악산에 관광호텔까지 지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양양군은 오색케이블카가 설치되면 등산이 어려운 노인과 아동, 장애인 등도 산을 즐길 수 있다는 의견을 고수해왔다. 이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한 관계자는 "현재 시외로 이동할 수 있는 버스 9000대 중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버스는 단 한 대도 없고 도시의 저상버스 역시 부족하다"라며 "장애인의 이동권 현실은 무시한 채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을 명분으로 앞세워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새정치연합이 오색케이블카 사업 추진에 긍정적 의사를 보인 것과 관련해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강원도의 표심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라는 지적이 나온다. 새정치연합은 지난 총선에서 강원도 지역 9석 가운데 한 석도 얻지 못했다. 반면 최문순 새정치연합 강원도지사 후보는 강원도지사에 당선했다. 새정치연합은 최문순 지사의 케이블카 사업 추진에 힘을 실어 내년 총선 강원도 표심을 얻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새정치연합 소속 의원 모두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에 찬성하는 건 아니다. 지난 7월 29일 '케이블카 반대와 산지관광정책 철회를 위한 400인 선언'에 새정치연합 장하나, 은수미 의원이 참여했다. 13일 장하나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오색케이블카의 문제점에 공감한다"라며 "최문순 지사의 확약서 내용은 어느 맥락에서 나온 것인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고,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아직 당 차원으로는 논의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란?
설악산 케이블카는 지난 1971년 8월에 운행을 시작했다. 박정희의 사위이자 '설악관광주식회사' 회장인 한병기씨가 공화당 국회의원이 된지 한 달 만이었다. 설악산은 1965년 11월 5일 천연기념물 제171호로 지정됐고, 1970년 3월 24일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사실상 케이블카 설치가 어려운 조건에서 케이블카 사업 승인이 가능했던 것은 한병기씨가 박정희 전 대통령 사위였기 때문이다.

현재 '설악케이블카(주)'의 대표는 한병기씨의 아들이자 박근혜 대통령의 조카인 한태현씨다. 현재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지난 1971년 박정희-한병기가 추진한 설악산케이블카 사업을 연상시킨다. 부친인 박정희 대통령은 산지개발을 지시하고 특혜를 줬고, 딸인 박근혜 대통령은 산지개발 규제를 풀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설악케이블카의 매출액 99%가 케이블카 운행으로 벌어들이는 돈이다. 지난 2011년 순이익이 46억 원이었으니, 44년간 벌어들인 돈만 해도 수백억 원에 달한다. 환경부에 의해 두 번이나 거절된 사업을 작년 10월에 박근혜 대통령이 '평창 올림픽 이전에 완공하라'는 주문을 내린 이유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일부 시민·환경단체에서는 "설악산 국립공원의 관리에만 연간 83억원 이상이 소요되며 이는 국민세금으로 충당하고 있는데 박근혜 대통령 일가가 소유한 설악산케이블카는 아무런 의심도 받지 않고, 오랜 시간 동안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라며 "박근혜 대통령 일가의 케이블카 사업권 회수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허우진 기자는 <오마이뉴스> 22기 대학생인턴기자입니다.



#설악산 케이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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