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으로 가려다 헝가리에서 발이 묶인 난민 수천 명이 대규모 시위를 펼치고 있다.
AP,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 2일(현지 시각) 헝가리 정부가 수도 부다페스트 중앙역을 폐쇄하고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 서유럽 국가로 가는 열차 운행을 중단하면서 역사 앞은 거대한 난민촌으로 변했다.
앞서 헝가리는 난민들의 서유럽 열차 탑승을 허용했다가 유럽연합(EU) 회원국에 들어오는 난민은 처음 도착한 국가에서만 망명 신청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 더블린 규약을 어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헝가리 정부가 열차 운행을 중단하고 역사를 폐쇄하자 서유럽 행 열차를 타기 위해 온 난민들이 역사 앞에서 텐트를 치고 노숙하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이들은 "독일로 보내달라", "자유를 달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열차 탑승을 촉구했다.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도 무분별한 난민 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 검문을 강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리스, 이탈리아 등에는 수천 명의 난민이 새로 도착하면서 유럽의 난민 대란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이날 그리스의 에게 해 섬에 상륙한 난민 4200여 명이 그리스 본토에 도착했고, 이탈리아 지중해에서도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던 난민 800여 명이 해안 경비대에 구조되어 이탈리아 본토로 옮겨졌다.
내전이나 가난을 피해 아프리카, 중동을 탈출한 난민들은 그리스나 이탈리아에 도착한 뒤 헝가리, 마케도니아, 세르비아 등 동유럽 국가를 거쳐 최종 목적지인 서유럽으로 가려고 한다.
난민 대란 놓고 독일-영국 갈등 악화 사상 최대 규모의 난민이 몰려들고 있지만, 유럽은 난민 수용을 놓고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특히 독일과 영국 정상은 난민 대란을 놓고 설전을 주고받으며 외교 마찰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앞서 EU 회원국들이 인구, 경제력, 실업률 등을 고려해 난민을 배분해 수용하는 '난민 쿼터제'를 추진하고 있는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독일은 모든 난민을 다 받아들이겠다"라며 다른 국가들의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독일이 주도하는 난민 쿼터제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힌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최대한 많은 난민을 받아들이는 것이 해결책은 아니다"라며 난민 수용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그러자 독일 정부도 "영국이 난민 수용을 계속 거부한다면 양국 관계가 흔들릴 것"이라며 "(난민 수용을 거부하면) 영국 정부가 요구하는 EU 협약 개정 협상을 도울 이유가 없다"라고 맞섰다.
캐머런 총리는 영국이 EU로부터 더 많은 권한과 보조금을 가져올 수 있도록 협약 개정을 요청하고 있으며, 만약 통과되지 않을 경우 국민 투표를 통해 EU 탈퇴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이처럼 유럽 국가들이 난민 수용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목숨을 걸고 유럽으로 건너온 난민들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불안한 날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