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헤이 주한 영국대사는 지난 17일 지역 중견언론인 모임인 '세종포럼'과 한 오찬간담회에서 "한국에서 제기되는 '홈플러스 먹튀 매각' 주장을 이해하기 어렵다"라며 "글로벌 회사들이 적당한 시기에 이익을 낼 수 있도록 자유롭게 놔둬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정희 '홈플러스 투기자본에 매각하지 마라 시민대책위' 상황실장이 찰스 헤이 대사의 발언에 반박하는 글을 보내왔다. [편집자말] |
지난 9월 17일, 찰스 헤이 주한영국대사가 '세종포럼' 소속 언론인과의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한 기자가 '테스코의 먹튀 매각'을 질문하자 찰스 헤이 대사는 "(테스코가) 홈플러스에서 이익을 내고 매각하기로 결정했는데 왜 이것을 부정적으로 보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또한 "영국에서는 어떤 노조라도 경영진에게 (기업을) 팔지 못하게 하는 권리는 없다", "국제비즈니스 환경을 성공적으로 유치하기 위해선 글로벌 회사들이 적당한 시기에 이익 낼 수 있도록 자유롭게 놔둬야 한다"라고도 말했다(관련기사 :
"홈플러스 먹튀 매각 주장, 이해하기 어렵다").
홈플러스 노동조합은 지난 2~3개월간 한국사회에서 주요한 쟁점으로 제기된 테스코의 홈플러스 매각문제와 관련, 노동조합의 면담요구에 응하지 않던 영국대사가 언론인과의 간담회에서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채 일방적인 내용을 주장한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노동조합과 한국시민사회단체는 우리의 주장과 요구를 다시 한번 명확하게 밝히며 공식적인 면담과 토론의 자리를 마련할 것을 영국대사관에 제안하고 촉구한다.
찰스 헤이 대사는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가 테스코의 홈플러스 매각을 왜 '먹튀매각'이라고 주장하는지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영국 대사의 주장대로 테스코는 1999년부터 삼성물산과 합작하여 한국홈플러스를 운영해왔으며 성공적으로 기업을 운영해왔고 테스코 본사의 사정으로 매각하게 된 것이 사실이다.
홈플러스 노동조합과 '홈플러스를 투기자본에 매각하지 마라' 시민대책위원회는 테스코에게 '홈플러스를 팔지 말라'는 요청을 한 적이 없다. 본사 사정상 매각이 불가피하다면 공개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매각을 추진하며 노동자의 고용안정과 기업의 지속발전을 보장하는 매각을 추진하라고 주장했을 뿐이다.
직원 고용안정 고려하지 않은 매각홈플러스 매각을 '최악의 먹튀매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첫째, 테스코의 철저한 비밀매각 추진 때문이다. 테스코는 6월 5일 HSBC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한 이후 9월 7일 매각이 완료될 때까지 노조와 언론의 확인 요청에도 불구하고 철저하게 비밀을 고수했으며 입찰에 응한 업체들에게도 비밀유지각서를 요구했다.
테스코가 비밀매각을 고수한 것은 매각추진이 알려질 경우 직원의 고용보장, 매각가격의 적정성, 이후 홈플러스의 경영전망 등이 쟁점화되어 매각가격을 최대화하는 데 어려움이 예상된 것 말고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다.
그 결과 한국에서 최대 규모의 기업인수합병이 비밀리에 진행되었으며 투기적 성격의 사모펀드인 MBK는 비상식적인 고가매입의 덤터기를 썼다. 고가매입의 결과는 테스코의 매각차익을 극대화한 반면 이후 홈플러스 기업운영에 심각한 난관을 조성하게 될 것이다.
둘째, 직원들의 고용안정과 소비자의 권익보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매각이다. 테스코가 홈플러스를 통해 한국시장에 진출한 이후 16년 동안의 경영성적은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홈플러스의 성공은 테스코와 홈플러스 경영진이 잘 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직원들의 헌신과 고객들의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16년 동안 홈플러스의 성장에 기여해온 직원들에게 매각의 불가피성에 양해를 구하고 고용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상식적인 일이지만 테스코는 매각이 완료된 현재까지 홈플러스 직원들에게 단 한마디의 공식적인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또한 지난 1~2년 사이에 홈플러스 경영에서 고객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불법행위들이 연이어 일어났다. 협력업체에 벌인 각종 갑질행위, 파렴치한 경품조작행위에 더해 고객정보를 불법판매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테스코는 매각과정과 매각 완료 후 소비자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테스코는 홈플러스의 성공으로 인한 매각차익은 챙기면서 불법행위 책임은 홈플러스 경영진의 책임으로만 미루고 있는 것이다.
계획된 테스코의 먹튀 행각셋째, 테스코의 먹튀 행각은 계획되고 준비된 것이다. 찰스 헤이 대사는 테스코의 홈플러스 매각이 본사의 불가피한 상황에 따른 결정이라고 주장하지만 우리가 보기에는 최소한 2~3년 전부터 준비되어왔다고 판단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최근 2년 동안 로열티를 과도하게 챙긴 것이다. 연간 30억 원 내외이던 로열티가 최근 경기위축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2013년 이후 년간 600억 원으로 20배 이상 폭등했다. 홈플러스는 테스코라는 브랜드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데도 뚜렷한 이유없이 로열티를 대규모로 챙긴 것은 먹튀를 위해 체계적으로 홈플러스의 이윤을 빼가기 위한 계획된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
로열티만이 아니라 테스코는 홈플러스에 1조4천억 원의 돈놀이를 하면서 시중보다 1% 가까운 높은 이자를 챙겨왔다는 점 또한 밝혀졌다.
매각차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한국사회언론과 직원들을 기만하고 직원들의 고용과 소비자의 권익을 외면한 채 비밀매각을 추진한 홈플러스 매각이 먹튀 매각이 아니라면 무엇이 '먹튀'겠는가?
찰스 헤이 영국대사는 한국사회에서 제기되는 테스코 먹튀매각의 비판적 여론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테스코의 먹튀 문제가 양국의 우호적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테스코는 한국사회의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홈플러스 매각을 통해 5조 원의 매각차익을 실현했다. 이제 남은 문제는 찰스 헤이 대사의 말대로 테스코의 천문학적 매각차익을 "(한국정부에서) 정확하게 파악해서 세금을 걷는 것은 정부의 몫"이 되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이정희 '홈플러스 투기자본에 매각하지 마라 시민대책위' 상황실장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