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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 의견은 법정 진술보다 검찰 진술에 우월한 증명력을 인정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어서 동의할 수 없다."
"다수 의견은 무죄추정 원칙에 반하고 증거 재판주의에 정면으로 어긋난다."
"다수 의견은 원심의 심리를 나무라기는커녕 그것을 옹호하고 공소사실에 대한 불완전한 증명에 따른 위험을 검사가 아니라 오히려 피고인 한명숙(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부담시키기까지 했다."

대법관 13명 중 5명이 낸 반대 의견의 일부다. 이들은 무죄 추정 원칙과 증거 재판 주의 등 주요 원칙을 내세워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주심인 이상훈 대법관을 포함해 이인복·김용덕·박보영·김소영 대법관이 내린 결론은 한 가지다. 한명숙 의원에 대한 혐의는 파기하고 사건 심리를 다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머지 8명(양승태·민일영·고영한·김창석·김신·조희대·권순일·박상옥)의 대법관들은 한 의원의 유죄를 확정했다. 2010년 7월 기소된 지 5년, 2013년 9월 상고한 지 약 2년 만에 나온 판결이다. 한 의원은 이날 판결과 동시에 의원직을 잃고 2년의 실형을 살게 됐으며 공직선거법 규정에 따라 향후 10년간은 선거에 출마할 수 없게 됐다. 

[찬성 8명] 친분과 통화 기록 등 정황 증거 인정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을 확정받은 한명숙 전 총리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동료의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나서고 있다.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을 확정받은 한명숙 전 총리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동료의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나서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판단이 엇갈린 이유는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진술을 바라보는 시각차였다. 분양대금 편취 혐의로 구속된 한 전 대표는 검찰 수사 도중, 2007년 3월부터 8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9억여 원의 돈을 한 의원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이를 바탕으로 검찰은 지난 2010년 7월, 한 의원에게 한 전 대표로부터 9억여 원을 받은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하지만 1심 재판에 나온 한 전 대표는 말을 바꾼다. 9억여 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긴 했지만 한 의원에게 정치자금으로 제공한 것이 아니라 한 의원의 비서 김아무개씨에게 빌려주거나 공사 수주를 위한 로비 자금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1심 재판부는 한 의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돈을 건넨 동기가 불순하고 허위로 진술했을 여지를 높게 판단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한 전 대표의 검찰 진술의 신빙성이 높다고 인정해 징역 2년과 추징금 8억8000만 원을 선고했고, 대법원은 이날 원심을 확정했다.

다수 의견은 한 전 대표의 진술이 번복됐음에도 평소 친분과 통화기록 등의 정황 증거를 폭넓게 인정했다. 이들은 ▲한 전 대표가 검찰 수사 당시 이미 다른 증거가 확보된 상황에서 추궁을 받아 진술한 것이 아니라, 한 의원에게 돈을 줬다고 먼저 진술한 뒤 금융자료 같은 다른 증거들을 제시했다는 점 ▲한 전 대표의 비자금 관리를 맡은 비서의 일관된 진술  ▲ 한신건영이 부도가 난 뒤 한 의원이 한 전 대표를 병문안 간 사실 등이 유죄의 근거가 됐다.

특히 한 전 대표의 1억 원 수표를 한 의원의 동생이 전세금으로 사용한 사실이 유력한 증거로 제시됐다. 한 의원의 동생은 이 수표를 전세자금으로 썼는데, 한 전 대표와 한 의원 동생은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 

이 수표는 결국 대법원이 한 전 대표가 1심 법정에서 한 진술보다 검찰 단계에서 했던 진술을 믿을 수 있다고 판단하는 근거가 됐다. 또 한신건영이 부도가 난 뒤 한 의원 측이 한 전 대표에게 2억 원을 반환한 정황이 드러난 점도 한 전 대표의 신빙성을 높였다고 판단했다.

[반대 5명] "재판 진술 믿어야... 신빙성 부족"

반대 의견의 요지는 한 전 대표의 검찰 진술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검찰 진술 당시 사용처가 불분명한 비자금의 정당한 사용 내역을 밝히지 못하면 횡령죄로 처벌받을 수 있었다"면서 "수사 협조 대가로 경영권을 되찾겠다는 생각을 품고 있어 허위나 과장된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들 대법관은 진술 과정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이들은 한 전 대표가 7개월이 넘는 기간 수십 차례에 걸쳐 검찰 조사를 받았지만 1회의 진술서와 5회의 진술조서 외에는 어떤 조사를 받고 어떤 진술을 했는지 알 수 있는 자료가 전혀 없는 등 증거수집 과정이 수사의 일반적인 형태를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1차 수수 3억 원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증거가 확보됐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2, 3차로 받았다는 6억 원에 대해서는 신빙성이 뒷받침되지 않았다고 봤다. 특히 ▲비자금 장부는 입수 경위가 의심스러운 점 ▲사용처가 한 의원으로 적시돼 있지 않다는 점 ▲한 전 대표 비서의 진술도 막연한 추측이라는 점을 이유로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이런 이유로 사건을 다시 심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반대 의견 마지막 부분이다. 형사 재판의 기본 원칙과 법원의 존재 이유까지 언급했다.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명제와 증거 재판주의 원칙을 그저 헛된 구호에 그치게 해서는 안 된다. 유죄 인정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증거는 증거 능력뿐만 아니라 증명력에 대해서도 가능한 치밀하게 따져 봄으로써 비록 진범이 처벌을 면하더라도 적어도 무고한 사람은 처벌받지 아니하도록 하는 것이 형사재판의 기본 원칙이고 법원의 존재이유이기도 하다."


#한명숙 의원#불법 정치자금#대법원 전원합의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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