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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는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마련한 고정 언론칼럼으로 매주 한 번 <오마이뉴스>에 게재됩니다.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하면서도 한국사회의 언론민주화를 위한 민언련 활동에 품을 내주신 분들이 '시시비비' 필진으로 나섰습니다.

앞으로 김동민(한양대 강사), 김성원(민언련 이사), 김수정(민언련 정책위원), 김언경(민언련 사무처장), 김은규(우석대 교수), 김택수(법무법인 정세 변호사), 박석운(민언련 공동대표), 서명준(언론학 박사), 안성일(MBC 전 논설위원), 엄주웅(전 방통심의위원), 이기범(민언련 웹진기획위원), 이병남(언론학 박사), 이용마(MBC 기자), 이진순(민언련 정책위원), 정민영(변호사), 정연우(세명대 교수)의 글로 여러분과 소통하겠습니다. - 기자 말

기자협회보 최근 기사 '디지털 혁신, 진화하거나 시작하거나'에 따르면, 미디어 환경이 변화하고 경쟁이 심화되면서 언론사들이 혁신을 통한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뉴스룸 개혁을 실행하고, 통합 CMS(Content Management System) 개발을 통해 작업을 효율화하는 한편 질 높은 온라인 콘텐츠를 생산해 무너지는 온라인 저널리즘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것 같지는 않다. "실질적인 조직 개편이나 인력 충원 없이 현장 기자들만 쪼는 상황에서는 제대로 된 콘텐츠가 나올 수 없다"면서 업무량 증가에 따른 불만이 분출하고 있으며, 수익 창출 방안이 떠오르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기술 진화에 쫓겨 우왕좌왕 말고, 저널리즘 본질 성찰해야

 언론 혁신, 진짜 답은?
언론 혁신, 진짜 답은? ⓒ pixabay

현재 우왕좌왕하며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상태를 본다면 혁신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 같다. 즉자적으로 미디어 기술의 진화에 쫓아가느라 바쁠 뿐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200년을 지탱해온 낡은 저널리즘의 공식으로 무장한 언론사와 아날로그식 취재 및 보도가 몸에 밴 기자들이 이 환경을 극복하려면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형식과 방법이 아니라 '내용'이 중요한데 그것이 없는 것이다.

급할수록 돌아가야 하고, 처음부터 근본적인 문제를 점검하면서 새로운 전략을 짜야 한다. 그 점에서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저널리즘의 본질에 대한 성찰이다. 저널리즘이란 무엇인가? 저널리즘과 역사, 저널리스트와 역사가의 임무는 닮은꼴이다. 영화 <변호인>으로 새삼 관심을 끌었던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상기해보자.

"오늘날 모든 저널리스트들은 여론을 움직이는 가장 효과 있는 방법은 적절한 사실들을 골라내고 배열하는 데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사실은 자기 스스로가 말한다고들 흔히 이야기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물론 이것은 참말은 아닙니다."

카는 역사 서술에서 사실을 숭배하는 역사가들의 실증주의를 비판하면서 이런 얘기를 했다. 기자들도 대부분 사실 숭배의 신앙을 가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실을 보도하는 것이 객관적인 보도라는 신화가 똬리를 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참말이 아니다. 디지털·모바일 퍼스트 환경에서도 기본은 저널리즘의 가치를 실현하는 일이다. 기술은 인간의 필요에 의해 진화하는 것일 뿐 기술이 선도적으로 사회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미디어 기술은 저널리즘의 도구일 뿐이다.

사실보도만 추구하는 것은 저널리즘의 본질을 벗어난 것

그러면 저널리즘의 본질은 무엇인가? 저널리즘의 본질은 세상의 진실을 정기적으로 알리는 것이다. 지금까지 저널리즘은 진실보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보도하고 논평하는 것으로 사명을 삼았다. 그것이 객관적이라는 인식이다. 여기서부터 틀렸다. 정확성은 의무이지 미덕은 아니며, 보도된 사실은 선택된 것이므로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카는 역사의 사실은 역사가의 아프리오리한(선험적-편집자 주) 결정에 좌우된다고 했다, 역사가의 해석이 개입되는 것이며 그래서 "역사가의 주 임무는 기록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치의 재평가에 있다"고 한 것이다. 저널리즘도 마찬가지다. 사실보도를 객관보도로 포장해 공정한 것처럼 위장한 모습으로 상업적 목적을 추구해온 것이 저널리즘의 실체였다.

이제 그것을 바꿔야 한다. '진실 보도'여야 한다. 디지털·모바일 퍼스트는 언론사에게는 위기이겠지만 시민들에게는 기회다. 매개체가 바뀌는 기회에 내용도 시민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것이 언론사가 사는 길이기도 하다. 미디어가 메시지라는 탁견에 비추어볼 때 메시지에 중대한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언론인, 시비지심(是非之心) 발휘해야

결국 핵심은 선택과 해석에서의 공정성에 있다고 할 것이다. 공정성의 원천은 중용(中庸)에 있다. 중용에 대해서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도 강조했지만, 그 개념은 산술적 균형의 중립(neutrality)에 가깝고, 그에 비해 공자의 개념이 보다 더 명쾌하다. 양쪽의 의견을 자세히 들어보고 희로애락의 감정을 억제한 상태에서 이성적으로 판단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희로애락의 감정을 발산할 때는 절도에 맞게 하라고 했다.

이를테면 사법 정의를 짓밟은 검찰과 법원에 대해서는 사사로운 이해 관계를 초월해 분노해야 하고,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썼거나 불행을 당한 사람들을 보고는 슬퍼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맹자가 인간의 본성이라고 했던 시비지심(是非之心)을 발휘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질 높은 콘텐츠다. 누가 살아 남을는지는 자연 선택의 이치와 같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한양대 강사이자 민언련 이사입니다.



#저널리즘#시시비비#진실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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