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페이스북 페이지와 <오늘의 유머>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학 MT 똥군기'란 제목으로 올라온 사진이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다. 대학 MT(Membership Training)를 찍은 것으로 보이는 사진 속에는, 해병대 군복을 입은 선배 6~7명이 신입생 20여 명을 상대로 엎드려뻗쳐·쪼그려 앉아 뛰기 등 군대 체력단련 활동인 PT(Physical Training) 체조를 시키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사진 속 신입생들은 운동복을 입고 운동화를 신은 채 경직된 표정으로 일명 '기합'을 받고 있고, 아래엔 "MT의 시작은 PT, 비가 오는 관계로 실내에서 가볍게", "올해 조교들은 이번에 복학한 11학번 복학생들" 등 설명이 쓰여있다. 사진들을 올린 게시글에는 "이러려고 등록금 천만 원 냈느냐", "대학까지 와서 이게 무슨 짓이냐" 등 누리꾼들의 비난성 댓글 5800여 개가 달렸다.
이런 '대학 내 똥군기 문화'는 그러나 이 학교만의 일은 아니다. 지난 16일 <오마이뉴스>에도 비슷한 제보가 왔다. 경상북도 지역 A 대학 중, 여학생들이 많은 유아교육과에서도 선·후배 간의 군기(軍紀: 군대 기강)를 잡는 문화가 존재한다는 것. 제보에 따르면 이 학과 2·3·4학년들은 신입생들에게 '90도 인사'를 시키고, 선배 앞에서 치마를 입지 못하게 했다.
익명을 부탁한 해당 학과 학생은 16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신체적인 폭행까진 아니지만, '고발하면 죽는다'는 등 선배들의 언어폭력을 1학기 내내 견뎌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체육대회 때 치어리더를 뽑는다며 후배 세 명씩을 앞에 나가게 해 춤을 추라고 시켰고, 6월 축제 때는 응원하라며 땡볕에 온종일 서 있게 만들어 친구들이 두피에 손상을 입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가 보내온 녹음 파일 내용은 더 심각했다. 여기에는 지난 15일 점심시간, 학과 2학년들이 1학년 전원을 '집합'시킨 뒤 한 명씩 90도 인사를 강제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선배'는 매우 고압적인 말투로 신입생들에게 "(인사) 안 들린다 다시", "차렷(자세)하고 다시 해", "장난하니? 왜 치마 입고 왔어", "인사 거지같이 할 거면 하지 마"라고 말한다.
16분가량의 녹음 파일 주요 내용을 풀어보면 다음과 같다.
"선배들 앞에서 치마 입지 마" 이상한 '집합' 시간... "왜 등록금 내고 이래야 하나""안녕하십니까! ○○대학교 유아교육과 제△△기 유□□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너 말 똑바로 해, 다시." "안녕하십니까! ○○대학교 유아교육과 제△△기 유□□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웃지 마, 너 처음부터 다시 해.""안녕하십니까, ○○대학교 유아교육과 제△△기 김□□…""뒤에 들리니? (청중: 아니요) 다시 해", "너 제대로 차렷하고 다시 해." "너 치마 입었니? (후배: 네) 너 왜 치마 입고 왔어? (후배: 죄송합니다) 장난하나 지금? 너 선배들 말 무시해? 똑바로 안 해?" "야 잡담하지 마, (1학년)임원들부터 다시 해… 그리고 내가 이름은 안 말하겠는데 다 알고 있다, 선배한테 인사 안 하는 애들 다 알고 있어, 엉?""오늘 했던 인사, 교수님 귀에 들어가거나 밖에 누구한테서 다시 얘기 들리든지, 다른 과 애들이 말 꺼내면 이거 다시 한다. 이건 선후배 간의 관계를 확실히 선 긋기 위해 하는 행동이야, 알겠니?" 이 일을 제보한 학생은 이어 "집합시간을 다 지키지 않으면 어떤 체벌을 당할지 모르기에 전원 참석을 해야 한다, 앞으로도 계속 있을 집합이 두려워 자퇴까지 생각했다"라며 "제가 왜 비싼 등록금 내고 이런 폭력에 적응해야 하나, 신입생인 제가 왜 이런 이유로 자퇴까지 고민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취재 결과 이 대학 학과 내부에서도 관련 사항을 숙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학과 관계자는 18일 오전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지금 자세한 사항을 파악 중"이라며 "학과장님도 이 일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매년 입학 철마다 대학 곳곳에서는 여학생이 남자 선배에게 성추행을 당한다든가, MT에서 얼차려 기합 중 후배가 폭행당해 숨지는 사례, 지나친 음주 강제로 인한 사망 사건 등이 발생하곤 한다. 지난 3월 말에는 가톨릭관동대 예비역 학생들이 강릉시 내 번화가에서 속옷 차림으로 군가 등을 부르며 단합 행사를 한 사진이 인터넷에서 논란이 돼 총학생회가 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 5월 '대학교 학교행사 안전관리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학 내 뿌리 깊은 군대 문화가 여전히 남아 있는 한, 교육부의 기대처럼 대학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변화하고 대책을 마련하기란 요원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