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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11시경, 여수 향일암 인근 주민들이 군 병영생활관 공사차량 진출입을 저지하고 있다
 6일 오전 11시경, 여수 향일암 인근 주민들이 군 병영생활관 공사차량 진출입을 저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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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오전 7시, 국방부가 병사들의 생활관 공사를 강행했다. 이에 여수 향일암 인근 주민들은 군이 합의 과정에서 갑자기 공사를 진행했다며 현장에서 반발했다.

국방부는 여수 향일암 인근 거북머리 모양 정상(4060㎡) 부지에 2층짜리 군 생활관 공사(전체면적 1295㎡)를 진행 중이다. 군 생활관 공사는 국방부와 여수시, 향일암 인근 주민 간에 9개월 동안 지루하게 끌어왔던 문제다(관련 기사 : "거북머리에 군부대 시설이라뇨, 안 돼요").

여수 향일암 앞에 있는 거북머리는 주민들이 신성시 여겨 수백 년 동안 제사를 지내던 곳이다. 주민들이 군 생활관 공사에 반대하는 이유다. 주민들 이야기에 의하면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인들이 거북머리에 쇠못을 박고 석성을 쌓았는데, 거북 목을 누르면 정기를 받지 못해 큰 인물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하여 해방 후 동네 사람들이 쇠말뚝을 뽑아내고 석성을 허물었다고 한다.

향일암 거북머리 인근 해상은 1998년 12월 17일 오후 11시께 북한 반잠수정이 침투한 곳이기도 하다. 당시 초소 군인들이 발견해 반잠수정을 격침했다.

여수 향일암 앞에 있는 거북머리. 거북이 바다로 들어가는 형상으로 주민들이 신성시 여기는 곳이다. 병영생활관 설치 문제로 국방부, 여수시, 향일암 인근 주민 사이에 9개월 동안 지루하게 공방이 벌어졌던 곳이다.
 여수 향일암 앞에 있는 거북머리. 거북이 바다로 들어가는 형상으로 주민들이 신성시 여기는 곳이다. 병영생활관 설치 문제로 국방부, 여수시, 향일암 인근 주민 사이에 9개월 동안 지루하게 공방이 벌어졌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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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부터 국민권익위원회 중재로 지역주민과 국방부 및 시 관계자가 수차례 협의를 하고 지난 6월 29일 주민 의견을 반영하여 현재 사용 중인 군 생활관을 보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후 임포마을 일부 주민들과 지역 일부 정치인들은 임포초소의 생활관을 현 위치에서 700m 떨어진 국립공원 주차장 위쪽 사유지로 이전하자며 추가로 소요되는 시설비 30억 원을 여수시가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여수시는 "대체부지 조성사업에 시비를 투입하는 것은 국가사업에 지방자치단체 비용투입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 지방자치법 정신을 정면으로 위반한다"며 부정적인 방침을 내놨다.

주민들이 현 병영생활관 개선에 동의하는 것을 파악한 여수시는 "물리적 충돌을 피하고 원만하게 문제를 해결할 시간을 갖자"며 국방부와 임포마을 주민들과 함께 해결점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다.

6일 오전 8시 40분경. 여수시장을 면담하고 온 주민대표들이 면담 결과를 전하며 향후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뒷산 정상 8부 능선에는 향일암이 자리하고 있다.
 6일 오전 8시 40분경. 여수시장을 면담하고 온 주민대표들이 면담 결과를 전하며 향후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뒷산 정상 8부 능선에는 향일암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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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0일엔 여수시의회도 나섰다. 여수시의회는 제163회 임시회 개회에 앞서 박성미 시의원이 발의한 '임포마을 군부대 생활관 건축 관련 성명서'를 채택했다. 시의회가 발표한 성명서 요지는 ▲ 대체부지 조성해서 이전 촉구 ▲ 조건 없는 협의체 구성 ▲ 거북머리를 후손들에게 영구히 물려줄 수 있도록 협조할 것 등이다.

여수시는 "유감" 표명, 김성곤 의원은 "대안 강구 중"

거북머리를 자연 그대로 보존하자는 주민의 피켓시위 모습
 거북머리를 자연 그대로 보존하자는 주민의 피켓시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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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오전 7시경 국방부는 임포초소 병영생활관 공사 강행을 위해 중장비를 동원해 공사현장에 진입하려 했으나 주민들이 저지했다. 그러나 6일 오전 11시경 주민들 반대를 무릅쓰고 공사 장비가 현장에 투입됐다. 지난 6일에도 주민들은 천막을 치고 농성 중이었다.

여수시는 "군이 합의 정신을 파기했다"며 "공사 강행에 대해 매우 유감"을 표명했다. 공사 강행 시작 하루 뒤인 6일 오전 8시 40분경, 향일암 인근 주민대표와 시민단체 관계자가 여수시장을 면담한 결과다.

향일암은 연인원 200만 명이 찾는 여수 관광 1번지다. 향일암으로 올라가는 주변에서 장사하는 주민들은 향일암이 불탔던 아픈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지난 2009년 한 극성 종교인이 향일암을 불태워 1년간 장사를 못 했다고 한다. 주민들은 아름다운 거북머리에 군 생활관이 들어서면 향일암 이미지가 훼손될까 두려워 한다. 방위병으로 임포 초소에서 근무하다 제대했던 한 주민의 지적이다.

"이곳은 관광지이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술 먹고 떠들며 못 볼 모습까지 근무 중인 군인들이 다 보아야 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군부대 생활관으로 적지가 아니라는 얘기죠."

대안을 내놨지만 거절당해 답답해하는 김성곤 국회의원(전남 여수시 갑)의 얘기다.

"참 답답합니다. 시와 군인, 주민들과 협의체를 구성해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서로 입장이 달라 합의를 못 해 이런 상황까지 왔습니다. 중재안을 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아 딜레마에 빠졌어요. 최선의 대안을 강구 중입니다."

향일암 인근 상가 주변 곳곳에는 군 병영생활관 건립을 반대하는 플래카드거 걸려있다.
 향일암 인근 상가 주변 곳곳에는 군 병영생활관 건립을 반대하는 플래카드거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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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하게 반대 입장을 표시한 한 주민의 넋두리다. 

"100년도 더 된 나무들을 저렇게 잘라서 처박아뒀어요. 동네 주민들은 사람도 아닌가요? 시장도, 읍장도 주민들 얘기 안 들어줘요. 참 별 꼴을 다 보네요. 어른들이 옛날부터 배운 것은 '없어도 도둑질하지 마라', '사기 치지 마라', '착하게 살아라' 하고 시킨 대로 살았는데. 우리는 사람도 아닌가요?"

한편 여수시는 6일 오후 6시경 "주철현 시장이 군과 30여 분 전화 통화를 했으며, 애초 설계대로 공사하는 데 대해 반대한다"며 공사 강행에 유감을 표명했다. 현재 국방부는 군 생활관이 열악한 상황이어서 더 이상 공사를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수넷통>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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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거북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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