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 여기는 사람에게는 즐거움이 함께합니다. 그가 품는 희망은 현실로 이루어집니다. 그동안 너무나 아파서 가슴이 막막했던 문제들을 해결해 오며, 작기만 했던 가능성은 어느덧 기대 이상으로 실현됐습니다. 그리고 삶의 희망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그 과정들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중심에는 '사람은 상처 받고 고통만 당하기엔 정말 소중한 존재'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약 24년(1991~2014년) 동안 조카와 함께 울고, 웃던 나날들의 경험이, 어떻게 풍성한 열매로 자리하게 되었는지 하나하나 기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기자 말"용서야말로 가장 고귀하고 아름다운 사랑이다. 그 보답으로 말로는 다할 수 없는 평화와 행복을 얻게 될 것이다." - 로버트 뮬러무사히 고등학교를 마치고 덕이는 수시모집으로 대학에 들어갔다. 입학장학금과 노트북 중 덕이는 갖고 싶었던 노트북을 선택했다. 그것을 어찌나 좋아하는지, 그런 모습을 보는 나 또한 기뻤다. 덕이가 대학에 들어가면 스스로 주제에 맞는 레포트 작성은 물론이고, 컴퓨터로 해야할 학습과 과제들이 있을 터였다. 미리 미리 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개인과외(큰고모의 아들)도 맡겼다.
이제는 그야말로 덕이 스스로 학교생활과 일상생활을 해볼 시기가 온 것이다. 입학식에 나와 덕이는 서로 이렇다 저렇다 말은 안해도 서로가 간절히 바라는 것은 같을 것으로 여겼다. 덕이가 부디 대학생활을 무사히 마치는 것과 아이들의 괴롭힘이 없기를….
착해 보였던 룸메이트 덕분에 안심했는데...기숙사는 신·구관 중에 덕이의 교우관계를 고려하여 2인 1실인 신관을 선택했다. 가격 차는 있었으나, 구관의 4인 1실 보다 아직은 단 둘이 있는 것이 덕이의 처음 기숙사 생활을 적응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였다. 룸메이트는 유명 연예인의 아들이었고, 아이 자체는 둘도 없이 착한 성품을 지녔음을 첫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유해 보였다. 안심이 됐다. 그렇지 않아도 착한 친구가 룸메이트가 되기를 얼마나 기도했는지 모른다.
룸메이트를 확인한 나는 차를 돌려 서울로 혼자 올라오면서 '덕이는 분명 스스로 잘 할것이다'라고 체면을 걸 듯이 끊임없는 반복과 함께 기도를 하였다.
그렇게 덕이의 대학생활은 시작되어 일주일이 흐른 금요일, 집으로 오는 날이었다. 덕이의 고3 겨울방학 동안 3회에 걸쳐 대학셔틀버스가 인천시외버스터미널까지 왔다. 그곳에서 전철을 타고 집까지 오는 연습과 가는 연습을 나와 함께 직접 했었다. (지금도 덕이가 무엇을 처음 시작할 때는 늘 기본 3회 정도는 예행연습을 실전 그대로 한다.) 처음 집으로 오는 날인 금요일에는 인천시외버스터미널까지 마중가기로 했다.
그렇지 않아도 덕이 말에 의하면, 룸메이트의 부모님도 우리를 만나보고 싶어한단다. 또한 인천까지 오는 학생들은 몇 명이나 되는지도 궁금했다. 그날 덕이 마중은 덕이의 작은 아빠와 함께 갔다. 예정된 시각 전에 도착한 우리가 약 30분을 기다리니까, 덕이네 대학마크를 단 관광버스가 도착했다. 그곳에서 덕이는 가방을 가지고 내렸다. 그 옆에 룸메이트, 그의 어머니와도 인사를 나누었다. 서로 연락처를 주고 받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 후 각자 집으로 향했다.
다시 학교로 돌아가 생활하던 둘째 주 수요일, 긴급하게 전화가 왔다. 다른 동기들이 덕이의 노트북을 빌려달라고 하면서 하루만 사용하고 준다고 했단다. 노트북을 제 때에 안 돌려주니까 덕이가 돌려달라고 말했단다. 그런데 "아직 쓰는 중"이라고 나중에 돌려준다고만 한다는 것이었다.
OT를 할 때, 덕이네 학교는 본인의 잘하는 점에 대하여 A4용지 2장 정도로 작성해서 목요일에 발표하는 과제를 내주었다. 덕이는 수요일까지 작성을 해야한다고 여겨 마음이 다급했다.
노트북을 가져가서 돌려주지 않는 두 친구덕이가 계속해서 '내 노트북 달라'고 하는 아이들이, 운동을 한 아이들이었기에 나는 걱정이 되었다. 일단은 덕이가 불러주는 대로 내가 작성해서 덕이의 메일로 보내고, 이 파일을 출력해 발표하는 것으로 했다. 그러나 가져간 덕이의 노트북은 한 달이 되어도 덕이에게 오지 않았다. 더군다나 덕이가 그토록 원했던 노트북인데 덕이는 몇 번 사용하지도 못하고 그녀석들이 가지고 가서 사용을 한다니 답답한 일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곰곰이 생각한 끝에 덕이에게 전화를 해서 그 아이들을 바꿔달라니까 두 아이 중 한 아이가 받았다.
고모(나) : "덕이의 같은 학과 친구 000예요?"그놈1 : "예 그런대요. 왜 그러세요?"고모(나) : "저는 덕이의 고모 000예요. 덕이가 자기 노트북으로 해야할 것이 있는대 아직 돌려받지 않았다고 해서 전화했어요."그놈1 : "조금 더 쓰고 줄 거예요."고모(나) : "조금 더 쓰고 준다구요? 한 달 동안 빌려갔다면서요. 그리고 그 노트북의 주인인 덕이가 지금 그 노트북으로 할 것이 있어요."그놈1 : "친구끼리 빌려 써도 되는 것 아니예요?"고모(나) : "친구끼리 빌려 쓸 수는 있어도 처음 빌려갈 때 언제 돌려주겠다고 했으면 돌려주어야 하는 것이고, 노트북을 빌려준 고마운 친구를 괴롭게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그놈1 : "아~ 그것 조금 쓴다고 달아 없어져요?"고모(나) : "무엇보다도 덕이가 지금 노트북이 필요합니다."그놈1 : "그럼 덕이가 직접 말하지 왜 고모가 나서는대요?"이쯤 통화를 하다보니 아이들이 운동을 해서 표현이 거친 정도가 아니라 무엇인가 원칙에서 벗어난 것을 알게 되었다. 다시 덕이와 통화를 하면서 '내가 가겠다'고 말하는 사이에 옆에서 좀전에 통화한 그놈1과 그놈2는 덕이에게 오히려 화를 내고 있었다. 짜증섞인 말투로 덕이를 협박하는 듯 들렸다. 손발이 떨리고 화가 올라왔다. 덕이가 견딜 괴로움을 생각하면 지금 당장이라도 내려가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퇴근 후 약 3시간 운전해서 기숙사에 도착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고모는 자기를 위하여 달려올 수 있다는 확신을, 덕이의 가슴에 심어주고 싶었다. 그럴 때 안정감을 지닐 수 있고, 위축되지 않고, 용기있게 행동할 수 있을 테니까.
기숙사에 약 밤10시 30분쯤 도착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