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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아이들을 돕던 '배트맨' 봉사활동가의 사망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아픈 아이들을 돕던 '배트맨' 봉사활동가의 사망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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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넘게 배트맨 복장을 하고 불치병 어린이를 위해 선행을 베풀어 온 미국의 한 사업가가 교통사고로 안타깝게 숨졌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각) 미국 메릴랜드주 경찰은 '29번 도로의 배트맨'으로 유명한 레니 로빈슨(51)이 전날 밤 메릴랜드 헤이거스타운의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로빈슨은 '배트 모빌'로 불리는 자신의 승용차가 고속도로 운행 중 멈추자 밖으로 나와 엔진을 살펴보던 중 뒤쪽에서 달려오던 다른 승용차가 그의 차량과 충돌하면서 사고 현장에서 숨졌다.

청소 회사를 운영하며 큰돈을 번 로빈슨은 2007년부터 배트맨 복장을 하고 메릴랜드주와 워싱턴 D.C.의 병원을 돌며 불치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에게 선물을 주고 함께 놀아주는 봉사활동을 펼쳐왔다.

그의 선행은 3년 전 워싱턴 D.C.와 메릴랜드주 볼티모어를 연결하는 29번 도로에서 배트맨 복장을 하고 운전하다가 교통법규 위반으로 경찰에 적발되는 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그 이후 로빈슨의 신원이 공개되고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을 부담으로 여긴 로빈슨은 "아이들이 배트맨을 좋아해 이 옷을 입는다"라며 "삶을 위해 싸우는 어린 환자들이야말로 진정한 슈퍼 히어로"라고 강조했다.

로빈슨은 매년 수만 달러의 사비를 들여 어린이에게 선물할 장난감을 구입했고, 최근에는 회사를 매각한 뒤 봉사활동에 전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를 당하기 전 인근 주유소에서 자신을 알아본 어린이에게 선물을 준 것이 그의 마지막 봉사였다.

로빈슨이 봉사활동을 위해 방문했던 볼티모어 시나이 병원의 조셉 와일리 박사는 "어린 환자들은 로빈슨이 진짜 배트맨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무척 좋아했다"라며 "그의 봉사는 아이들의 투병 생활에 큰 도움이 되었다"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아내와 자녀 셋을 둔 평범한 가장인 로빈슨은 "내가 어린이들을 웃게 하고, 감동을 준다면 (많은 돈을 버는 것보다) 아주 큰 성공을 거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배트맨 봉사활동을 외국의 어린이 환자를 위해 확대할 목표를 갖고 있었다.

로빈슨의 죽음이 알려지자 지역 사회는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메릴랜드주 경찰은 성명을 통해 "3년 전 고속도로에서 진정한 슈퍼 히어로를 만났을 때를 떠올리면 미소가 지어진다"라며 "모두가 그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태그:#레니 로빈슨, #배트맨, #봉사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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