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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출판도시 지혜의숲
 파주출판도시 지혜의숲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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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든 기업과 기업가는 시장의 변화 속도가 기업의 변화 속도보다 빠르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업가는 늘 기업이 어떻게 살아남을지를 치열하게 고민합니다. 하지만 출판계만은 이런 고민에서 열외된듯 안주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IT시대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와 대면한 분야는 그 산업을 초토화 시킵니다. 시장을 잠식 당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대체됩니다.  

디지털카메라를 가장 먼저 개발하고 디지털카메라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것도 예측한 코닥이 붕괴했습니다. 필름 사업에 대한 미련 때문이었습니다. 태풍 앞에서도 최고라는 오만은 혁신을 가로막았고 금쪽같은 골든타임(golden time)을 허비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출판계가 때때로 코닥에 겹쳐보이곤 합니다. 메이저 출판사들은 호황일 때, 출판시장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는 노력을 기울이기보다 오히려 부동산 개발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종이책을 사지 않는다고 독자들을 나무랍니다. 

출판이란 고상한 문화산업이니 세금도 열외 받아야 하고 지원금도 받아야 한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자립의 의지보다 오랫동안 통했던 의타심과 오만함으로 변화에 대응하는 능력자체를 잃어버린 듯합니다.

파주출판도시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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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작가의 '전설'의 표절의혹에 대응하는 그들의 태도는 여전히 독자들의 일말의 기대조차도 접게 만들었습니다. 특별한 문자적 소양은 독자들을 미혹하게 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작품은 작가의 정신적 산물이며 그 작품은 독자의 정신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표리부동하지 않는 정직성이 기본 바탕이어야 함에도 작가와 출판사는 국정조사의 마이크 앞에서 '기억나지 않는다'를 되뇌이는 정치인의 태도와 유사했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언어적 유희로 독자를 한층 더 농락했다는 점입니다. 지목된 표현의 동일성뿐만 아니라 그 모티브와 구성까지 유사한 점은 특별한 해독 능력을 갖지 않은 사람도 판단이 가능한 지경을 일단 부인하고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리는 후안무치의 태도에 좌절하게 됩니다. 그들의 자부심의 원천인 정신적 유산과 지적 자산을 다루는 분야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2

현재의 창조적 파괴 앞에서 그들이 지금하고 있는 일은 출판지원금을 기웃거리거나 직원을 감원하거나 활황시에 사놓은 부동산을 파는 일입니다. 죽은 출판의 회생을 위해서는 먼저 출판인들이 자신의 모습을 명징하게 들여다보는 일이 우선입니다. 

코닥처럼 여전히 기득권에 미련이 가득한 상태에서는 한 발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으며 어떤 처방도 약효가 미치지 못할 것입니다.

최근의 출판판도는 재기발랄함을 바탕으로 예민하고 영민한 감각을 가진 1인출판사를 비롯한 소규모 출판사들이 오히려 출판을 지탱하는 형국이 되었습니다.
파주출판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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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방송이 마이크로미디어를 소비하는 대중들의 트렌드에서 살아남기 위해 체질을 개선해야 하듯 출판계도 말이 아니라 몸으로 변해야합니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모조리 의심해야합니다.  

이 창조적 파괴의 환경 속에서 솔직해지고 동종간 함께 변화의 파고를 이길 배를 짓고 이종간의 융합에도 적극적일 필요가 있습니다. 텍스트에만 갇히지 말 것은 물론, 어떤 디바이스에서도 펼쳐볼 수 있는 솔루션도 고민해야 합니다. 독자들에 대한 계몽적 태도 대신 경청에 기꺼이 시간을 할애해야 합니다. 에디터의 목소리가 경영자의 의중에 묻히고 마케터에게 휘둘리는 풍토의 개선이 개혁의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책은 여전히 인류 지식과 지혜의 플랫폼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일부 출판인들의 실망어린 태도에도 불구하고 출판에 둔 미래의 희망을 거둘 수 없습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태그:#출판불황, #출판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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