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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10월 4일 인천시 서구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4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석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북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 2014년 10월 4일 인천시 서구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4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석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북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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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사태를 수습하고 관계개선의 출로를 열기 위해 노력할 의사가 있다."

결국 지난 20일 오후 북한의 포격이 끝난 직후, 김양건 대남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이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 앞으로 보낸 이 서한이 남북 고위급 접촉을 끌어내는 단초가 됐다.

당시 정부는 이 서한을 일축했다. 북한이 포격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한편, 김 비서의 서한 10분 뒤에 총참모부가 "20일 오후 5시부터 48시간 내에 대북 심리전 방송을 중지하고 모든 수단을 전면 철거할 것과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군사적 행동을 개시할 것"이라고 위협하는 전통문을 보냈기 때문이다. 우리 측 대응을 교란시키려는 '화전 양면'전술로 규정했다.

그런데 북한은 21일 오후 4시에 다시 김양건 비서가 김관진 실장에게, 판문점 남북연락관 채널을 통해 판문점에서 1:1로 만나자는 제안을 해왔다. '현재 진행되는 남북관계 상황에 관련된 모든 것에 대해 논의하자는 것이었다. 북한 체제 문제를 직접 겨냥하는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당장의 필요성과 함께, 군사적 긴장이 장기화할 경우 북한 정권이 온 힘을 다해 준비하고 있는 10월 10일 당 창건 70주년 기념행사에도 악영향을 줄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김관진 실장은 오후 6시에, 김 대남비서가 아니라,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최측근이자 군부 서열 1위인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만나겠다며 수정제의를 했다. 결국 '청와대 안보실장 대 북한군 총정치국장'이라는 '격'을 맞추려 한 것이다.

북한은 22일 오전 황 정치국장은 자신과 김양건 비서가 나갈 테니 남에서 김 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나오라고 수정제의를 했고, 김 실장이 동의한다며 '오후 6시 판문점에서 만나자'고 수락하면서 남북고위급 접촉이 열리게 됐다.

결국 지난 20일에는 김 비서의 '관계 개선'의사를 거부했던 정부가 이틀 뒤 그의 비서의 직접적인 접촉 제안을 수용한 것이다. 이는 남북의 '강 대 강'대결로 군사적 긴장이 심화하면서, 국내는 물론 중국 등 해외에서 '자제와 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들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사태 초기 '대화'의사를 밝힌 김 비서의 서한이 정부가 북한과의 접촉에 나설 수 있는 '명분'의 하나가 됐다.

정부 관계자는 "김 비서의 서한이 이번 접촉이 성사되는 실마리가 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북 언론 신속 보도, '괴뢰' 아닌 '대한민국' 호칭

이번 접촉은 박근혜 정부에서 세 번째 고위급 접촉이다.

지난해 2월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원동연 북한 통일전선부 부부장이 만났고, 같은 해 10월 황병서 총정치국장, 최룡해 비서, 김양건 비서가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차 인천을 방문해 김관진 실장과 당시 류길재 통일부 장관, 홍용표 청와대 통일 비서관 등과 회담한 바 있다. 결국, 김 실장과 홍 장관, 황 정치국장과 김 비서는 10개월 만에 재회하는 셈이다.

남과 북 집권자의 최측근 안보책임자들이 만난다는 점에서 이번 접촉은, '강 대 강 구도'를 대화 국면으로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하지만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지뢰폭발과 포사격 사건에 대한 북측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으나, 북한은 두 사건 자체를 "남측이 조작한 것"이라고 부인하면서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원장은 "남북이 주장하는 팩트가 다르므로 접점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하지만 북에서 최고위급인 황병서 국장과 김양건 비서가 나온다는 점에서 나름의 카드를 갖고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장은 다음 고위급 접촉 일정만 잡아도 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도 이번 고위급 접촉 내용을 신속하게 보도해 이번 접촉에 의미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의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후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 황병서 동지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 당중앙위원회 비서 김양건 동지가 22일 오후 조성된 현 사태와 관련하여 대한민국 청와대 국가안보실 김관진 실장,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판문점에서 긴급 접촉을 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이제까지 주로 박근혜 정부를 '괴뢰'라고 불러온 북한이 '대한민국'이라고 표현한 것이 눈에 띈다. 이번 접촉에 대한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태그:#남북 고위급 접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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