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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6일 중앙위원회 의결을 앞둔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안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입니다. 이에 오승용 전남대 5·18연구소 연구교수가 혁신안과 관련한 글을 보내와 싣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와 관련 반론을 포함한 다양한 논쟁글을 기다립니다. [편집자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당무위원회의에서 혁신위원회 김상곤 위원장, 조국 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 대화하는 문재인 김상곤 조국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당무위원회의에서 혁신위원회 김상곤 위원장, 조국 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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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말하자.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의 혁신안에 대한 평가는 이제 불필요하다. 혁신안의 내용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전에 이미 정치적 프로세스에 혁신안이 던져졌기 때문이다. 혁신안은 문재인 대표 재신임 논란에 연동된 부속물이다. 100일 동안 고생한 혁신위로서는 다소 억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혁신위 구성 자체가 주류에겐 선거패배 출구전략, 비주류에게는 주류를 공격할 힘과 명분을 축적할 시간을 벌어주는 일종의 타협책이었기에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다. 혁신위가 1차부터 10차까지의 혁신안을 발표하는 동안에도 이러한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물론 그 100일의 '숙려 기간' 동안 혁신안이 제대로 논의될 구조와 상황을 만들지 못한 혁신위와 당 지도부도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짚어야 할 것은 짚어야 한다. 기록으로 남겨야 다음 논의와 행동이 가능하다.

혁신안, 미래를 조직했는가?

이미 평가가 의미 없어진 지금, 우리는 혁신안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이에 대한 필자의 기준은 간단하다. '혁신안은 새정치연합의 미래를 조직했는가?' 미래를 조직한다는 말을 단순히 미래세대, 청년을 조직한다는 의미로 협소하게 받아들여선 안 된다. 세대적 의미뿐만 아니라 정치적 의미까지 포함해야 한다. 새정치연합을 지지하지 않던 국민들이 장차 새정치연합을 지지할 수 있는 명분과 이유를 만들었는가? 그 기준에서 보면 혁신안은 썩 성공적이진 못한 것 같다.

현재의 정당지지구도는 야당이 승리하기 매우 어려운 조건과 상황이다. 그렇지만 선거 공간에서 투표로부터 배제됐거나 투표에 무관심했던 유권자를 조직할 수 있다면 현재의 경쟁구도를 흔들 수 있다.

지난 19대 총선 출구조사결과에 따르면, 연령별 전국 투표율은 20대 45.0%, 30대 41.8%, 40대 50.3%, 50대 64.6%, 60대 이상 69.7%였다. 18대 총선에 비해 20대와 30대의 투표율이 증가했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20대 투표율은 28.1%, 30대 35.5%, 40대 47.9%, 50대 60.3%, 60대 이상 65.5%였다. 2012년 대선에선 50, 60대의 급증과 몰표를 통해 박근혜 후보가 당선됐다. 20·30세대가 야권 성향을, 50·60세대가 여권 성향을 보이는 것은 역대 선거에서 나타난 일반적 흐름이었지만, 최근에는 20·30대의 보수화와 50대 86세대(80년대 학번 60년대생)의 보수화 경향이 심화됐다.

이는 단순히 고령화의 효과라기보다는 정치적인 이유가 더 크다. 이전의 지지를 철회하거나 변경할 이유가 생겼다는 뜻이다. 이유는 분명하다. 야당이 여당보다 훨씬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야당을 지지하는 50대 유권자가 있지만, 이들 중 현재 야당을 보며 투표장에 가야겠다고 결심할 유권자가 얼마나 될까?

현 시기 가장 강력한 야권지지 성향을 보이는 세대는 40대지만, 40대는 유권자 수가 상대적으로 적고, 투표참여율이 50대와 60대에 비해 낮다. 내년 20대 총선에서 40대 유권자를 구성하는 이들은 세칭 '86세대'가 아니라 '포스트 86세대'들이다. 따라서 20, 30대와 50대의 보수화 경향을 진정시킬 대책, 40대의 투표참여와 지지확대를 유인할 대책이 필요하다. 새정치연합에 이 대책이 있는가? 혁신위는 이 대책을 제시했는가? 1차부터 10차의 혁신안을 다 훑어봐도 찾기가 어렵다.

오픈프라이머리는 수용 불가능했는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왼쪽)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능인선원에서 열린 개원 30주년 봉축기념 대법회에서 굳은 표정으로 나란히 앉아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왼쪽)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능인선원에서 열린 개원 30주년 봉축기념 대법회에서 굳은 표정으로 나란히 앉아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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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의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취지가 단순히 청와대의 공천개입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새누리당의 의도를 절반만 아는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 새누리당이 오픈프라이머리 제도를 도입하려는 취지는, 개방적 성향을 지닌 20~40대가 새누리당의 후보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확대하려는 것이다.

이것이 왜 중요한가? 정당에 대한 접촉은 참여를 확대시키고, 해당 정당에 대한 지지 가능성을 높인다. 한 연구에 따르면, 지난 19대 총선에서 유권자의 정당접촉 비율이 기존 17%에서 40%로 늘어났고, 정당에 대한 직·간접, 온·오프라인 접촉이 증대할수록 유권자와 정당의 연계가 질적으로 확대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권자가 자신이 접촉한 정당에 지지를 표시하기 위해 투표에 참여할 개연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오픈프라이머리의 제도공학적 장단점을 들며 갑론을박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이 제도의 도입을 통해 국민들에게 어떤 신호(메시지)를 줄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100% 국민공천단'을 도입할 거였으면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데, 왜 혁신위는 머뭇거렸을까? 누구 말처럼 스마트폰이야 '친노'와 '비노'할 것 없이 다 갖고 있지만, 국민공천단으로 표집될 실제 모집단의 성향도 과연 차이가 없을까? 청와대의 공천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외치는 김무성과 모바일경선과 시민공천배심원제를 혼합한 국민공천단 제도를 내세우는 문재인 중 국민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새정치연합의 공천제도가 과연 새정치연합의 미래(새로운 유권자와의 접촉 확대)를 조직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새정치연합의 과거(열린우리당 시절 '모바일 부대'?)를 조직하기 위한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이런 공천제도가 정치적 무관심과 회의주의에 빠진 20~50대의 지지를 조직화하기 위해, 투표장으로 발길을 옮길 수 있는 유인책이 될 수 있을 것인지도 포함해서 말이다.

혁신안들의 명암

물론 이런 말을 하면 혁신위 관계자는 당장 "민생복지정당 노선 확립,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당론화, 민생연석회의 신설, 을지로위원회의 전국위원회화, 지방분권정당으로의 변화, '청년당' 강화"와 같은 매우 중요한 혁신안들을 내놓았다고 응답할지 모르겠다. 맞다. 중요한 혁신안들이고, 응당 평가해줘야 할 부분이다. 이 글이 비평이다 보니 충분히 칭찬해주지 못하는 것이 미안할 따름이다.

그러나 민생복지정책의 주요 수혜계층은 주로 50·60대 이상의 장년층과 노년층일 수밖에 없다.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들인 공력에 비해 선거에서의 소득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복지, 연금, 정년연장 등 새정치연합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은 새정치연합 지지층의 이해관계와 다소 거리가 있거나, 새롭게 지지층으로 끌어들여야 할 이들의 이해관계와 친화성이 떨어진다.

필자는 문재인 대표의 '튼튼한 안보정당론'이 민생복지정책으로 50대 이상 기성세대로부터 얻은 점수를 한번에 날리고도 남을 잘못된 정책방향이라는 소신에 변함이 없다(물론 이 부분은 혁신위의 책임은 아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 공론화는 매우 의미 있는, 이전 제안보다 진일보한 것이지만, 혁신위의 정치력이 부족했다는 평가는 피할 수 없다. 첫 단추부터 의원정수 확대논란에 휩싸여 논점을 일탈해 버렸고, 지역구와 비례대표제 비율을 정하는 문제에 있어서도 의견통일을 이루지 못했다. 권역별비례대표제가 오픈프라이머리와 함께 묶여 새누리당과의 '빅딜' 목록에 오른 것도 결과적으로 패착이었다.

특히 당내에서 게리맨더링을 하더라도 농촌 지역 대표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윽박지르는 등 권역별비례대표제와 정반대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왔던 것은 최악이었다. 이런 시대착오적인 주장을 봉합하는 데 혁신위가 어떤 논리를 제공했는지 모르겠다.

애초 농촌의 지역구가 과대대표됐던 것은 정치적 이유도 있지만(여촌야도), 60, 70년대 국가 전체 산업과 부가가치 생산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반영된 결과다. 인구감소 부분은 차치하더라도 지금 농림수산업은 전체 산업종사자 비율 5% 미만, 전체 산업 중 부가가치 비중 3.3%에 불과하다. 정치적 대표는 1인 1표, 표의 등가성이라는 원칙에 덧붙여 국가의 사회경제적 현실과 미래전략에 기초해 할당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혁신위가 전통적 지지지역의 이해에 갇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지난 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당의 혁신안에 대한 입장을 말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지난 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당의 혁신안에 대한 입장을 말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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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혁신위가 제시한 전략공천 유지에 동의한다. 여당에 맞서 전략적 유동성을 확보해야 하는 야당 입장에서 전략공천제도를 무조건 폐지하자는 주장은 현실과 유리된 이상론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혁신위는 국민들을 어떻게 설득했어야 할까? 전략공천제도 존속 다음에 등장했어야 할 이야기는 전략공천의 목적과 가치, 주체였다. 그들은 곧 당의 미래, 당의 전략, 당의 정책 목표를 상징하는 이들이고, 이들 항목에 맞는 전략공천의 방향과 가이드라인이 필요했다. 그런데 이 부분을 생략하고 전략공천위원회 구성으로 넘어가 버렸다.

혁신위는 을지로위원회의 전국위원회화라는 중요한 화두를 잘 던졌지만, 정작 당 을지로위원회 실무자가 을(계약직)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을 낳았다. 이 사건으로 이 혁신안은 무용지물이 되었고, 혁신위는 물론 새정치연합의 정책에 대한 신뢰는 무너졌다.

청년위원회의 청년당 전환 등 청년문제에 대한 적극적 대응을 천명했지만, 정작 청년공천의무비율 10%는 지난 19대 총선 청년공천 비율 14%보다도 낮은 것이어서 이것이 청년공천 비중을 확대하자는 것인지 축소하자는 것인지 헷갈리게 했다(아마추어리즘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누가 봐도 청년 줄세우기일 뿐인 청년비례대표제 폐지 언급이 없었던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혁신위는 지방분권정당으로의 변화를 위해 시도당의 공천권한을 강화하자고 했으나 중앙당과 지역위원회를 매개하는 임시정거장 수준의 시도당에 공천권을 부여하는 것은 현재의 시도당 현실에서는 다소 부정적이다. 전략공천 20%나 국민공천단제도 운영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는 의견도 있다.

시도당 강화는 지역구와 비례대표 공천이 권역별(시도별)로 이루어지는 제도의 도입 없이는 실효성을 담보하기 힘들다. 또 지역위원장의 지방선거 공천권을 제어할 제도적 장치나 상위 권한 설치 없이는 시도당 강화가 이루어질 수 없고, 그럴 경우에도 시도당위원장이 해당 광역자치단체장으로 가는 디딤돌이 될 수 있어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국민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나는 혁신위가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성공했다고도 보지 않는다. 성공 여부를 평하는 기준은 각자 다를 수 있지만 나의 기준은 앞서 이야기한 '미래 조직화' 여부와 함께 '흥행 여부'에 있다. 국민의 마음을 읽어야 흥행이 된다.

예컨대, '현역의원 20% 공천배제안'이 꼭 필요한 조치고, 고심의 산물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국민들 눈높이에서 보면 '겨우 20%냐'는 의견이 더 많았다. 지난 19대 총선 의원 교체율이 약 40%였으니 적어도 그 정도의 제안을 해서 논란거리를 만들고 국민의 지지를 조직화했어야 하지 않을까? 더 과감하고 파격적인 안이 나오지 않고 다소 절충적이고, 수세적으로 혁신안을 내놓았던 것이 결과적으로 혁신안 논의는 온데간데없고 대표 재신임 논란으로 전환돼 버린 당내 상황이 만들어진 원인을 제공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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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ㅣ박순옥 기자

덧붙이는 글 | 오승용님은 전남대 5·18연구소 연구교수입니다.



태그:#새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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