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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울주군 언양읍 반연리에 있는 울산과학기술대. 9월 28일 울산과학기술원으로 공식 전환하면서 정치권을 필두로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잇다. 하지만 일반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울산 울주군 언양읍 반연리에 있는 울산과학기술대. 9월 28일 울산과학기술원으로 공식 전환하면서 정치권을 필두로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잇다. 하지만 일반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 울산과기원

30일 각 언론에는 울산과학기술대학교가 지난 28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으로 공식 전환했다는 소식이 일제히 실렸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 GIST(광주과학기술원),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에 이어 국내 네 번째 과기원으로, 여야 정치권은 물론 각계에서 일제히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의 줄기찬 요구로 지난 2009년 논란 끝에 국내 최초 특수법인으로 출발한 울산과학기술대가 "대학 정원을 확충해 달라"는 시민들의 바람과는 달리 전국의 엘리트 학생들을 위한 요람으로 정착하는 모습에 평범한 학생과 학부모들은 결코 환영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UNIST, 내년부터 정원 400명 울산 학생은 6%만... 시민들 바람과 달라

UNIST측은 29일 "(과기원 전환으로) 지역 거점 연구기관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물론 고급 과학기술 인재 양성과 국가 싱크탱크로도 활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울산은 그동안 거대한 공단지역으로만 인식되면서 고급 인력 인프라 구축에 목말랐던 것이 사실이다. 이 점에서 정치권은 과기원 전환이 결정된 수개월 전부터 서로 과기원 전환의 공신임을 자처했다.

특히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울산 지역 주력산업이 침체기로 접어들면서 UNIST의 과기원 전환이 이 같은 주력산업 첨단화의 바탕이 돼 울산의 미래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의외로 냉담하다. 타 도시와 달리 울산지역은 그동안 산업 위주 정책으로 도시규모에 걸맞은 고등교육 환경을 구축하지 못한 배경 때문이다. 이는 학부모들의 교육비 부담을 가중시켜왔고, 결국 2000년대 초부터 시민들이 주체가 돼 벌인 국립대 유치 활동의 결실이 울산과기대 설립이었다.

울산시교육청이 발표한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지원자 수는 1만4418명. 수능 응시자 중 90% 가량인 1만3000여 명의 울산지역 학생들이 내년에 대학에 진학할 예정이다. 하지만 실제 울산지역 대학 입학정원은 울산대 3000여 명을 비롯해 울산과학대학교, 춘해대학 등 전문대를 포함해 모두 7000여 명에 그친다.

결국 산술적으로 나머지 6000여 명은 타 지역 대학에 입학해야 한다. 타지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사립대의 경우 연간 1000만 원의 높은 등록금에다 숙식 생활비까지 부담해야 하면서 감당하기 힘든 교육비용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지난 2005년 울산국립대(울산과기대) 설립이 확정되면서 울산시가 2008년부터 15년 동안 매년 100억 원씩을, UNIST 소재지인 울주군이 2010년부터 10년 동안 매년 50억 원씩 단계별 지원을 해왔다. 따라서 시민들 사이에서는 UNIST가 시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지역대학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UNIST는 과기원 전환으로 기존 750명에서 내년부터는 400명 정도로 입학 정원이 줄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다 입학생 전원에게 장학금이 주어지면서 전국의 상위권 학생들이 몰려들지만, 막상 울산지역 학생은 신입생의 6% 우선 선발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과기원 전환은 울산지역 상위권 학생이 아니고서는 그림의 떡인 셈이다.

여기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이 직원 자녀들의 등록금을 전액 보전해 주는 반면 대기업 정규직이 아닌 시민들은 높은 교육비를 스스로 부담할 수밖에 없어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이중고를 감내하고 있다.

여야 정치권은 지난 2000년대 초 시민들과 함께 대학 정원 확충을 목표로 시민들과 함께 울산국립대 유치활동을 벌여왔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이 문제에는 침묵한 채 고급인력 산실을 위한 울산과기원 전환에 서로 공을 다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부를 크게 잘하지 못하는 대다수 학생과 학부모들이 UNIST의 과기원 전환에 냉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울산과기원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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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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