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와 교과서를 겨냥해 '때아닌 색깔론'과 흑색선전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여당이 중·고교 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바꾸면서 벌이는 일이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이런 불안의 진원지가 정부 중책을 맡은 인사들이라서 더 심각하다. 하지만 이들의 발언은 대부분 사실과 다른 '엉뚱한 내용'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15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정진후 의원(정의당)과 유기홍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조사한 자료와 기자가 가진 자료를 종합해본 결과다.
다음은 해당 인사들의 발언과 이를 바로잡는 내용이다.
박근혜 대통령
"고교생 응답자의 69%가 6·25를 북침이라고 응답한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교사가) 교육현장에서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 (중략) 한탄스럽게도 학생들의 약 70%가 6·25를 북침이라고 한다는 것은 교육현장의 교육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이 아닌가 생각한다."(2013년 6월 17일)☞바로잡기
이 같은 조사 결과가 나온 까닭은 '학생들이 역사를 잘못 배웠기 때문이 아니라 국어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다. 실제로 국가보훈처가 2004년 초중고생 4000명으로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남한이 북침을 했다'는 답변은 0.7%였다. 교육전문신문인 <교육희망>이 2013년 6월 19일 서울지역 중고교생 1499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도 '남한이 전쟁을 일으켰다'는 답변은 3.3%였다.
황교안 국무총리
"(검인정 교과서가) 북한에서 주장하는 주체사상을 무비판적으로 게재했다."(13일, 국회 대정부 질의 답변)☞바로잡기
기존 8개 역사 교과서를 분석한 결과 단 한 곳도 주체사상을 비판 없이 실은 곳은 없었다. 금성 출판사는 "주체사상은 반대파를 숙청하는 구실 및 북한 주민을 통제하고 동원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었다"라고 적었다. 나머지 교과서도 비슷한 비판 내용을 담았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
"정부 수립 당시에 이념대립에 어려움이 있으니까 그때 이승만 대통령께서 국정으로 하셔서 틀을 잡으셨어요."(2014년 9월 28일, KBS<일요진단>)☞바로잡기
국사편찬위가 운영하는 <우리역사넷> 사이트를 보면 1948년 이승만 정부부터 1973년까지 줄곧 중·고교 역사 교과서는 검정제였다. 우리 역사에서 국정제는 1974년 박정희 정부가 첫 번째로 전환했고, 2015년 박근혜 정부가 두 번째로 전환하는 것이다.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
"한동안 '대한민국 수립'으로 (교과서에) 되다가(쓰다가) 몇 년 전부터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됐다."(12일, 국정교과서 발표 기자회견에서 '건국절' 논란에 답하며)☞바로잡기
김 위원장 자신이 연구진으로 참여한 1982년 중학<역사> 교과서도 소단원 제목이 '대한민국 정부의 수립'이었다. 본문 내용도 "이승만을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하고, 이어서 8월 15일 광복 기념일을 맞이하여 민주 공화국으로서의 대한민국 정부의 수립을 내외에 선포하였다"고 적었다. 몇 년 전부터 '대한민국 정부수립으로 됐다'고 했지만 이미 33년 전에도 그렇게 되어 있었다.
김재춘 교육부 차관
"(현행 <한국사> 교과서가) 북한에 대해서 독재라는 표현은 2번, 남한에 대해서는 24번이나 사용했다."(12일, 국정교과서 발표 기자회견)☞바로잡기
우선 8종의 교과서가 남한에 대해 독재란 표현을 24번 사용한 것은 맞다. 하지만 북한에 대해 '독재'라는 말보다 더 심한 표현인 '세습체제', '우상화', '개인숭배', '독재·권력독점', '유일 지배체제' 등의 말은 119번을 썼다. 이 가운데 정부와 여당이 옹호해준 교학사 교과서에 실린 숫자는 13개였다. 전체교과서 평균 15개보다도 적은 것이다.
이와 같은 발언들에 대해 정진후 의원은 "교과서를 읽어보기나 하고 '좌편향' 운운하는 것이냐"면서 "뻔뻔한 거짓말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기홍 의원도 "기존 검정교과서가 '친북 편향'이란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