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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연수구 송도동에 있는 해양경비안전본부(아래 해경본부)를 세종시로 이전키로 했다. 인천시를 비롯해 인천지역 제 정당, 시민사회단체, 경제단체는 한목소리로 인천 존치를 주장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행정자치부는 해경본부를 국민안전처 등과 함께 세종시로 이전하겠다고 14일 밝혔다. 이전 결정에 앞서 지난 7일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 37개가 구성한 범시민대책위는 시민궐기대회를 열어 거세게 반발했다. 이 같은 반발에 행자부는 "이미 결정된 사안"이라고 일축했다.

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16일이 정부가 이전 여부를 관보에 게시하는 날이라 내심 반전에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미국으로 출국 전 '이전'을 결재한 뒤 출국한 것으로 분석된다.

행자부는 16일 대통령 고시와 함께 관보에 게재해 해경본부(280명)를 비롯해 국민안전처(1038명), 인사혁신처(305명), 소청심사위원회(34명), 정부청사관리소(208명) 등 4개 기관(1585명)을 세종시로 이전하는 절차를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행자부는 인천 시민의 반발과 중국어선 불법조업 문제,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남북 간 대치와 긴장 등에 대한 현장대응 악화 우려에 대해서는 "해경본부 이전에 따른 대응책을 이미 마련했다"며, 해경본부가 '헤드쿼터(본부)'의 역할을 하고, 해상치안은 중부해양경비본부가 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해경본부를 세종시로 이전키로 하면서 유정복 시장이 강조했던, '힘 있는 시장'은 집권 2년 차에 더욱 맥이 풀리게 됐다.

이번에 진행된 '해경본부 인천존치 범시민운동'은 사실상 인천시가 주도한 '관제데모'나 다름없었다. 여기에 시의회는 물론이거니와 인천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까지 힘을 보탰다. 그리고 시민사회단체 진영에서도 진보와 보수를 망라한 단체가 대부분 대책위에 참여했고, 심지어 경제단체까지 참여해 존치를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천시는 이전을 막지 못했다. 대책위는 줄곧 인천 출신 여권 핵심인사에게 존치를 요청했다. 그런데 무산 됐다. 해경본부 인천존치 무산은 향후 인천시와 여권 인사에 대한 비난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유정복 시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대표적인 '친박'인사다. 그리고 이번 미국 방문에 동행한 윤상현 정무특보(인천 남구을 국회의원)은 박 대통령을 누나라고 부를 정도로 가깝다. 황우여 사회부총리는 연수구를 지역구로 둔 5선 국회의원이다. 그런데도 이를 막지 못했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는 형국이다.

유정복 시장은 이를 의식한 듯 15일 오후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전을 막기엔 역부족 이었다"며, 정부 결정에 유감을 표명했다. 유 시장은 인천시청 기자실을 방문해 "여러 방면으로 노력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유 시장은 "오전 청와대에 인천 지역 민심을 전달했지만, 해경본부 이전을 되돌리기에는 현 상황에서 어렵다는 답을 들었다. 최근 행자부 장관이 인천을 찾았을 때 해경본부 이전과 관련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겠다'는 말을 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게 나왔다"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인천 여권 핵심인사로 '무산책임론' 확산

▲ 인천에 있는 해양경비안전본부는 세종시로 이전이 확정됐다. 청와대는 미국 출국 전 결재를 한 것으로 파악 된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세종시 이전이 확정되자, 15일 오후 청와대 정무특보를 맡고 있는 윤상현 국회의원의 인천 남구 학익동 사무실 앞에서 농성에 돌입했다.
▲ 인천평화복지연대 ▲ 인천에 있는 해양경비안전본부는 세종시로 이전이 확정됐다. 청와대는 미국 출국 전 결재를 한 것으로 파악 된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세종시 이전이 확정되자, 15일 오후 청와대 정무특보를 맡고 있는 윤상현 국회의원의 인천 남구 학익동 사무실 앞에서 농성에 돌입했다.
ⓒ 김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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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시장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해경본부 인천존치 무산 소식이 전해지자 유 시장과 인천의 여권 인사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인천시와 함께 존치를 주장했던 야권과 시민사회는 '정부결정 철회'를 주장하는 동시에 인천시와 여권 인사를 거세게 비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홍영표 인천시당위원장은 "국정 감사에서 박남춘 의원이 밝힌 바에 의하면 해경본부이전은 행자부 장관 권한 밖으로 밝혀졌다. 박 의원이 행자부 장관에게 철회를 요청했더니 '대통령이 결정한 문제여서 장관이 어쩔 수 없다'고 답했다"며, 유 시장과 여권 인사에게 책임을 물었다.

홍영표 시당위원장은 "인천 여권에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의 힘 있는 유정복 시장, 이학재 국회의원, 그리고 이전 문제 당사자인 황우여 부총리, 윤상현 정무특보가 있다. 그동안 무엇을 해왔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쓴소리를 했다.

해경본부 이전이 확정되자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청와대 정무특보를 맡고 있는 윤상현 국회의원 남구 학익동 사무실 앞에서 '이전철회'를 촉구하는 농성에 돌입했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윤상현 국회의원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인천평화복지연대 신규철 정책위원장은 "윤상현 국회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동행할 정도로 최측근이다. 그리고 청와대 정무특보를 맡고 있다. 누구보다 박 대통령에게 인천의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결국 인천을 저버렸다.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그 책임을 묻게 할 것이다"고 한 뒤 "윤상현 의원이 직접 해명할 때까지 농성을 전개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힘 보탰던 시민사회도 '당혹', 정치 쟁점 부상 전망 

해경본부 인천존치가 무산 되면서 존치를 주창했던 시민사회도 예상 밖의 결정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인천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오승한 사무처장은 "일단 유감이다. 시장부터 여야 국회의원, 인천의 진보와 보수가 총출동해 힘을 모았기 때문에 반전을 기대한 게 사실이다. 막상 이렇게 결정되고 보니 준비가 늦었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한 뒤 "해경이 또 독립적인 해양수산부 외청에서 국민안전처 산하 본부로 위상이 격하되면서 이전을 막는 데 근거가 부족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해경 이전에 대한 비판은 인천시로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김송원 사무처장은 유정복 시장의 '힘 있는 시장'론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김송원 사무처장은 "해경본부 인천존치는 단순히 해경을 인천에 잔류시키는 것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인천의 여야와 진보와 보수가 말 그대로 모두 유 시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힘 있는 시장'에게 힘을 더 실어줬는데도 유 시장은 해경본부를 지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런 뒤 "인천시민은 '힘 있는 시장'에 거는 기대가 크다. 그리고 인천의 각종 현안 사안은 정부를 상대로 하고 있다. 해경본부 존치무산은 '힘 있는 시장'의 현실을 보여준 것이나 다름없다. 향후 정부를 상대로 한 유 시장의 '힘 있는 시장'론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고, 또 총선에서 책임문제가 쟁점으로 부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해경본부, #유정복, #박근혜, #황우여, #윤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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