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지난 21일 '대한민국 통신 130주년 기념식'을 연 데 이어, 23일에는 황창규 KT 회장이 130주년 기자간담회까지 열어 미래 130년 비전을 발표했다. 'KT(옛 한국통신)'의 근원을 지난 1885년 9월 28일 '한성전보총국' 개국 시점으로 되돌린 것이다.
한국통신 130주년? KT 34주년? 헷갈리네KT는 지난 1981년 12월 10일 '한국전기통신공사(한국통신)' 출범을 기점으로 매년 창립기념식을 해오다, 이석채 회장 재임 시절인 지난 2010년부터는 KT와 KTF가 합병한 2009년 6월 1일로 창립기념일을 옮겼다. 두 회사 합병이 제2의 회사 창립이란 이유였다. 1981년부터 따지면 34살인 KT 나이가 6살로 젊어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엔 무려 130살로 불어났다.
황창규 회장 들어 달라진 건 이뿐만이 아니다. 바로 '국민 기업'이다. 황 회장은 이날도 미래 비전 발표를 마무리하면서 "미래 130년 새 패러다임을 만드는 시대에도 항상 그랬듯 KT는 항상 최초, 최고의 순간에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면서 "제일 중요한 건 '국민 기업'으로서 가치를 잊지 않고 그 소명을 다 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01년 12월 '주식회사 KT'로 민영화 된 이후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국민기업'이란 말이, '1등 DNA' 슬로건과 함께 재등장한 것이다.
황 회장이 지난 15일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도 기업 이미지 개선 작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KT가 '유선 통신 1등 브랜드'인데도 소비자 인식에 뒤따라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황 회장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도 "KT는 유선은 독보적 1등이지만 무선은 유통망에서 이미지가 베스트가 아니었다"면서 "무선도 데이터중심요금제, 기가 와이파이, 기가 LTE 등 유무선 융합으로 이미지가 달라지고 있는데 KT의 이미지 메이킹이 너무 순진한 게 안타까워 자랑스러운 이미지를 각인시켜보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이번 '통신 130주년' 행사도 '무선 1등' SK텔레콤에 빼앗긴 통신업계 '맏형' 지위를 되찾고 '유무선 1등' 이미지를 각인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할 수 있다.
실제 '130주년 행사'도 지금까지 어떤 행사보다 화려했다. 21일 기념식엔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홍문종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장 등을 불러 성대하게 치렀고,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100여 명의 취재진으로 가득했다. 또 올레스퀘어 안팎에는 '통신 130년 체험전시관'을 열어 구한말 전신기와 전화기부터 통신장비 변천사를 한눈에 보여줬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휴대형 보안 플랫폼'인 '위즈 스틱', 크기를 1/4로 줄여 휴대가 가능한 소형 IPTV 셋톱박스 등 신제품을 선보이는 한편, 4차 산업혁명인 '지능형 기가 인프라' 구축 등 신성장 산업에 2020년까지 13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난 3월 MWC2015(모바일월드콩그래스)에서 발표대로 현재 최대 1Gbps인 '기가 LTE' 속도를 내년 2Gbps, 내후년 4Gbps를 거쳐 오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까지 20Gbps로 늘려 '5G(세대) 시대'를 열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동통신사 리베이트 2조 원이면 2000만 명 기본요금 면제 가능
이처럼 화려한 장밋빛 전망은 쏟아졌지만 정작 13조 원 투자비를 댈 KT 통신 소비자들의 요구를 반영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이동통신3사가 지난해 10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9개월간 쓴 유통점 '판매 장려금(리베이트)' 규모가 2조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는 연간으로 따지면 2조7천억 원으로, 전체 가입자에게 연 15만 원 통신비를 깎아주거나, 2000만 명의 기본 요금을 면제할 수 있는 돈이다.
특히 KT는 6400억 원 정도를 지출해 상반기 영업이익 5000억 원을 뛰어넘었다. 휴대폰 판매량 대비 리베이트도 KT가 이통3사 가운데 가장 많았다. KT가 올해 상반기 번호이동 가입자 '순증 1위'를 기록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셈이다.
통신소비자들이 원하는 건 이미 충분히 빠른 무선인터넷 속도보다 통신요금을 낮추는 것이다. 지금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도 기본요금 폐지나 대폭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통신3사가 지난 4년 전 정부 압박에 못 이겨 기본요금을 1천 원씩 인하한 뒤 지금까지 요지부동이다.
이날 통신사 리베이트가 뜨거운 화제였지만 정작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불리한' 질문은 없었다. 황 회장 자신도 "(언론이) 우호적인 질문을 해줘 편안하게 대답할 수 있겠다"고 머쓱해 할 정도였다.
이날 6차례 질문 기회 모두 손을 들었지만 결국 '간택'받지 못한 <오마이뉴스> 기자가 준비한 질문은 이것이다.
"20Gbps 좋습니다. 그런데 지금 고객들이 진짜 원하는 게 더 빠른 속도라고 생각하십니까? 리베이트를 줄이는 대신 기본요금을 인하할 의향은 없으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