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의날 행사 때 유사시 대통령이 피신하기 위한 시설이 맞습니다. 당국이 모를 리가 없는데, 다들 모르는 척하는 것 같아 답답해 이렇게 증언합니다."
지난 2005년 여의도 버스환승센터 공사 중에 우연히 발견됐다가 최근 시민들에게 개방하기로 결정된 여의도 비밀벙커가 당초 추정됐던 대로 대통령의 경호를 위한 것이라는 증언이 처음으로 나왔다.
관련기사 : 여의도 비밀 지하벙커는 박정희 대통령 경호용?공병대 출신으로, 30년 넘게 서울시 공무원으로 일하다 작년 명예퇴직 한 김경중씨(60)는 1일 오후 <오마이뉴스>에 자신이 지난 1975년 국군의날 행사 준비에 동원돼 지하벙커 공사 과정을 지켜봤다고 알려왔다.
김씨는 같은해 입대해 육본 직할 공병대에 배속되어 일하다 자신이 속한 대대가 그해 7월초 국군의날 행사에 차출돼는 바람에 10월 말까지 무려 4개월간 여의도광장에서 일했다.
그의 대대는 국군의날 행사가 열리는 여의도광장에 대통령을 비롯한 요인들이 사열을 받는 로열박스와 건너편 카드섹션대를 만드는 것이었으며 로열박스 바로 아래에 지은 지하벙크로 내려가는 출입구까지 만들었다는 것.
지하벙커 양변기, 군인들 사이에서 화제그는 그러나 지하벙커는 군인이 아닌 국내 굴지의 D건설이 시공했다고 기억했다.
그는 이듬해인 1976년에도 국군의날 행사에 차출됐으나 그해 8월 18일 판문점 도끼만행사건이 일어나는 바람에 행사가 취소됐다고 말했다.
김씨의 증언이 맞다면, 이 벙커는 서울시의 추정보다 최소 1~2년 앞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1976년 항공사진에 나오지 않던 공사 흔적이 1977년 11월 사진에는 나온다면서 공사 시점을 이 기간 사이로 추정하고 있다. 이 벙커가 누가, 언제, 왜 만들었는지에 대한 관련 공식기록은 전혀 남아있지 않다.
김씨는 지하벙커에는 양변기가 설치됐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당시는 양변기가 흔하지 않은 시절이었기 때문에 이것이 군인들 사이에 큰 화제가 됐었다고 증언했다.
로열박스에서 벙커로 내려가는 문에 둥근 모양의 금빛 도어로크가 달려있었는데, 이것도 자신이 처음 보는 물건이라서 무척 신기해 했었다고 말했다. 분실이 두려워 행사가 끝난 뒤 가장 먼저 회수하기도 했다.
또 벙커 벽은 30cm 두께의 콘크리트로 둘러싸여서 웬만한 공격에는 끄떡없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돌았다고 말했다.(1일 열린 현장 설명회에서 서울시는 이 벽의 두께가 50cm라고 전했다... 기자 주)
박정희, 국군의날 행사 사흘전 직접 현장 점검김씨는 75년 행사 사흘 전 박정희 대통령이 직접 와서 사열대 의자에 앉아보는 등 현장을 점검하던 장면과 사열대 뒤 공터에 헬기 3대와 캐딜락 승용차 2~3대가 대기하고 있었던 것을 분명히 기억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오는 10일부터 11월 1일까지 주말만 벙커 내부를 직접 볼 수 있는 '벙커 시민체험' 행사를 실시하고, 준비기간을 거친 뒤 내년 10월 초 시민들에게 전면 개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