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북쪽에서 날아오는 기러기 편대를 처음 보았습니다. "끼룩끼룩" 기러기 소리에 반가워 하늘을 쳐다보았더니 아주 높은 하늘에서 기러기들이 'V'자형으로 편대를 지어 남쪽을 향하여 날아가고 있었습니다. 오, 가을이 오면 어김없이 찾아드는 기러기들입니다.
기러기 소리를 들으니 가을이 정말 깊어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갈색으로 물든 느티나무 잎이 바람에 뱅그르르 돌며 떨어져 내립니다. 귀뚜라미 소리가 점점 처량하게 들려옵니다. 작년에는 10월 2일 날 기러기 떼를 처음 보았는데 금년에는 2일 먼저 본 셈입니다.
나는 스마트 폰을 들고 기러기를 향해 셔터를 눌렀습니다. 그러나 저 높이 날아가는 기러기를 찍기에는 역부족입니다. 나는 2층 다락방으로 올라가 DSRL 카메라에 300mm 렌즈를 장착하고 나왔습니다. 그러나 그 새에 기러기들은 멀리 멀리 날아가 렌즈에 담을 수가 없었습니다.
기러기들은 생각보다 빠릅니다. 기러기들은 보통 시속 50~90km 속도로 날아간다고 합니다. 북쪽 하늘에 나타난 기러기를 발견한 순간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 버립니다. 그러므로 하늘을 나는 기러기를 촬영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나는 닭을 쫓는 개 모양으로 하늘만 바라보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실망은 이릅니다. 다시 북쪽 하늘에서 기러기 떼들이 끼룩끼룩하며 날아왔습니다. 나는 매뉴얼을 수동식으로 조절하고 노출 값을 무한대로 놓은 채 기러기들을 향해 연속촬영을 했습니다. 매뉴얼을 자동식으로 선택하면 초점을 잡는 사이에 기러기들이 날아가 버려 기러기 떼를 촬영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초가을 북쪽에서 날아오는 기러기들은 대부분 하늘높이 날아옵니다. 그리고 남쪽으로 먹이를 찾아 헤어졌다가 다시 헤쳐 모이기를 계속합니다. 헤쳐 모아 남쪽에서 날아오는 기러기들은 대부분 저공비행을 합니다. 겨울 동안 먹고 살 먹이를 찾고 있는 듯합니다.
기러기들이 'V'자 형으로 편대를 지어 날아가는 것은 공기의 저항을 막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맨 앞에서 길잡이를 하는 기러기가 날갯짓을 하며 펄럭이면 맞바람과 부딪쳐 소용돌이 상승기류가 발생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뒤에 따라오는 기러기가 이 상승기류를 이용하여 맞바람의 저항을 덜 받고 힘을 아끼면서 날아갈 수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기러기들이 'V'자 편대로 날아가면 혼자서 날아가는 경우보다 무려 70%를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다고 합니다. 또 기러기들이 "끼룩끼룩"하며 소리를 내는 것은 선두 기러기가 지치지 않도록 격려를 하는 소리라고 합니다. 마치 사람들이 공동작업을 할 때 "영차 영차"하며 힘을 합하는 경우가 같은 것이라고 합니다.
또 선두를 지키며 날아가든 기러기가 지치면 뒤로 물러나고 뒤에 있던 기러기가 차례로 앞으로 나아가서 리더가 된다고 합니다. 우리가 무심코 보기에는 기러기들이 그냥 'V'자 형으로 편대를 지어 날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목적지까지 무사히 비행을 마치기 위해 자기들만의 노하우와 지혜를 짜내고 있는 것이지요.
우리가 살아가는 인간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올바른 생각을 가진 리더가 바르고 안전한 방향으로 민중을 이끌어주고 민중이 한데 힘을 합칠 때에 시너지 효과가 점점 커질 수 있는 것입니다. 또 때가 되면 민주적으로 새로운 리더로 교체하여 새로운 리더가 이끄는 방향으로 힘을 합칠 때에 국력이 더욱 향상되겠지요.
기러기들은 지치고 힘들수록 서로를 격려하고 도와줍니다. 편대를 유지한 기러기 중에 힘이 부쳐 편대에서 이탈해 땅으로 내려오면, 동료 기러기가 함께 내려와 기력을 되찾을 때까지 돌보아주고 격려하여 함께 비상을 하여 편대를 찾아 간다고 합니다.
우리도 이웃이 힘들고 어려움에 처했을 때 기러기들처럼 서로 돕고 격려해주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내가 어려울 때 그 이웃이 나를 격려해주고 도움을 주겠지요. 서로 돕고 격려해주는 이웃이 있는 한 우리는 외롭지 않는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세계에서 행복지수가 가장 높다고 하는 부탄 사람들은 기러기와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스니다. 그래서 그들은 비록 가난하지만 외롭지 않습니다. 서늘한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가을 아침입니다. 임진강을 따라 북쪽에서 어김없이 날아오는 기러기 떼를 바라보며 기러기들의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다시 한 번 곰곰이 되씹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