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0대 그룹 총수로는 처음으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 남소연
롯데그룹이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 99.3%를 차지한 일본 회사 지분을 50% 밑으로 낮추기로 했다. '롯데=일본기업'이라는 한국 국민의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17일 오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호텔롯데 신주 발행을 30~40% 정도 하고 증자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 일본 회사 지분을 50% 미만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호텔롯데 30~40% 신주 발행... 일본 회사 지분 50% 미만으로"호텔롯데 상장시 기존 주주 주식을 일반인에게 파는 '구주 매출'로 할 경우 롯데홀딩스, L투자회자 등 일본 회사에 상장 차익이 모두 돌아가고 세금도 일본에만 낸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앞서 신 회장은 지난 8월 11일 기자회견에서 호텔롯데를 내년에 국내 증시에 상장해 기업 지배 구조를 투명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호텔롯데를 상장하면 시가총액이 13조-20조 원 정도로 예상되는데 공모 범위를 25%로 최소화하면 75% 지분을 가진 기존 주주의 상장 차익이 10조~15조 원에 이른다"면서 "상장 이익은 일본 회사가 다 얻고 한국에 세금을 한 푼도 안내면, 롯데그룹이 일본기업이라는 것만 확인시켜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구주 매출 대신 신주 발행하고 발행 지분도 25% 이상 최대한 확대해야 기업에도 자금이 들어와 투자 여력이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당 김기준 의원도 "신주 공모를 50% 이상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현재 99.3%를 차지한 일본 회사 지분을 50% 미만으로 줄이라는 얘기다.
이에 신동빈 회장은 "(구주 매출이 아닌) 신주 발행으로 하고 (신주 규모는) 30~40% 정도하겠다"면서 "나중에 증자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 (신주 규모를) 50% 이상으로 하고 일본 회사 지분을 50% 미만으로 하겠다"고 답했다.
"증여세 한 푼 안 내고 한국 기업?"... "롯데쇼핑 증여 때 세금 내" 김기식 의원은 "신동빈 회장의 국내 재산이 1조8천억 원으로 추정되는데 한국 국적을 취득한 1996년 이전에 아버지에게 증여 받아 국내엔 증여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면서 "호텔롯데를 상장하면 재산이 5조~10조 원에 이를 수도 있는데 한국에 세금을 안 내면 한국 기업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롯데그룹은 이날 오후 "호텔롯데 상장시 신격호 총괄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쳐 25% 이상이면 한일조세조약에 의거해 차익에 대한 세금은 한국 정부에 납부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신격호 총괄회장이 신동빈 회장에게 롯데쇼핑 주식을 증여할 때도 한국 상속증여세법에 따라 증여세를 냈다고 밝혔다.
다만 상장 차익을 소상공인 발전기금 형태로 지원할 용의가 있느냐는 김기준 의원 지적에 신 회장은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면서 "우리 그룹에서는 상생협력기금으로 2600억 원을 운영하고 있고 연말까지 400억 원을 증자해 3000억 원 정도까지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신 회장은 롯데시네마 매점 사업을 독점해 '총수 일가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불러온 유원실업 문제는 자신이 지난 2012년쯤 정리했다고 밝혔다. 유원실업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딸인 신유미씨 일가가 소유한 사실상 가족 회사다.
신 회장은 "내가 2010년 회장이 되고 첫 번째 한 일"이라면서 "그 부분은 부끄럽게 생각하고 일감 몰아주기로 오해 받을 수 있는 부분은 해소해 왔다"고 밝혔다.
롯데그룹도 이날 "과거 유원실업, 시네마통상, 시네마푸드가 롯데시네마 매점을 운영해왔으나 2013년 2월 28일부로 계약을 종료하고 현재는 롯데쇼핑이 직영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