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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서 해외 전화가 왔다. 아들은 캐나다 토론토에서 어학공부를 하고 있는 유학생이다. 올해 초에 교환학생으로 미국 뉴욕에 가서 봄 학기를 마치고 캐나다에 가서 한 학기 공부를 더 하고 있다. 자식이 멀리 떨어져서 혼자 밥해 먹고 있으니 걱정이 많다.

나는 교환학생으로 간다기에 말렸다. 얼른 졸업하고 취업이나 하라고 했으나 아내가 적극적으로 교환학생으로 갔다 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취업시험에서 점수를 더 주어 취업하기가 좋다는 것이다. 누가 그것을 모르는가. 나는 은퇴를 해버리고 돈도 못 버는데 아들 해외유학 보내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서들 넘은 아들 둘이 취업준비중이라는 친구

 2일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에서 열린 '2015 지-밸리(G-Valley) 채용박람회'에서 구직 희망자들이 면담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2일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에서 열린 '2015 지-밸리(G-Valley) 채용박람회'에서 구직 희망자들이 면담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요즈음 취업이 어렵다고들 한다. 그래서 더욱 걱정이다. 내년에는 아들놈도 취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할텐데, 올해·내년이 더욱 어렵다고 하니 걱정스럽다. 우리 세대들의 공통적인 걱정거리가 자식들의 취업문제다.

은퇴한 친구들에게 자식들의 취업문제를 물어볼 수도 없다. 대학졸업하고 취업공부를 한다고는 들었는데 취업했다는 말은 도통 들리지 않는다. 친한 친구에게 그래도 넌지시 물어보았다.  그 친구는 대학을 졸업한 서른 넘은 아들 둘이 취업준비중이다.

"오늘 아침에 아들 둘하고 밥 먹으면서 보니 아들 놈들도 늙어가더라."

그는 웃으면서 말했지만 마음 아픔이 웃음으로 표현된 것이다. 취업도 못하고 부모에게 용돈받아 쓰며 늙어가는 아들 모습이 안타깝다는 말 아니겠는가. 또한 친구는 30이 넘어 취업도 못하고 있는 아들하고 갈등이 많다는 이야기를 했다.

나는 젊은 세대들이 취업 하기 어려운 현실을 보면서 원인은 컴퓨터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사람들의 일자리를 컴퓨터가 빼앗아 가버렸다. 나는 금융권에 근무하다가 은퇴하였다. 70년대 초반에 금융권에 들어갔는데 한 지점에 보통 직원들이 30명은 되었던 것 같다. 모든 일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니 사람의 손을 많이 필요로 했다.

그러나 지금의 금융권은 ATM기가 있어 고객들이 스스로 처리해 버리고 스마트뱅킹, 인터넷뱅킹이니 해서 고객들이 은행에 갈 필요도 없다. 앞으로는 점포와 직원이 필요없는 핀테크은행이 생긴다고들 않는가. 모든 업종이 금융권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람의 일이 컴퓨터, 컴퓨터를 내장한 로봇으로 대체되어 간다.

가끔 쓸데없는 생각들이 떠오르고는 한다. 1800년대 초에 영국에서 일어났던 러다이트운동을 생각해 보았다. 당시에는 산업혁명이 진행중이어서 노동력을 대신할 새로운 기계가 발명되고 보급되었다. 그러면서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되고 지금처럼 젊은세대들이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노동자들은 실업과 취업의 어려움을 기계의 탓으로 돌리고 기계파괴운동을 일으켰다. 러다이트운동은 기계파괴운동이었다. 그렇다고 우리도 모든 취업의 어려움이 컴퓨터때문이라고 컴퓨터를 파괴하고 몰아낼 수는 없다. 어찌 지금에 와서 발전된 문명을 뒤로 돌릴 수 있다는 말인가.

내 아들이 '3포세대'로 사는 것, 원치 않아

 20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이재영 사장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LH 경기지역본부에서 임금피크제도에 대한 직원설명회를 열고 있다. 현재 1·2급 상위직에 대해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있는 LH는 정부의 노동개혁과제에 맞춰 이달 안에 전 직원으로 임금피크제를 확대할 방침이다.
20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이재영 사장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LH 경기지역본부에서 임금피크제도에 대한 직원설명회를 열고 있다. 현재 1·2급 상위직에 대해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있는 LH는 정부의 노동개혁과제에 맞춰 이달 안에 전 직원으로 임금피크제를 확대할 방침이다. ⓒ 연합뉴스

불쌍한 청년세대들이다. 이들은 성장기에는 아버지세대인 우리세대보다 잘 먹고 좋은 환경에서 자랐지만 대학을 나오고부터는 답답한 삶을 살고 있다. 취업이 안 되니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고 해서 '3포세대'라 한다. 나도 내 아들이 '3포세대'로 살아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

언론에 젊은이들이 한국을 떠날려고 '이민계'를 든다는 기사가 나왔었다. 댓글을 읽어보니 '떠날 테면 떠나라, 노력도 안 해 보고 취업이 안 된다고 그러느냐' 하는 식으로 젊은세대를 나무라는 목소리가 난무한다.

사실 우리세대에 취업걱정 하였는가. 그때는 고등학교만 나와도 취업이 다 되었었다. 필기시험만 보고 합격하면 되었다. 그러나 요즈음은 서류전형, 적성검사, 1차면접, 임원면접으로 보통 4번이다. 피를 말리는 시험 과정이다. 보통 2만명이 접수를 해서 200명~300명이 최종합격한다. 사실 지금 젊은이들 우리보다 더 노력하고 고생한다는 것 인정하자.

물론, 임금피크제가 청년 일자리 대책이 아니라 "기업들의 비용절감 대책"이고 "정부가 청년취업의 책임을 부모세대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하는 주장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나는, 우리 기성세대들이 자식세대들에게 일자리도 나누고 조금 양보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뾰족한 방법이 없는 것 같다.

기업은 인건비 예산한도 내에서 인사 채용을 검토할 것이다. 그렇다면 임금피크제를 하여 절약된 인건비로 신규채용을 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정부에서도 청년취업문제를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삼고 추진하고 있고 기업에서도 호응을 해주어 올해 많은 신규채용을 하겠다고 하는 것을 보니 조금 마음이 놓인다.

우리 기성세대는 우리 자식세대들이 좋은 환경에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고 돌보아야 한다. 우리 자식들이 취업하고 결혼해서 손자도 낳고 하면 우리 기성세대들의 짐도 덜어지고 즐거운 일 아니겠는가.


#취업#청년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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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여행에 관한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여행싸이트에 글을 올리고 싶어 기자회원이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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