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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사의 밥상 도랑골 손맛집 가는길
 추사의 밥상 도랑골 손맛집 가는길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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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품목 농업인 연구회 소속 예산군 우리 음식 연구 회원이 운영하는 '도랑골 손맛집'을 찾았습니다. 덕산과 합덕 구도로 길을 가다가 보면 우측에 고덕 사과농원이 보이고 바로 옆에 도랑골 손맛 이정표 푯말이 눈에 들어옵니다. 전원 숲 속의 도랑골 손맛 집에서 추사 밥상도 맛보고 싱그러운 내음이 코끝에 솔솔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이 길을 걸으면 콧노래가 나올듯합니다.

도랑골 손맛집에 들어서면 비스듬한 언덕길에 줄지어 피어나는 꽃들이 손님을 반기네요. 멀리서 보면 가정집 같기도 하고 도대체 이런 아름다운 전원 숲 속에서 어떤 분이 살까? 약간 궁금하기도 합니다. 저는 차를 입구에 주차하고 올라갔는데 바로 집 앞까지 자동차를 몰고 갈 수 있습니다.

눈앞에 보인 깔끔한 가정집은 바로 그 유명한 도랑골 손맛집이랍니다. 이곳 2층에는 방문객이 며칠 동안 전원 숲속에서 며칠 동안 푹 쉴 수 있는 현대식 숙박 시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오늘은 아스파라거스 앞에서 활짝 미소를 짓는 도랑골 마님이 차려주시는 추사 밥상을 맛보려고 합니다. 이곳에서 직접 재배하는 신선한 채소와 전원 속에서 자연 방사하는 토종닭으로 음식을 만들기 때문에 예약 주문을 해야합니다

오늘의 특별 메뉴는 추사 밥상에요. 추사는 조선후기의 서예가 화가, 추사 김정희 선생님의 호를 인용했습니다. 그 이유는 추사 선생님은 생전에 채소로 만든 담백한 음식을 좋아하셨다고 합니다. 추사 선생님이 태어나신 추사 고택은 예산군에 있고 추사 밥상 차림 또한 기품있는 선비가 받을 만한 상차림으로 정갈합니다.

       도랑골 손맛집 입구에 피어나는 꽃
 도랑골 손맛집 입구에 피어나는 꽃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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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보면 평범한 음식 같지만, 자세히 보면 어딘가 다른 식재료로 만든 음식들이 있습니다. 오늘의 음식 주제는 박으로 만든 박나물과 박잎 쌈 그리고 주인의 손맛이 베인 배 깍뚜기, 사과동치미, 두릅, 곰취 짱아지들입니다. 도랑골 마님은 음식 재료에 대해 하나하나 친절하게 설명해주십니다. 특히 살코기로만 만든 한방 돼지고기 수육을 묵은 김치에 싸 먹는 맛은 일품입니다.

특히 이집에서 직접 기른 토종닭에 녹두와 대추 등 약재를 넣어 만든 보양식 백숙은 국물맛이 담백하고 시원합니다. 녹두를 듬뿍 넣은 이유는 우리 몸속의 독을 풀며 간을 건강하게 하고 눈을 맑게 하며 마음을 안정시키고 위를 이롭게 합니다.

도랑골 마님이 정성들여 차린 추사 밥상은 신선한 유기농 채소와 맛과 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몸에 좋은 음식과 식사 시간 내내 즐거운 대화로 몸과 마음의 '힐링'까지 느끼게 합니다. 이곳 바깥 마당쇠님의 구수한 입담 또한 손님을 맞는 최격의 서비스랍니다. 조선 시대에 추사 김정희 선생님께서 선비들과 모여 시조를 읊은 것처럼 문인들이 이곳을 찾는다고 합니다.

아로니아를 넣어 만든 보랏빛이 도는 밥과 시골에서 직접 만들어 주는 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닭알도 보입니다. 눈에 좋은 아로니아와 완두콩을 넣어 만든 밥을 박잎에 싸서 먹는 맛이란, 신선한 공기처럼 마음속까지 청정해지는 느낌입니다. 두릅, 곰취 짱아지도 짜지 않고 향긋한 향기가 그대로 묻어납니다.

    아스파라거스 앞에서 활짝 웃는 도랑골마님
 아스파라거스 앞에서 활짝 웃는 도랑골마님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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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정원에서 따온 복숭아와 배, 사과, 방울토마토 그리고 박으로 만든 박정과가 후식으로 나왔네요. 나무에서 금방 따온 듯한 사과도 있습니다. 식사 후에 이 집 정원을 한 바퀴 둘러 보았는데요. 땅에 닿을 듯이 주렁주렁 달린 사과나무 그늘 아래에 놀던 닭들이 낯선 사람을 보고 흩어져 도망을 갑니다.

앗, 추사 밥상에서 맛본 쫀득한 감칠맛이 돌던 그 박나물의 주인공 박이 여기저기 사방에서 자라고 있어요. 박나물이 맛있다는 것을 이 집에서 처음 알았답니다. 박은 식물성 칼슘이 풍부해 벼에 좋고 박의 찬성분은 가슴의 열을 내려준다고 합니다.

이 집 연못에는 연꽃이 자라고 모기 유충을 잡아먹는 미꾸라지들도 많고 닭들이 덥다고 연못의 물을 마시고 있습니다. 도랑골의 친절한 주인께서 연못에 있는 연밥을 맛보라고 따주셨습니다. 땅콩처럼 생긴 이 속에 있는 아주 작은 파란 싹은 먹지 않아야 쓴맛이 안 난다고 일러 주네요. 저는 연밥이라고 해서 연 잎사귀에 싼 밥으로만 생각했는데 이 집에서 처음 연못 위의 연밥을 먹어 보았네요.

이 집에는 봄부터 가을까지 피어나는 꽃들로 아름답고 하얀 설경 속의 멋진 모습을 상상합니다. 사계절 중 언제가 제일 좋으냐고 묻는 방문객의 질문에 이 집주인은 가을이 참 좋다고 자랑합니다.

아직 푸른 감들이 주렁주렁 달린 감나무들도 있고 사과, 배, 대추 과일 나무들도 많습니다.
이 집 주인은 서울에서 태어나 살다가 19살에 자연 속 생활이 그리워 이곳에 터를 잡고 살게 되었다고 합니다. 오래 전 두 분은 젖소와 과수원을 하셨습니다. 특히 우리 음식에 관심이 많은 마님께서는 시군에서 운영하는 '예산군 우리음식 연구회'에 가입하여 본격적인 향토음식 교육에 참여 하는 등 많은 연구 노력 끝에 2013년 진흥청 지원 사업으로 농가 맛집에 선정되었습니다. 이곳 터전에 집을 짓고 도랑골 손맛집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 채소로 만든 추사밥상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 채소로 만든 추사밥상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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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서 직접 기른 토종닭으로 만든 녹두백숙
 집에서 직접 기른 토종닭으로 만든 녹두백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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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 바깥 주인은 아름다운 정원과 채소를 재배하고 안주인은 도랑골(마을 이름) 손맛으로 음식을 만들어 귀한 손님에게 대접합니다. 두 분과 한참 대화를 나누다가 보니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순박한 두분의 모습이 나그네의 마음을 평온하게 합니다. 질그릇처럼 투박한 바깥분과 정갈한 음식으로 손님을 맞는 안주인의 조화로움이 이 집을 다시 찾게하는 마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배와, 포도, 복숭아는 봉지를 씌우기 때문에 유기농사가 가능하다는 주인의 농사 이야기와 추사 김정희 선생님 일화로 시간가는 줄 몰르고 놀았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주인께서 갑자기 배밭으로 들어가더니 배를 뚝뚝 따서 봉지에 담아 앞장서서 차 있는 곳으로 내려갑니다.

사람이 행복하게 살아갈수 있는 것은 이처럼 사람 속에서 꾸밈없는 정을 나누고 살아가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늘 찾고 싶은 고향집 같은 도랑골을 다시 찾아와도 늘 변함 없이 반겨주는 사랑 가득한 두분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공기좋고 물 맑은 곳에서 하루이틀 편하게 쉬면서 심신의 힐링 장소가 될수 있는 예산군 고덕면에 있는 도랑골 손맛집을 추천합니다.


태그:#추사의 밥상, #도랑골 손맛집, #청년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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