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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개발원 해고자 봉혜영씨가 1000일 집중투쟁 집회에 참석했다
 정보개발원 해고자 봉혜영씨가 1000일 집중투쟁 집회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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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개발원 해고자 원직복직을 위한 1000일 집중투쟁 집회에 120여 명의 대학생, 노동자들이 참석했다.
 정보개발원 해고자 원직복직을 위한 1000일 집중투쟁 집회에 120여 명의 대학생, 노동자들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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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가 당선되고 3일 후에 해고 통보받았습니다. 모든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 전환하겠다던 박근혜 어디 갔습니까?"

23일, 보건복지부 산하 준정부기관인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현 사회보장정보원, 이하 '정보개발원') 해고자 봉혜영씨가 '1000일 집중 투쟁 집회'를 열었다. 120여 명의 대학생·노동자들이 참석해 해고자의 복직을 응원했다.

정보개발원은 2012년 12월 31일 고객지원센터의 계약직 상담원 42명을 계약기간이 만료됐다며 해고했다. '2년 이상 근무한 경우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기간제법에 따르면, 이들 대부분이 2013년 상반기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2012년 12월 6일 정보개발원은 상담원 140여 명 중 무기계약직 35명을 제외한 계약직 전원에게 근로계약 종료 통보서를 전달했다.

그동안 상담원들은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2년 동안 직접고용 계약직 형태로 개발원에서 근무했다. 매년 12월 31일에 고용계약이 만료되면, 의례적으로 바로 재계약이 이루어졌다. 게다가 상담원들은 2012년 상반기에 새로 바뀌는 전산시스템에 대한 사전 교육까지 이미 이수한 터라, 고용계약이 실제로 종료되리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2012년 12월 28일 정보개발원은 '계약종료 통보서'를 받은 이들 중 42명을 불러 구두로 계약종료를 확정했다.

정보개발원은 이처럼 집단으로 계약 종료를 진행하는 동시에, 같은 해 12월 26일 해당 자리를 채우기 위해 3개월 단위 초단기 계약직 상담원 35명을 신규 채용한다는 공고를 냈다. 그리고 계약 종료되는 상담원들에게 3개월 초단기 계약직으로 신규 입사하라고 종용했다. 결국 해지통보의 이유는 무기계약으로의 전환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지난 21일자 참세상 기고에서 권영국 변호사는 "당시 계약직 상담원 직원들에게는 이미 갱신기대권이 발생한 상태였다고 판단했어야 한다"라며 "그럼에도 계약기간 만료만을 이유로 근로계약을 종료한 것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갱신기대권을 침해한 것으로 부당해고다"라고 비판했다.

또 "봉혜영 분회장은 신규채용이 아니라 복직을 요구하고 있는데, 준정부기관인 개발정보원은 언제까지 복직요구를 외면할 것인가"라며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 전환하겠다던 박근혜 대통령과 개발정보원은 부당해고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해고 1000일 맞은 봉혜영씨 "혼자서는 못 했다"

집회는 대학생·노동자들의 발언으로 시작해 몸짓, 노래, 악기 연주 등이 이어지는 등 풍성한 구성이었다. 몸짓패 '문화선봉대'는 '진짜 사장이 나와라'라는 노래를 부르며 몸짓을 했다.

몸짓패의 박현욱씨는 "비정규직 해고의 배후에는 이명박·박근혜가 있다"라며 "진짜 사장 나와라!"라고 외쳤다. 실제로 정보개발원의 해고 당시와 이후 원장은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의 측근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상담원들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할 당시 정보개발원의 원장은 이봉화씨였다. 이봉화 전 원장은 7급 공무원으로 시작하여 이명박 시장 재임 시절 초고속 승진했고, 2007년 이명박 대통령 당선 시 지자체 인사로 유일하게 인수위에 참여했으며, 이명박 대통령 임기 직후인 2008년 2월 29일 보건복지부 차관으로 발탁됐던 사람이다. 

이후 박근혜 정권의 낙하산인 원희목 원장이 2013년 12월 부임했다. 원희목 원장은 제18대 비례대표로 새누리당 국회의원 출신이며 2012년 당시 박근혜 후보의 대선캠프에서 활동한 바 있다.

2822일만에 복직한 재능교육 유명자씨와 최장기 고공농성(408일)을 했던 스타케미칼 차광호씨가 연대 발언을 하고있다.
 2822일만에 복직한 재능교육 유명자씨와 최장기 고공농성(408일)을 했던 스타케미칼 차광호씨가 연대 발언을 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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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해고된 이후 2822일의 거리농성을 마치고 복직한 재능교육 유명자씨도 1000일 투쟁을 이어간 봉혜영씨를 응원했다. 유명자씨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든 1000일이었다"라며 "이 정도면 더 이상 투쟁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우리 안의 나약함을 버리고 끝까지 투쟁한다면 이길 수 있다"라고 외쳤다.

봉혜영씨와 함께 투쟁하던 해고노동자들은, 오랜 투쟁에 지쳐 신규채용 과정을 통해 정보개발원에 재입사하거나 다른 일을 하고 있다. 지금은 봉혜영 분회장 홀로 복직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다.

1000일간 원직 복직을 위해 정보개발원과 싸워온 봉혜영씨는 1000일간 함께 싸워온 연대단위들에 감사함을 표했다.

"박근혜는 공공부문에서 상시적 노동을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박근혜가 당선된 지 3일 만에 해고됐습니다. 우리가 투쟁을 시작하면서 2013년 8월쯤에 공대위가 만들어졌습니다.

지금 여러분 앞에서 투쟁의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공대위뿐만 아니라 연대 동지들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싸움이 옳은 싸움이라고, 지지 않을 싸움이라고 응원하고 지지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어제는 999일을 맞이해서 이른 아침 6시, 원희목 원장 집에 갔습니다. 9시가 넘어서도 원희목 원장은 집 밖을 나와 출근하지 않다가, 사측의 직원들을 불러내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사이에 출근했습니다. 끊임없이 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외면하고, 관리자를 자기 집 앞에 불러서 그 관계자를 통해서 대화하라고 합니다. 집회를 마치고 우리는 공문을 들고 대표자들, 연대단위와 함께 저 문을 열고 들어갈 것입니다."

사측 "공식적인 자리에서 논의하도록 하겠다"

정보개발원 해고자 원직복직 공동대책위원회 3명의 공동대표가 공문을 사측에 전달하기위해 이동하고있다.
 정보개발원 해고자 원직복직 공동대책위원회 3명의 공동대표가 공문을 사측에 전달하기위해 이동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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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개발원 해고자 원직복직을 위한 집중투쟁 집회 이후 연대단위가 정보개발원 건물에 들어가려하자 경찰들이 막아섰다.
 정보개발원 해고자 원직복직을 위한 집중투쟁 집회 이후 연대단위가 정보개발원 건물에 들어가려하자 경찰들이 막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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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를 마치고, 송주명·이호동·봉혜영 정보개발원 공동대책위원회 공동 대표는 사측에 공문을 전달하기 위해 정보개발원 건물로 들어갔다. 연대 단위들도 함께 들어가고자 했으나 경찰이 가로막았다.

사측의 무성의한 태도에 정보개발원 공대위 대표들과 연대단위 대학생들이 연좌하고 있다.
 사측의 무성의한 태도에 정보개발원 공대위 대표들과 연대단위 대학생들이 연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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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자를 복직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사측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사측 관계자들의 태도로 공문 전달에 난항을 겪었다. 사측 관계자는 "봉혜영씨와 당장 내일 논의한다"고 하면서도 "곧 날짜와 장소를 잡아 보겠다"라고 여지를 남겼다.

이에 이호동 공대위 대표는 "바깥에 있는 커피숍 같은 비공식적 장소가 아닌 정보개발원 사무실 내에 있는 공식적인 장소를 잡고, 구체적인 시간을 약속해라"라며 항의했고 세 명의 공동대표와 일부 대학생들이 연좌했다.

10여 분 지나 사측 관계자는 "내일(24일) 오후 3시에 사무실 내에서 논의할 자리를 마련하겠다"라고 말했다. 3명의 공대위 대표와 대학생들은 건물 바깥으로 나와 집회를 마무리했다.


태그:#정보개발원, #봉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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