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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포럼 초청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
 세종포럼 초청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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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는 '하방'이란 제도가 있다. 마오쩌뚱이 지난 1957년 국가지도자를 키우기 위한 제도로 도입한 것이다. 시진핑 현 중국 주석도 16살부터 7년간 산시성의 량자허촌으로 하방해 토굴에서 7년간 생활했다. 훗날 시진핑 주석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량자허에서 벼룩과 음식(거친 잡곡), 고된 작업과 사상이라는 4대 관문을 통과했다"라고 회고한 바 있다.

시진핑 주석은 7년간의 토굴 생활을 마친 뒤 칭화대를 거쳐 푸젠성과 저장성 성장, 저장성과 상하이시 당위원회 서기 등을 지냈다. 이후 중국 공산당 중앙서기처 제1서기와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중앙당교 교장, 부주석 등을 거쳐 지난 2013년 국가주석의 자리에 올랐다. 한국으로 치면 촌장에서 시작해 도지사를 거쳐 최고 국가지도자가 된 셈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러한 시진핑 주석의 이력을 두고 "시진핑 주석은 말단 지방 관료에서 시작해서 지방, 지역을 안다, 괜히 국가주석이 된 것이 아니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큰 틀에서 고민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가 시진핑 주석을 끌어들인 데는 이유가 있었다. 지금은 '도시의 시대, 지역의 시대'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는 2할 자치거나 중앙정부 출장소거나"

박원순 시장은 지난 17일 오후 8시 지역 중견언론인 연구모임인 '세종포럼' 초청토론회에 참석해 "국가의 역할보다 도시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라며 "중앙정부가 필요하지 않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시민의 삶에 가까이 있는 도시의 시장들이 시민들의 구체적인 삶과 피부에 와닿는 정책을 편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우리나라 중앙정부의 정책은 시행착오일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라며 "그것은 (시진핑 주석과 달리 우리나라 대통령 등이) 지역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시장은 "지방분권이 미래의 정치질서"라고 일갈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를 상기 시킨 뒤 "지역의 경쟁력, 도시의 경쟁력이 국가의 경쟁력이다"라며 "지방정부가 뭐든 잘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가 여러 가지 권한을 지방정부에 주면 도시발전을 통해 국가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우리가 영국과 프랑스를 방문하는 이유는 런던과 파리가 있기 때문이다"라며 "외국 관광객 1200만 명 가운데 80%가 서울에 오는 것도 서울이라는 도시의 브랜드 가치가 있어서다"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만이 아니라 부산, 광주 등의 도시들이 한 도시에 쏠리지 않고 각자 경쟁력을 가진다면 대한민국의 경쟁력도 커질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박 시장은 민선자치 20년의 성과와 관련해 "행정서비스가 양적으로, 질적으로 확대됐지만 많은 분들이 '미성년 수준'이라고 평하고 있다"라며 "제가 경북지사에게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반쪽짜리다'고 했더니 경북지사가 '아니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2할자치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국세 대 지방세의 비율이 '80 대 20'이니까 그렇게 얘기하는 것이다"라며 "송영길 전 인천시장은 '우리나라 지방정부는 완전히 중앙정부의 출장소다'라고도 했는데 중앙정부로부터 예산을 받아서 (사업을) 수행해 주는 출장소에 불과하다는 뜻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박 시장은 "1000만 되는 도시에서 시장이 부시장 1명, 국장 1명을 제 맘대로 늘리지 못하는데 이것이 과연 합리적인가?"라며 "이것이 국가발전을 도모하는 국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지 정말 개탄스럽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10일 부시장을 현행 3명에서 7명으로 확대하고 보좌기구를 14개로 2배 이상 확대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안을 발표해 논란이 일었다.

박 시장은 "이것은 서울시만의 일이 아니라 17개 시도지사가 똑같이 느끼는 상황이고, 중앙정부에 수십 번 요청한 것이다"라며 "제가 (장관을) 만날 때마다 이것을 얘기하는데 마치 제가 채권자이고, 안전행정부장관은 빚쟁이인 것 같다"라고 꼬집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세종포럼 소속 언론인들에게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실시간 물가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세종포럼 소속 언론인들에게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실시간 물가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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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부와 대통령 주재 정책협의체 가동해야"

심지어 박 시장은 "지방정부는 완전히 슈퍼을"이라고도 했다. 그는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와 한번도 상의하지 않고 기초연금이나 무상보육 등을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라며 "그래 놓고 무상보육의 80%를 서울시에서 부담하라고 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박 시장은 "제가 시장에 출마하고 나서 어린이들을 위한 예방접종을 실시하고 싶었는데 폐렴구균이 15만 원이나 해서 못하고 있었다"라며 "그런데 작년에 보건복지부에서 그것을 하겠다고 결정했는데 서울시에서 50%를 대라고 한다"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대통령 공약사업을 실행하면서 지방정부에 이런 것들을 부담시키고 있다"라며 "페르손 전 스웨덴 총리는 '복지국가로 가는 10대 원칙'에서 '지자체에 국가 부담을 떠넘기지 말라'고 했는데 전 국민에 해당하는 보편적 복지는 중앙정부에서 부담하는 것이 맞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 시장은 "이제는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기이고, 지방자치와 분권형 국가가 돼야 한다"라며 "이것이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데 참 크다"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우선 지방소비세를 11%에서 20%로 올려야 하고, 조직은 기준 인건비 안에서 얼마든지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고쳐야 한다"라며 "중앙정부가 어떤 정책을 펼 때 지방정부와 협의할 수 있도록 분기별로 대통령이 주재하는 정책협의체를 가동시켜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특히 박 시장은 지방분권 개헌 운동과 관련해 "헌법에 자치분권을 분명하게 선언해야 한다"라며 "안희정 충남지사도 그것에 강력한 생각을 갖고 있고 저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꿈조차 꾸지 않으면 꿈을 이룰 가능성은 전혀 없다"라며 "그동안 많은 노력과 바람, 연구들이 있었기에 저도 그렇게 주장하게 됐고,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서울시장이 된 것이다, 점점 더 이런 것(자치분권 등)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지난 17일 열린 박원순 서울시장 초청 세종포럼.
 지난 17일 열린 박원순 서울시장 초청 세종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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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연합, 통합과 혁신 두 날개로 가야"

한편 박 시장은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의 당내갈등에도 입을 열었다. 그는 "총선이 눈앞에 왔는데 분열과 퇴행을 거듭하고 있으면 안 된다"라며 "야권 전체가 단결해도 어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통합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다만 통합만으로는 안 되고 혁신이 필요하다"라며 "서울시정이 협치와 혁신의 두 날개로 가고 있는 것처럼 지금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만큼의 확실한 변화와 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박 시장은 "사람들이 여의도를 쳐다 보기 조차 싫어하는 이유는 우리의 삶은 이렇게 절박한데 그것에 제대로 답을 주고 있지 못한 것이다"라며 "추상적인 정치논쟁이나 대안이 아니라 시민들이 삶에 가까이 가는 정책과 이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정치를 펼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박원순#세종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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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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