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생활의 거처를 떠나 낯선 도시를 경험한다는 건 인간에게 비교대상이 흔치 않은 설렘을 준다. 많은 이들이 '돌아올 기약 없는 긴 여행'을 꿈꾸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정주가 아닌 유랑의 삶이 주는 두근거림. 절제의 언어인 '시'와 백 마디 말보다 명징한 '사진'으로 세계의 도시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는 설렘을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 기자 말
울란바토르, 겨울
영하 40도의 거리들숨 속으로 얼음조각이 딸려왔다 무연탄 난방의 낡은 호텔이방의 사내도 쿠빌라이가 되고 싶다울란바토르의 여자들은말처럼 단단한 허리 완벽하게 둥근 엉덩이를 가졌다 하여, 모든 신음은 거짓이다토해지는 날숨처럼 대책 없는 초원풀이 베어진 자리에 도시가 들어선다러시아의 피가 섞여서일까도심에 붉은 등이 걸리면 스무 살 처녀들은 웃음이 헤퍼지고 말을 잃어버린 사내들은 그녀를 채찍질 해 국경을 서성이지만패배자의 깃발 같은 하얀 입김뿐 길들여져 고분고분한 야생마정복자는 정복하는 방식을 잊었다어지럼증에 휘청대며 늙어버린 땅올 굵은 실에 육포처럼 매달린 적장의 코와 귀사람들 입에서 입으로만 떠도는 전설그것들 모두가 부활의 약속인양 아프고위성항법장치로는 황제의 무덤을 찾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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