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애플 대화면 '아이폰6+'에 맞서 '갤럭시 노트5'를 선보였지만, 10만 원대 '레드미(홍미) 노트2'를 앞세운 샤오미에 뒤통수를 맞았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라이벌인 삼성전자와 샤오미가 지난 13일(현지 시각) 나란히 '노트' 신제품을 선보였다. 둘 다 '패블릿(폰+태블릿 합성어)'이라 불리는 대화면 스마트폰이지만 체급은 달랐다. 삼성 갤럭시 노트5가 출고가 100만 원에 육박하는 고가 노트이라면, 레드미 노트2는 10만 원대 저가다.
하지만 레드미 노트2 성능은 50만~60만 원대 중급 제품과 맞먹어 나오자마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끝판왕'에 등극했다. 갤럭시 노트5가 '화면만 커진 갤럭시S6+'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디자인을 앞세운 것도, 결국 샤오미 같은 저가 스마트폰의 약진 때문이다.
[갤럭시 노트5] 크기 구분이 무의미해진 갤럭시S와 노트삼성전자가 지난 13일 미국 뉴욕 링컨센터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행사에서 처음 공개한 갤럭시 노트5와 갤럭시S6 엣지+ (플러스)는 S펜과 듀얼 엣지(양 끝 곡면) 화면을 빼면 성능 차이가 거의 없다.
둘 다 5.7인치 쿼드HD(해상도 2560×1440) 슈퍼 아몰레드 액정 화면을 비롯해 64비트 옥타코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4GB 기본메모리(RAM)와 32/64GB 저장 공간, 1600만 화소 카메라 등 동일한 기본 사양을 갖췄고, 일체형 배터리에 추가 메모리(마이크로SD)을 없앤 것까지 똑같다.
기존 5.1인치 갤럭시 S6에서 후면에 엣지를 주고 화면 크기를 5.7인치로 늘린 '갤럭시 S6+'인 셈이다.
갤럭시 노트4와 달리 일체형 배터리를 사용하면서 제품 두께가 8.5mm에서 7.6mm로 1mm 가까이 줄었고, 제품 폭도 78.6mm에서 76.1mm로 2.5mm 좁아졌다. 무게도 176g에서 171g으로 5g 감량했지만 배터리 용량도 덩달아 3220mAh(밀리암페어)에서 3000mAh로 줄었다. 2550mAh인 갤럭시S6보다는 늘었고 무선 충전도 지원하지만, 착탈식 배터리에 익숙한 기존 노트 사용자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착탈식 배터리-확장 메모리 포기... S펜으로 차별화
지금까지 삼성전자는 주력 스마트폰 제품군을 4~5인치 갤럭시S 시리즈와 5인치 중후반대 갤럭시노트 시리즈로 양분해 왔다. 하지만 기존 5.1인치 갤럭시S6 엣지에서 화면을 5.7인치로 키운 갤럭시S6 엣지+가 등장하면서 화면 크기 구분은 이제 무의미해졌다. 애플 5.5인치 대화면 스마트폰 아이폰6+ 대응 차원이지만, 거꾸로 갤럭시 노트5의 차별성을 줄여 '제 살 깎아 먹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이영희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마케팅팀 부사장은 지난 14일 미국 현지에서 기자들을 만나 "시장 조사 결과 두 제품(갤럭시S와 노트)의 소비층이 달랐다"면서 "갤럭시 노트5는 S펜과 메모 기능에 충성도가 높았다"고 밝혔다. 실제 삼성은 갤럭시 노트5에 화면이 꺼진 상태에서 메모하기나 PDF 문서 위에 필기 하기, 긴 문서도 갈무리할 수 있는 스크롤 캡처 등 S펜 활용 기능을 보강했다.
하지만 S펜뿐 아니라 착탈식 배터리나 메모리 확장 같은 확장성이 계속 유지되길 바라는 기존 갤럭시 노트 팬들에겐 실망을 안겼다. 대화면과 S펜을 활용해 갤럭시 노트를 일종의 워크스테이션(업무용 단말기)처럼 활용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레드미 노트2] 샤오미, 10만 원대 노트로 맞불... 배터리-메모리 확장성 유지
같은 날 중국 스마트폰 1위 업체인 샤오미가 중국 베이징 국립컨벤션센터에서 발표한 레드미(홍미) 노트2가 새삼 주목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레드미 노트2는 5.5인치 풀HD(1920×1080) 액정 화면에 옥타코어 프로세서, 2GB 기본 메모리, 1300만 화소 후면 카메라(전면 500만 화소) 등 기본 성능은 갤럭시 노트5에 크게 못 미치지만 가격은 10만 원대에 불과하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64만 9천 원에 선보인 보급형 스마트폰 '갤럭시A8'과 성능은 비슷한데 레드미 노트2 16GB 기본 모델은 14만 원대, 32GB 프라임 모델도 18만 원대로 1/3에도 못 미친다.
여기에 갤럭시 노트5가 포기한 분리형 배터리(3060mAh)와 마이크로SD 확장 슬롯도 그대로 유지했다. 낮은 가격 말고도 새 갤럭시 노트5에 실망한 사용자들을 끌어들일 유인을 더 제공한 것이다.
삼성은 오는 20일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삼성 페이' 국내 서비스에 맞춰 갤럭시 노트5와 갤럭시S6 엣지 플러스를 국내 시장에서 함께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샤오미는 이보다 앞서 16일 중국에서 레드미 노트2를 출시했다. 그나마 당분간 한국 시장에 샤오미 스마트폰 출시 계획이 없는 게 삼성에겐 위안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