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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헝가리 부다페스트 중앙역 폐쇄를 보도하는 BBC 뉴스 갈무리.
헝가리 부다페스트 중앙역 폐쇄를 보도하는 BBC 뉴스 갈무리. ⓒ BBC

헝가리 정부가 수도 부다페스트 중앙역을 폐쇄하며 서유럽으로 가려는 난민을 막아섰다.

AP,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헝가리 교통 당국은 지난 1일(현지 시각) 부다페스트의 중앙역인 켈레티 역사를 잠정 폐쇄하고, 서유럽 국가를 오가는 열차 운행을 전면 중단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날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로 가기 위해 수백 유로의 거금을 주고 티켓을 구입한 후 열차를 기다리던 난민 수천 명은 갑작스러운 역사 폐쇄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성난 난민들은 "더 나은 삶을 위해 떠나고 싶다"라고 울부짖으며 항의 시위를 펼쳤다.

헝가리 정부는 켈레티 역사 주변에 경찰을 대거 배치해 난민들을 통제했고, 일반 시민만 역사 출입을 허용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난민이 역사 진입을 시도하자 경찰이 이를 막아서며 충돌하기도 했다.

앞서 헝가리는 일부러 경계를 풀고 서유럽으로 가려는 난민들의 열차 탑승을 허용했다. 최근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독일로 오는 난민을 모두 수용하겠다고 밝히자 헝가리가 난민 수용 책임을 떠넘긴 것이다.

하지만 서유럽 국가들은 헝가리가 유럽연합(EU) 회원국에 들어오는 난민은 처음 도착한 국가에서만 망명 신청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 더블린 규약을 어겼다며 반발했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헝가리에서 오는 난민을 돌려보내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헝가리 정부는 난민들의 철도 이용을 전면 금지하며 통제에 나섰다. 하지만 이마저도 유럽 국가 간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솅겐 조약을 어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모든 난민을 수용하겠다는 방침이) 더블린 규약에 혼선을 줬다는 것을 인정한다"라면서도 "유럽 국가들이 난민을 나눠서 부담하지 않으면 솅겐 조약이 위태로워 진다"라며 헝가리 정부를 비판했다.

밀려드는 난민에 쪼개지는 유럽

올해 들어 시리아, 리비아,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내전과 가난을 피해 사상 최대 규모의 난민이 유럽으로 향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국가들은 난민 수용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며 사태를 방치하고 있다.

헝가리는 난민들이 유입되는 세르비아와의 국경 지역을 막기 위해 175km에 달하는 철조망을 설치하고 있다. 슬로바키아 정부도 "대부분 난민이 (정치·사회적 이유가 아닌) 경제적 이유로 망명을 신청하고 있어 돌려보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EU는 독일의 주도 아래 29개 회원국이 인구, 경제력, 실업률 등을 고려해 난민을 배분해 수용하는 '난민 쿼터제'를 추진하고 있으나 각 국가의 이해 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며 합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BBC는 "EU가 오는 14일 난민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긴급 내무·법무장관 회의를 열기로 했지만 해결책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며 "EU의 대응이 밀려드는 난민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전망했다.


#헝가리#난민#더블린 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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