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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당신은 세월호 침몰 당시 7시간 동안 행방불명되었던 박근혜 대통령 이야기를 알고 있지요? 이 이야기를 할 때는 고 최태민의 사위 정윤회 이름이 나온다는 것을. 청와대 비선라인을 언급할 때 등장한 인물이오. 일본 <산케이>가 그 시간 박 대통령이 정윤회와 있었다며 '박근혜의 남녀관계'를 보도했다가 가토 타츠야 당시 서울지국장이 고소당하기도 했소.

박 대통령의 아버지 고 박정희에 대한 구설수도 참 많았소. 겉으로는 근대화의 기수라는 별명을 갖고 농촌운동을 일으킨 검소한 이미지의 대통령이지만, 밤에는 다른 모습이었다고요. 소위 안가에 연예인들을 불러들이고 측근들과 함께 '부어라 마셔라 즐겨라'를 참 좋아했다는. 그가 주검이 되었던 그 현장에도 심아무개란 가수가 있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소.

여보! 섹스 스캔들과 대통령, 참 구미가 당기는 주제인 듯하오. 금기시 되어있는 우리나라에선 그저 가십거리일 뿐이지만 미국은 다른 것 같소. 성인잡지 <허슬리>의 발행인 래리 플린트가 쓴 <섹스, 거짓말, 그리고 대통령>(메디치 펴냄)은 '섹스 아래 하나 된 나라(One Nation Under Sex)'를 말하고 있소. 섹스가 지배하는 정치를 알아야 한다는 저자의 말은 이렇소.

"미국은 섹스 아래 하나 된 국가라는 것을 인식하게 될 때 비로소 미국인들은 국기에 대한 맹세를 실천하여 모두를 위한 자유와 정의를 성취할 수 있을 것이다."(본문 377쪽)

뷰캐넌 대통령과 킹의 동성애 때문에 남북전쟁이?

책 <섹스, 거짓말, 그리고 대통령> 표지
 책 <섹스, 거짓말, 그리고 대통령> 표지
ⓒ 메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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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책을 읽으며 저자의 단호한 주장과 같이 섹스를 가린 채 미국역사를 읽을 수 없다는 생각을 했소. 역대 대통령과 그 주변에서 일어난 섹스 스캔들이 굵직굵직한 정치사를 바꾸어 놓았다면 어쩌겠소. 미국의 남북전쟁이라든가 9·11테러 사건 등이 당시 미국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과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오.

역사가 조너선 네드 카츠(Jonathan Ned Katz)는 19세기에 동성애는 '입에 담아서도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소. 그러나 미국의 15대 대통령 제임스 뷰캐넌(James Buchanan, 1857~1861 재임)의 동성애는 비밀이 지켜지지 않았다오. 뷰캐넌 대통령과 윌리엄 루퍼스 킹(William Rufus King) 부통령의 동성애는 당시 테네시 주지사 애런 브라운이 '뷰캐넌과 그의 아내'라고 말할 정도로 공공연한 것이었소. 둘은 다 총각으로 지냈소.

뷰캐넌은 노예제도를 없애기 위해 남부를 치는 것에 반대했소. "남부 사람들은 고귀한 기사도 정신을 소유했다. 그런데 누가 감히 이들을 도륙해서 노예제도를 폐지하겠다는 것인가?"(87쪽)라는 그의 발언에서 알 수 있소. '남부 사람들이 우월계층'이란 뷰캐넌의 생각은 어디서 나온 걸까요? 이런 '미스터리'는 킹과의 동성애를 점검하면 걷힌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소.

킹은 남부 앨라배마 주 출신으로 노예 소유주였소. 뷰캐넌이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정치적 멘토였소. 킹은 젊은 멘티에게 노예제도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심어주었던 것이오. 대통령이 된 뷰캐넌은 노예제도가 존속되는 것을 도우며 32년 동안의 동성애 관계를 유지했던 것이오. 노예제도를 유지시키는 게 사랑의 증표쯤으로 생각한 거지요.

여보! 뷰캐넌의 노예제도 사수 정책은 처절하기까지 했소. 쿠바를 또 하나의 노예 소유주로 미국에 편입하고, 남부의 노예 수요를 충족하게 하였소. 이런 노예제도 확대 음모는 맹비난을 받았고 남부와 북부를 더 분열시키고 말았소. '건국의 아버지들이 흑인을 열등한 계층으로 간주했다'며 대법원에 노예제도 존속에 유리한 판결을 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소.

"또 판결은 서부의 비노예주에서 노예제도가 확산되는 것을 막았던 의회가 부과한 모든 규제를 무효화했다. 이 판결은 남북 간 전쟁의 위협을 한층 높여서 경제가 곤두박질쳤다. (중략) 뷰캐넌 대통령은 내각에 남부 인사를 더 많이 임명하여 노예제 반대 세력이 주장하는 음모론에 무게를 싣었다."(본문 88쪽)

<시카고 트리뷴>은 뷰캐넌의 인사정책을  "반역행위를 저지른 반역자들을 계속하여 장관으로 재임시킨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라고 비난했소. 박 대통령의 비선라인이 정윤회라는 주장을 담은 뉴스가 섬뜩한 이유가 여기 있소. 뷰캐넌은 미국보다 애인 킹의 생각이 더 관심사였던 것 같소. 뷰캐넌을 이은 링컨은 고귀한 생명 60여만 명을 잃는 남북전쟁을 치르고야 노예제도를 폐지할 수 있었소. 저자는 뷰캐넌과 킹의 동성애를 남북전쟁의 원인으로 지목하는데 주저하지 않소.

클린턴과 르윈스키의 섹스 스캔들 때문에 9·11 테러가?

영화 <왝더독>(1997, 배리 레빈슨 감독) 스틸컷, 더스틴 호프만이 섹스 스캔들에 휘말린 대통령 스탠리 못스 역을 맡아 연기했다.
 영화 <왝더독>(1997, 배리 레빈슨 감독) 스틸컷, 더스틴 호프만이 섹스 스캔들에 휘말린 대통령 스탠리 못스 역을 맡아 연기했다.
ⓒ 뉴라인 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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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더 흥미로운 이야기도 있소. 제42,43대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Bill Clinton)과 르윈스키의 섹스 스캔들은 우리도 잘 아는 바가 아니오. 저자는 이렇게 도전하오. '르윈스키 스캔들 때문에 9·11 테러가 가능했는가?'라고.

클린턴은 9·11 테러가 있기 전 1998년 12월 알카에다가 항공기를 납치하여 테러를 계획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소. 이때 클린턴 대통령은 백악관 인턴 르윈스키와 섹스 스캔들로 의회의 탄핵을 받는 등 곤욕을 치르고 있었소. 어떻게 하면 지옥 같은 르윈스키 스캔들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게 클린턴 부부의 고민거리였지요.

보고를 받은 클린턴은 정보당국에 빈 라덴 사살과 테러 기지를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렸소. 그러나 정보당국이 대통령의 명령에 불복종했소. 정보당국은 당시 대통령이 스캔들에 쏠린 관심을 분산하기 위해 테러 위협을 너무 과장하고 있다고 판단했소. 자신의 섹스 스캔들을 가리려고 엉뚱한 명령을 내렸다는 생각이었는데 이게 오판이었던 것이오.

여보! 클린턴은 재직 시에 오클라호마시티 폭탄테러, 우편폭탄테러, 사우디아라비아 코바르탑 테러, 애틀랜타올림픽 직전 테러 등 수없는 테러를 겪었소. 이런 테러들이 정보당국의 무감각을 키웠고, 대통령이 명령했는데도 윌리엄 코언 국방장관은 '이 작전은 비현실적'이라며 시행하지 않았소. 저자는 르윈스키 스캔들 때문에 9·11 테러를 막지 못했다는 의문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하오.

"대통령은 이 스캔들 때문에 업무에 집중하지 못했다. 대통령 보좌관은 '대통령은 분명히 업무를 보고 있는데 집중하지 못했다. 매우 피곤해하거나 넋이 나간 사람처럼 보였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이 스캔들의 와중에 군과 국가안보 수뇌부는 변호사들과 다투며 대통령을 만났다." (본문 366쪽)

미국 정보당국이 대통령의 명령을 시행하지 않은 것은 영화 <왝더독>(1997, 배리 레빈슨 감독)이 현실화한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을 정도요. 대통령 선거를 2주일 앞둔 현직 대통령이 걸스카우트 학생을 성추행했다는 혐의로 고발되오. 매스컴은 이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하오. 백악관은 스캔들을 잠재우기 위해 알바니아와 전쟁을 했다는 가짜 뉴스를 배포하오. 선거 국면은 현직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뒤집히고요.

여보! 이 영화는 당시 클린턴과 르윈스키 스캔들과 관련해 화제가 되었소. 우리나라는 간첩사건 날조나 북풍조작이 심심치 않은 데 미국은 좀 다르오. 미국 정보기관은 스캔들 무마용 혹은 과잉대응이라 여겨 빈 라덴에 대처하지 않았으니 말이오. 그러나 그게 9·11을 방관한 결과가 된 것이오.

그래도 고무적인 건 미국의 정보기관은 대통령이 자신의 스캔들을 숨기려는 의도(사실은 아니지만)를 가만히 두고 보지 않았다는 것이오. 우리의 정치사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오. 책은 미국 초기부터 클린턴 추문까지 대통령 주변의 섹스 스캔들을 거침없이 말해주오. 저자는 '미국정치의 아랫도리'를 다뤘다고 말하오. 아직은 다뤘다간 명예훼손의 올가미를 피할 수 없는 우리나라와는 대조적이어서 더 흥미롭소.

덧붙이는 글 | <섹스, 거짓말, 그리고 대통령>(래리플린트 외 지음 / 안병억 옮김 / 메디치 펴냄 / 2015. 8 / 432쪽 / 1만8500 원)

※뒤안길은 뒤쪽으로 나 있는 오롯한 오솔길입니다.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의 오솔길을 걷고 싶습니다. 함께 걸어 보지 않으시겠어요. 이 글에서 말하는 ‘여보’는 내 아내만이 아닙니다. ‘너’요 ‘나’요 ‘우리’입니다.



섹스, 거짓말, 그리고 대통령 - 래리 플린트가 말하는 어둠의 미국사

래리 플린트 & 데이비드 아이젠바흐 지음, 안병억 옮김, 메디치미디어(2015)


태그:#섹스, 거짓말, 그리고 대통령, #래리 플린트, #데이비드 아이젠바흐, #뷰캐넌, #클린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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