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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봄 문익환(1918~1994) 목사의 아들 문성근 국민의명령 대표가 '통일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문 대표는 지난 13일 저녁 경남 진해 진해민방위교육장에서 진해진보연합(대표 이정식) 초청으로 강연했다.

통일운동가였던 문 목사는 '통일이 없으면 민주주의도 없다'며 1989년 평양으로 가서 6․15공동선언의 배경이 된 '4․2공동성명'을 이끌어냈다. 문성근 대표는 "최근 새삼스럽게 <문익환 평전>을 다시 읽어 보았다"며 "그 분이 1989년 왜 평양에 갔을까를 한번 더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1986년 5월 20일 서울대 아크로폴리스 광장에 열린 '5월제' 집회 도중 이동수 학생이 '미제는 물러가라'고 외치며 분신투신자살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고 문익환 목사의 아들인 문성근 국민의명령 대표는 13일 저녁 진해민방위교육장에서 진해진보연합 초청으로 '통일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강연했다.
 고 문익환 목사의 아들인 문성근 국민의명령 대표는 13일 저녁 진해민방위교육장에서 진해진보연합 초청으로 '통일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강연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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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아버지는 집을 나서면서 노모한테 서울대 강연 가신다고 하셨다. 그때 아버지는 학생들한테 절대로 죽지 말라고 부탁하려고 하셨다. '일제 때 독립운동하던 사람들은 일본놈 죽이고 죽었지 스스로 죽은 거 보았느냐'고 하셨다. 아버지께서 강연에서 그 이야기를 하려던 차에 이동수군이 떨어졌다. 그 때 김기식 국회의원이 당시 학생으로 문 목사 옆에 있었던 모양이다. 김 의원에 따르면 문 목사는 '내가 죽어야지 왜 너희들이 죽느냐'며 울면서 시멘트 바닥에서 데굴데굴 굴렀다고 한다.

절망의 상태에서 아이들이 죽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셨다. 그때는 문 목사가 평양에 간 게 그것이 목적인 줄 알았다. 그런데 <문익환 평전>을 다시 읽어 보았다. 1989년 당시 세계 정세는, 소련이 흔들리기 시작하던 시기였다. 남북 분단을 강제했던 냉전시대가 흔들리던 시점이었다. 냉전이 깨지면 남북이 손을 잡고 갈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때부터 중국 시진핑이 들어서기 전까지 기가 막힌 호기였는데, 우리는 미국에 완전히 붙어버린 것이다."

문 대표는 "지금 미국의 패권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남북이 어떻게 손을 잡고 나아갈 것인가, 민족의 미래가 있는가를 판단해야 한다"며 "지금은 우리 대통령이 중국 행사에 참석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미국의 결재를 받아야 하는 상황까지 왔다. 이런 상황은 민족사적으로 범죄행위라 할 것"이라 말했다.

문 대표는 '남북교류 하자고 하면 무슨 퍼주기 하려고 그러느냐'고 하는 사람들한테는 다음과 같이 설득하면 된다고 했다.

"퍼주기라 하면 대화가 안 된다. 북이 없어야 통일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북이 붕괴하면 남이 흡수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북이 망할까. 정권이 망할 수는 있어도 북한이라는 국가는 망하지 않는다. 망할 수 있다고 치자 망하고 나면 어떻게 할 것이냐. 중국이 왜 동북공정을 주장하느냐. 북에 문제가 벌어지면 중국이 차지해도 문제 삼지 말라고 미리 말하는 것이다. 김정은 체제가 무너지고 군인집단지도체제가 되었다고 가정할 경우, 중국의 낙점을 받은 군인이 집권하게 되면 남북관계는 더 힘들어진다."

"황장엽 선생은 중국이 있는 한 북은 붕괴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미혈맹이 있듯이 북중혈맹이 더 강하다. 북에 있는 많은 군인이 모택동 군대를 도왔고, 모택동이 중국을 집권하는 데 개국공신이 되었다. 한국전쟁이 났을 때 모택동이 아들을 보냈고, 그 묘소가 아직 북에 있다. 북이 망한다면 중국이 대한민국이나 미국이 먹는 것을 용인하겠느냐. 우리가 중국하고 싸울 수 있나. 가능성도 매우 낮고 북이 붕괴하더라도 우리가 흡수할 가능성은 지금으로서는 전무하다. 북이 붕괴하면 남북관계 개선의 기회를 잃어 버리게 된다."

"퍼주기라고? 이명박근혜 8년차 북핵 개발 안했나?"

문 대표는 '퍼주기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문 대표는 "북이 핵무기를 만들기 시작한 때가 1993년 YS(김영삼)정부 때다"며 "이명박근혜 8년차에 퍼주기를 안한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북이 핵 개발을 멈추었느냐. 오히려 북핵은 더 소형화, 고도화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노태우 정부가 소련하고 외교관계를 맺기 위해 30억 불을 주었다. 그 때 수교가 필요하기에 야당에서 반대하지 않았다"며 "민주정부 10년간 북에 얼마를 주었다고 퍼주기라고 하느냐"고 덧붙였다.

 고 문익환 목사의 아들인 문성근 국민의명령 대표는 13일 저녁 진해민방위교육장에서 진해진보연합 초청으로 '통일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강연했다.
 고 문익환 목사의 아들인 문성근 국민의명령 대표는 13일 저녁 진해민방위교육장에서 진해진보연합 초청으로 '통일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강연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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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내세운 '통일대박'도 거론했다. 문 대표는 "통일대박 이야기가 나오자 저는 박수를 쳤다. 남북관계 개선하자고 하면 빨갱이라 하는데,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라 하니까 대통령 말을 부정하는 것이냐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문익환 목사가 북과 한 '4․2공동성명'도 설명했다. 그는 "문 목사와 김일성 주석이 만나 통일은 단번에 할 수 없고 단계적으로 하자는 데 합의했다. 문 목사는 북에 문을 두드리려 갔는데 문이 활짝 열어 접점이 생겨버린 것"이라며 "그것이 배경이 되어 김대중 대통령이 남북관계 문을 활짝 열었고, 노무현 대통령은 완전 고속도로 설계까지 합의했던 것"이라 말했다.

"저는 노무현 대통령이 방북했을 때 특수수행원으로 평양에 갔다. 당시 재계도 함께 갔다. 건설협회 임원은 임진강 하구 모래 채취를 하게 해주면 서울에서 신의주까지 고속도로를 놓아줄 수 있다 했다. 당시 대우조선해양 사장도 갔는데, 북에 대형 조선소 2개를 짓자고 했다. 개성공단 같은 걸 북에 5군데 만들자고 하는 등 수많은 합의를 했다.

우리는 그 돈을 북에 묻혀 있는 지하자원으로 받는 것이었다. 그 때 조사를 해보니 북에 지하자원 매장량이 7000조였다. 지금은 국제가가 더 올라 1경이 넘는다고 한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 뒤부터 남북관계가 단절되면서 철강석을 비롯한 지하자원이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다. 북은 나진항을 러시아에 내어주고, 철도 현대화를 하기로 했으며, 그 대가로 지하자원을 준다. 이명박 정부가 해외자원 개발한다고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는데, 우리가 북에 철도 놓아주고 그 돈을 지하자원으로 받았다면 해외 나가서 뻘짓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남북관계 단절은 선거 때문"

문 대표는 "얼마 전 KTX를 탔는데 유라시아대륙을 횡단하는 영상이 나오더라. 철도로 북경과 블라디보스톡을 거쳐 유럽으로 갈 수 있다고 하더라. 그런데 북한은 지도에서 없어지더라. 북한 땅은 영공으로 날아갈 것이냐"며 "남북관계도 경제로 보면 풀린다. 지금은 부산에서 물건 만들어 북경 가는 데 50일 정도 걸린다고 한다. 철도가 놓이면, 소비자 의도를 받아서 바로 보낼 수 있고, 그렇다면 동일 시장이 되는 것이다. 철도만 연결되면 우리 경쟁력은 일본을 완전히 압도할 것"이라 말했다.

그는 "미국 월가는 남북이 합치면 2030년에는 세계 5대강국이 된다고 했다"며 "그런데 남북관계 단절은 선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남북관계를 개선시키지 않는 것"이라 말했다.

"새누리당 지지자는 합리적인 보수와 수구가 있다. 김무성 대표가 미국에 가서 미군을 엎고 다녔던 것은 앞으로 있을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이기려는 의도다. 수구는 결집력이 큰데, 그들의 표를 모아서 후보가 되겠다는 것이다. 군사독재기간 동안 국민들은 세뇌가 되었다. 조선일보는 계속 안보장사를 해왔다. 요즘 보면 남북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칼럼이 실린다. 한국경제가 더 이상 이대로 갈 수 없다고 하는 내용이다. 그런 칼럼에 댓글을 보면 살벌하게 욕설이 달린다. 지금은 자기들이 세뇌해 놓은 독자들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는 구조가 되어 버렸다."

북핵 이야기를 했다. 그는 "우리는 평화가 무너지면 끝이다. 동서냉전이 깨지면서 우리는 러시아, 중국과 수교를 했는데 북은 일본, 미국과 수교를 하지 못했다"며 "지금은 핵보유국이 되었으니 훨씬 더 복잡하다. 문제는 우리가 주도하겠다는 자세, 우리가 동북아의 균형자가 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재미있는 변화가 있다. 전경련 통일위원회가 정부에 남북 경제교류 7대 사업을 제안했다. 개성공단 확대 등인데, 10․4선언의 1/10 정도 수준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어떤가. 조선업계도 어렵다. 핸드폰은 국정원(불법감청사건)이 우리 제품을 쓰지 말라고 전 세계에 홍보하는 셈이 되었다"며 "전경련 제안은 굉장히 의미 심장하다"고 설명했다.

문성근 대표는 강연 마지막에 '온라인 광장․시민의 날개'에 참여할 것을 호소했다. 그는 "시민이 주인 되는 '새로운 시민생활정치운동'이 필요하다"며 "민주진보지향 온․오프결합 초정파 생활정치를 해서 정권교체를 한 뒤 장기집권하자"고 했다.

 고 문익환 목사의 아들인 문성근 국민의명령 대표는 13일 저녁 진해민방위교육장에서 진해진보연합 초청으로 '통일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강연하면서 마지막에 '온라인 광장, 시민의 날개'에 대해 소개했다.
 고 문익환 목사의 아들인 문성근 국민의명령 대표는 13일 저녁 진해민방위교육장에서 진해진보연합 초청으로 '통일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강연하면서 마지막에 '온라인 광장, 시민의 날개'에 대해 소개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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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근#고 문익환 목사#시민의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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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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