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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불
와불 ⓒ 이상옥

       벌떡 일어나면 새 세상이 열린다고

        하지만

        오늘도 미동도 않으시네
                       -이상옥의 디카시 <운주사 와불>

지난 주말 전남 화순 운주사를 찾았다. 가을은 사람을 어디든 떠나게 만든다. 그만큼 가을 풍치가 아름답다. 역시 단풍이 물들어가는 가을 사찰 여행은 압권이다. 어떤 사찰이든 창건 스토리가 있지만, 운주사 스토리텔링은 더욱 풍성하다. 운주사는 영귀산(일명 천불산)이라고 일컬어지는 산에 자리하고 있다.

운주사 천불 천탑

운주사는 단연 천불 천탑으로 유명하다. "천불산 운주사에는 절 좌우 산에 석불·석탑이 각 일천 기씩 있고 두 석불이 서로 등을 대고 앉았다"는 조선 지리지 <동국여지승람>의 기록처럼, 아직도 운주사에는 석불과 석탑들이 즐비하다.

그것도 대웅전 같은 곳에 있는 불상과는 달리 운주사의 석불은 야외에 모셔져 있어 이채를 띤다. 운주사에 석불이 많은 것은 권력의 횡포에 고통 받는 민중들의 새로운 세상 도래의 염원과 관련이 있다고 믿기도 한다. 이와 관련한 다양한 에피소드가 있지만, 역시 압권은 와불의 스토리텔링이다.

 운주사 석불은 야외에 모셔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 모습도 특별하지 않은 필부의 얼굴 같다.
운주사 석불은 야외에 모셔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 모습도 특별하지 않은 필부의 얼굴 같다. ⓒ 이상옥

 운주사에는 석탑도 여기저기 산재해 있다.
운주사에는 석탑도 여기저기 산재해 있다. ⓒ 이상옥

운주사 와불은 남성과 여성 두 기의 석불이 하늘을 정면으로 보고 누워 있는 형상이다. 통일신라 말기 도선국사가 운주사 천불 천탑을 하룻밤 사이에 세우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예언을 믿고, 하늘에서 선동선녀를 불러 탑과 불상을 세우기 시작했다.

두 기의 석불이 와불로 남아

마지막으로 두 불상만 일으켜 세울 일만 남았는데, 그만 지친 상좌가 꾀를 내어 닭 울음소리를 내자 날이 새는 줄 안 선동선녀가 하늘로 올라가 버려서 두 기의 석불이 와불로 남았다는 전설이다. 도선국사는 뜻을 이루지 못했으나, 와불이 일어나면 새로운 세상이 온다는 믿음은 아직까지 전승되고 있다.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천지개벽 사상이 유포되는 듯하다. 와불이 벌떡 일어나면 유토피아 세상이 올 것으로 기대하지만, 백일몽에 불과한 것임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런 얘기가 실감 있게 이어져 오는 것은 그만큼 현실이 팍팍하다는 방증이 아니겠는가.

전남도와 화순군이 현재 운주사 석불석탑(석불 101구, 석탑 22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덧붙이는 글 |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이제는 채호석 교수가 쓴 <청소년을 위한 한국현대문학사>(두리미디어, 2009)에 새로운 시문학의 한 장르로 소개되어 있을 만큼 대중화되었다. 디카시는 스마트폰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날시)을 순간 포착(영상+문자)하여, SNS 등으로 실시간 순간 소통을 지향한다



#디카시#운주사#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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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으며, 베트남 빈롱 소재 구룡대학교 외국인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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