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낮 마을사람들이 가꾸는 텃밭에 다녀왔습니다. 이곳은 원래 논이었지만 농사짓기가 힘들어진 주인이 마을사람들에게 나누어서 빌려주고 있습니다. 15평방미터 넓이 땅 한 조각을 한 해 동안 빌려서 사용하는데 3천 엔을 냅니다. 다른 곳에 비해서 비교적 싼 편입니다.
일본에서는 최근 자신이 먹는 푸성귀는 자신의 손으로 가꾼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마을 가까이에 있는 논이나 땅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빌려주는 곳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접근성이나 수도 시설 따위에 따라서 값 역시 천차만별입니다.
땅을 빌려서 푸성귀를 가꾸는 사람들은 대부분 정년퇴직을 한 노년층이 많습니다. 비록 푸성귀를 가꾸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자신이 직접 푸성귀를 가꾸어서 먹는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강합니다.
가꾸는 푸성귀 역시 여러 가지입니다. 시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도 있지만 그다지 볼 수 없는 특이한 것을 가꾸는 사람도 있습니다. 특히 지금 정년퇴직을 하는 노년층은 일본에서 전후 어려운 시절을 겪은 사람들입니다. 따라서 어려서부터 농사일을 경험한 경우도 있어서 비교적 농사짓는 일 역시 적극적입니다.
농사 기술은 최근 인터넷이나 여러 가지 매체를 적극 활용하여 수집하기도 합니다. 가꿀 푸성귀를 고를 때에도 자신의 취향이나 가족들의 선호도에 따라서 고르기도 합니다. 한 할아버지는 자신의 손자가 수박을 좋아하기 때문에 수박을 일부러 가꾼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감자, 고추, 딸기, 부추, 배추, 무, 호박, 참외, 토마토, 쓴오이, 고구마, 바질, 차즈기, 콩 따위 여러 가지 푸성귀를 가꿉니다. 가끔 밭 가장자리에서는 포도나무를 심어서 가꾸는 사람도 있고 백일홍이나 노란코스모스, 비비추 따위 꽃을 키우는 사람도 있습니다.
땅에 씨앗을 뿌리고, 가꾸어서 수확하는 일은 스위치를 켜서 가전제품을 작동시키는 것과는 다릅니다. 싹이 트기를 기다려야 하고, 물을 주어야 하고, 벌레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여러 가지로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시간과 자연이 주는 해택에 자신이 적극 동참했다는 기쁨 역시 작지만은 않습니다.
참고문헌> 정재민 외, 한국의 민속식물-전통지식과 이용, 국립수목원, 2013.12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