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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대학생 43명이 실종된 지 내일로 1년을 맞는다. 하지만 멕시코 정부가 진상 규명을 위한 조사에 불성실하게 임하면서 고위층이 주도적으로 사건을 은폐하려 한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지난해 9월 26일, 멕시코 게레로주 이괄라에서 시골 지역 교사 임용에 대한 차별 반대 시위에 참여하기 위해 멕시코시티로 이동중이던 교육대 학생 43명이 경찰과 신분을 알 수 없는 무장한 남성들의 공격을 받고 실종됐다. 이후 수십여 명의 유해가 묻힌 대형 매립지가 최소 70곳 이상 발견됐지만, 이들 시신의 신원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지난 8월 멕시코시티에서 43명 대학생 실종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집회를 벌이고 있다
 지난 8월 멕시코시티에서 43명 대학생 실종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집회를 벌이고 있다
ⓒ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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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대통령, 실직적 행동 취해야"

에리카 게바라 로사스(Erika Guevara-Rosas) 국제앰네스티 미주국장은 "아욧지나파 사건은 멕시코 현대사에 기록될 최악의 인권 참사"라며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은 지금 즉시 실질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전세계인에게 공포를 조장하는 자로만 인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멕시코 정부가 학생들이 마약 범죄조직에 살해되었고 이들의 시신이 쓰레기통에서 불태워졌다는 주장을 구태여 고집하면서, 정작 사건 조사에 의미 있는 단서는 놓치고 있다. 특히 피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권침해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면서도 아무런 행동에 나서지 않았던 군과 경찰이 학생들의 실종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조사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종된 라울 이시드로 부르고스 지방교육대학교(널리 알려진 이름은 '아욧지나파 지방대학교') 소속 대학생 43명 중 42명의 행방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실종 학생 중 한 명인 19세 알렉산더 모라 베난시오의 유해가 확인됐는데, 근처 강가에서 쓰레기 봉지에 유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 정부는 최근 또 다른 실종 학생인 20세 조시바니 게레로 델라크루즈의 유골 한 개가 같은 봉지에서 발견됐다고 주장했지만, 아르헨티나 법의학인류학팀 소속 전문가들은 특수 DNA 실험을 수행했으나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미주인권위원회가 지정한 독립적 전문가 합동연구팀(GIEI) 역시 사건에 대한 멕시코 정부의 공식 발표 내용을 반박했다. 지난 9월 6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GIEI는 정부가 주장하는 조건에서 이 정도 숫자의 시신을 쓰레기통에서 태우는 것은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학생 실종 사건의 공식 조사 과정에서 또 한 가지 심각한 실책은 법의학적으로 주요한 증거가 부주의하게 다뤄지거나, 일부 증거는 아예 다뤄지지조차 않았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체포된 날 밤 처음으로 이괄라 현장에 도착한 관계자들은 현장 사진을 찍지 않았고, 혈흔, 머리카락, 옷, 지문 흔적도 수집하지 않았다. 사건 현장에 대한 처리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한 멕시코 정부는 학생들이 체포됐던 마을에 위치한 보병 27사단 소속 장병들과 독립조사단의 면담도 금지했다. 기밀 해제된 당시 정보문서를 통해 이괄라의 군 관계자들이 학생들에 대한 불법구금과 인권침해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학생들이 체포되고 강제실종된 사건 이후로 이에 관련해 100명 이상이 체포되었으며, 이 중 대략50%가 경찰관, 50%가 범죄조직원 혐의를 받은 사람들이었다. 이들 중에는 학생들을 납치했다고 자백하도록 고문을 받았다고 주장한 사람들도 있었다.

에리카 게바라 로사스 국장은 "관련 절차의 투명성 부족과 피해 학생 가족에 대한 대우는 인권침해 문제 해결이 전혀 불가능한 듯 보이는 멕시코의 기준으로 봐도 경악스러울 정도"라며 "정부는 시급히 조사 방향을 재설정하고 무엇보다도 독립조사단이 이괄라 안팎의 모든 소각장에 출입할 수 있도록 허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벌어지기 앞서 멕시코에서 그간 실종되거나 사라진 사람의 수는 2만6500명 이상으로 집계되며, 이 중 절반 이상이 페냐 니에토 대통령 집권 이후 발생했다.


태그:#강제실종, #멕시코, #국제앰네스티, #멕시코 대학생 실종사건, #시신 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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