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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0대 그룹 총수로는 처음으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0대 그룹 총수로는 처음으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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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지만 잘못하면 위기이기도 하다."

5시간에 걸친 '롯데 국감'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위기'보다는 '기회'에 더 가까웠다.

17일 전국 곳곳에서 국정감사가 열렸지만 최대 관심사는 단연 국회 정무위원회였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0대 그룹 '오너'로는 처음으로 증인 출석했기 때문이다. 국회가 롯데 총수 일가 경영권 다툼에서 드러난 불투명한 기업 지배 구조와 각종 불공정행위를 추궁하는 자리였지만 신동빈 회장 자신은 경영권을 '인증'받는 자리이기도 했다.

집중투표제 도입 요구에 "경영하는 사람 마음가짐 가장 중요"

경영권 인증 작업은 첫 답변에서 이미 끝났다. 김영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왕자의 난이 끝났나" 묻자 신 회장은 자신있게 "끝났다"고 답했다. 이어 경영권 분쟁이 재발할 가능성도 없다고 못 박았다.(관련 기사 : 국감 나온 신동빈 롯데 회장 "왕자의 난 끝났다")

하지만 같은 당 김기식 의원은 "광윤사 지분은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더 많고 한국 계열사 지분은 거의 같은데 경영권 다툼이 끝났다는 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면서 "소유 구조는 지분으로 압도하지 못하고 (롯데홀딩스 대주주) 광윤사도 지배 못하는 상태에서 경영권 분쟁 종식될 수 없다"고 따졌다.

하지만 김 의원이 "경영 능력으로 경영권을 안정시킬 자신이 있나"라고 묻자 신 회장은 거듭 "자신 있다"고 답했다. 이어 김 의원이 독립적인 사외이사 선출을 위한 집중투표제 도입 등 지배 구조 개선을 요구하자 신 회장은 "그 질문을 기다렸다"고 반겼다.

신 회장은 "10~15년 전 주주총회나 이사회가 형식적으로 이뤄져 내가 부회장, 회장 되고 거버넌스(지배구조)를 개선해 왔다"면서 "이사회에 막강한 권한을 줘 이사회에서 결정하면 날 해임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정작 집중투표제에 대해선 잘 모른다고 웃으면서 "경영하는 사람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지 않나"라고 말을 돌리는 '여유'도 보였다.

"롯데는 한국기업"... 국회의원까지 '애국심 마케팅' 합작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경영권 분쟁 사태에 대해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경영권 분쟁 사태에 대해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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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이 일본기업이 아니냐는 비판에는 이른바 '애국심 마케팅'으로 맞섰다.

박대동 새누리당 의원이 "한국과 일본이 축구하면 한국 응원하나"라는 묻자 신 회장은 웃으며 "열심히 응원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박 의원이 호텔롯데 지분 99.3%를 일본 기업이 갖고 있는데 주주 배당으로 국부 유출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자 신 회장은 "회장님(신격호 총괄회장) 관심으로 1967년 롯데제과 설립 이후 2004년까지 일본에는 이자도 배당도 한 푼 보내지 않았다"면서 "일본 국세청에서 투자가 아니고 기부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있어 회장님이 어쩔 수 없어 어느 정도 배당해야 한다고 해 2005년부터 시작한 걸로 안다"고 해명했다.

이어 "(아버지가 자신의 고향인) 대한민국에 많이 투자해야 한다며 남은 이익을 재투자해 더 큰 기업을 만들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그렇게 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롯데 시장점유율이 60%에 이르는 시내 면세점 면허 수성에 적극적이었다. 신 회장은 "롯데 면세점은 세계 3위고 우리 서비스업종 가운데 가장 경쟁력 있는 회사"라면서 "면세점 사업자가 갈수록 줄어 세계 5~7개 회사에 집중돼 있는데 몇 년 뒤면 세계 1위도 할 수 있는 서비스업의 삼성전자"라면서 국민의 지지를 호소했다.

국회의원들도 롯데그룹의 '애국심 마케팅'에 한몫했다. 평소 웬만한 대기업 대표 앞에서도 '군기 잡는다'는 비판까지 들으며 큰소리 치던 여야 국회의원들도 신 회장 앞에선 순한 양이었다. 증인석 뒷줄에 앉은 신 회장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앞자리에 앉은 피감 기관장에게 비켜달라는 의원들도 있었다. 다른 증인들처럼 자리에서 일어나라고 하면 될 일이었다.

신동우 새누리당 의원은 삼성물산 주주들이 손해를 감수하면서 제일모직과 합병을 통과시킨 사례를 언급하면서 "(롯데도) 삼성 같은 경영권 위기가 오면 국민 지지를 얻을 수 있겠나"라면서 "롯데가 2기 맞는다, 신동빈 회장은 현대 경영을 배웠으니 돈과 마음을 벌겠다는 생각으로 거래업체와 상생하는 마음을 먹고 가라"고 당부했다.

정무위원장인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도 이날 오후 7시 신동빈 회장을 퇴장시키면서 제2롯데월드 건물에 걸린 대형 태극기 사진을 꺼내들었다. 정 의원은 "(신 회장) 가슴에 태극기가 되새겨지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면서 "제2롯데가 롯데의 상징, 자부심인데 국내에서 신뢰를 잃으면 높은 빌딩을 지어도 무너질 수 있다"고 밝혔다.

친족은 경영 배제한다더니... "아들이 원하고 실적 있으면"

10대 그룹 총수로는 처음으로 국감장에 서게 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7일 오후 국회 본청에 도착하고 있다.
▲ 국감장으로 향하는 신동빈 회장 10대 그룹 총수로는 처음으로 국감장에 서게 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7일 오후 국회 본청에 도착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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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회장은 이날 "롯데그룹은 대한민국 기업"이라면서 "한국 상법에 따라 태어나 세금도 한국에서 내고 있고 근무하는 사람도 대부분 한국사람"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신 회장이 지난 8월 11일 약속한 호텔롯데 상장으로 오히려 일본 기업에만 상장 차익이 돌아가고 한국에는 세금도 한푼 안 낸다는 지적이 나오자, 기존 주주에게 이득이 가는 구주 발행 대신 신주를 발행하고, 일본기업 지분을 99.3%에서 50% 미만으로 낮추겠다고 약속했다.(관련 기사 : 신동빈 "호텔롯데 일본 지분 50% 밑으로 줄일 것")

신격호 총괄회장이 롯데쇼핑 지분을 신동빈 회장에게 넘기는 과정에서 증여세를 한국에 냈다고 해명하긴 했지만, 신 회장이 1996년에야 한국 국적을 취득한 탓에 현재 1조 8천억 원대로 추정되는 재산 형성 과정에 세금 기여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이번 경영권 다툼을 계기로 친족을 회사 경영에서 배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정작 자신의 아들에 대해 신 회장은 "본인이 우리 그룹에 들어오고 싶다고 하고 실적이 있으면 들어와도 된다"면서 "친족이라 배제하는 게 아니고 친족이니까 자동으로 큰 지위를 얻어선 안 된다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결국 그 자신이 '3세 승계' 가능성과 그에 따른 또다른 '경영권 다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은 셈이다.  

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오늘 (국감에 출석해) 많은 것을 얻었을 거다, 경영권도 인정받고 언어도 불편해 통역이 필요할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고"라면서도 "실천이 없으면 진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는 것이니 오늘 약속한 것들을 무거운 마음으로 실천하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태그:#신동빈, #롯데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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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부 기자입니다.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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