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년 만에 쿠바 수도 아바나에 성조기가 게양되고 양국이 외교활동 재개를 공식 선포했다.
AP,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14일(현지시각) 쿠바를 방문해 국교 회복에 따른 대사관 재개설 행사에 참석했다. 미국의 현직 국무장관이 쿠바를 찾은 것은 70년만의 일이다.
이날 쿠바 아바나에서는 미국 대사관 재개설 행사에 맞춰 성조기가 게양됐다. 이 행사에는 존 케리 국무장관과 로드리게스 쿠바 외무장관을 비롯해 양국 정부 고위대표단이 참석했다.
성조기 게양식이 끝난 후 대사관 재개설 행사가 진행됐고, 미국과 쿠바 사이의 외교활동 재개를 공식적으로 선포했다. 이로써 미국과 쿠바는 지난 1961년 단절됐던 국교를 정상화하는 첫 단추를 무사히 끼웠다.
케리 장관은 "이날을 맞을 수 있었던 건 오바마 대통령과 카스트로 의장의 용기 있는 결단덕분"이라며 "역사적인 순간에 함께 해줘 감사하다"고 밝혔다.
게양식에는 지난 1961년 양국의 외교관계 단절 직후 성조기를 하강시켰던 해병대원 3명도 참석했다. 이들은 현역 해병대원에게 성조기를 건네고 게양하도록 한 뒤 경례를 했다.
양국, 인권문제에는 아직 이견대사관 주변에는 성조기가 게양되는 걸 보기 위해 아침부터 수백 명의 시민과 관광객이 몰렸다. 미국 국가가 연주되며 성조기가 천천히 게양대에 오르자 박수와 환성이 터지기도 했다.
아바나에 거주한다는 한 남성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오랜 세월 대립했던 미국과 쿠바 국민 모두가 기다렸던 때"라면서 "(계속해서) 긴밀한 유대관계가 유지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케리 장관은 대사관 재개설 행사가 끝난 후 로드리게스 쿠바 외무장관과 회담하고 경제 제재 해제 등 새로운 관계 정상화를 위한 협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아직 숙제는 남았다. 미국 공화당을 중심으로 쿠바의 인권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경제 제재를 풀 수 없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로드리게스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양국이 이견을 가지고 있지만, 쿠바 정부는 인권 문제를 포함해 어떤 사안에 대해서도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