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1일부터 네팔·한국문화센타와 리마켓이 함께 하는 네팔 누와곳 순카니 절레쇼르 초등학교에 도서관을 짓는 일로 우리 부부는 빵 배달을 중단하였다. 하지만 미완의 현장을 남겨둔 채 현지인들에게 남은 일을 맡기고, 5일 낮 리마켓 대표이사 이재구 님이 귀국한 후 오후부터 다시 빵을 만들기 시작했고 오늘 오전부터 다시 배달을 시작했다.
네팔·한국문화센타 멤버들과 우리 부부 그리고 절레쇼르 학교의 관계자들도 그동안 도서관을 짓기 위한 물자수송에 매우 어려움을 겪었고, 이에 공사에 차질이 매우 심각했다. 때문에 완전히 공사 마무리를 못했다. 하지만 지난 10월 4일 오후 3시, 지진으로 붕괴된 학교에서 미완의 준공식을 열었다.
더는 작은 꿈들이 고통 받지 않도록...
행사는 2층 구조의 도서관에 교실이 설계되고 시공되면서 마련된 운동장에서 열렸는데 공사 중에 보이지 않았던 주민들, 그리고 어린 학생들, 이웃 학교 학생들 일부도 함께하여 마을잔치가 되었다. 리마켓에서 준비해온 학용품과 축구공과 배구공 등이 전달되고 네팔·한국문화센타와 리마켓이 함께 준비한 음식물을 나누며 미완의 준공식을 풍성하게 마칠 수 있었다.
네팔·한국문화센타와 우리 부부에게는 남은 과제가 한 아름이다. 완전한 마무리가 안 된 교실과 도서관을 완공시키는 일, 나중에 교실과 도서관 내부를 꾸미는 일 등이다. 또한 책과 완구 등을 구해서 채워주는 일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사실 네팔에 많은 지원이 있고 학교들이 세워지고 있다. 그러나 달랑 건물만 지어준 후 사후 관리가 안되어 산악마을에 흉물로 남은 건물들이 부지기수다. 나는 네팔의 시인과 화가들을 동원해서 훗날 도서관과 교실 내부를 꾸미는 일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또 다른 꿈이 내게 큰 짐이 되어 다가왔다.
하지만 오늘부터 시작하는 빵을 배달하고 2~3일 내 다시 현장을 찾을 것이다. 내가 처음 네팔을 찾았던 이유는 고픈 배를 채워주자는 것이고 영양실조에 걸릴 수 있는 지진피해 지역에 영양가 있는 빵을 공급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도서관 공사와 인도의 국경봉쇄로 난관이 예상되는 현실이다. 이제 보름이 다 되어가는 유류, 가스 문제로 문을 닫는 식당이 늘고 문을 닫는 상점들도 늘고 있다. 지뢰밭이나 철조망을 통과해야 하는 것처럼 힘든 생활이 이어지고 있는 네팔에서 작은 꿈들이 고통받지 않도록 더욱 힘써 나갈 일이다.
최악의 상황, 희망은 놓지 않는다
우리네 추석과도 같은 더사인이 10월 22일이다. 과거에는 한 달 전부터 승차권 발매가 시작됐다 이번에는 아직 승차권 예매조차 시작되지 못했다. 이번 더사인은 그야말로 최악의 더사인이 될 듯하다. 아이들에게 명절은 또 다른 축복인데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지난 2주 그리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네팔 상황도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다. 20일 공포된 새 헌법은 불과 며칠 만에 축제에서 새로운 고통의 산물이 된 형국이다. 물론 이것이 새 헌법이 잘못되어서라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네팔 남부의 시위에 외세인 인도가 보이지 않는 무력을 행사한 일 때문이다. 네팔 남부 주민과 인도 정부가 손잡고 벌이는 새 헌법 반대운동은 인도정부의 국경봉쇄로 이어졌다.
그리고 지난 3일 인도정부는 모든 국경에 국경봉쇄를 풀라고 했지만 사실은 자신들의 구미에 맞게 봉쇄를 푼 것이다. 그것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판매하는 물자의 네팔진입만을 허용하고 정작 네팔인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가스나 유류의 진입은 막았기 때문이다. 주유소에 늘어선 차량과 오토바이 행렬이 여전히 많다. 네팔인들의 고통은 거리에서 수시로 느껴지고 있다.
이에 네팔인들은 격분하고 있다. 최근 스피커를 단 방송차량이 시내를 돌며 인도의 봉쇄조치를 비난하는 방송을 하기도 하고, 시인들이 모여 인도 정부를 비난하는 시 낭송회를 열기도 했다. 이제 곳곳에서 반인도 시위를 벌이는 장면도 목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