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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국정교과서를 주도하는 핵심 인물들이 과거 교학사의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대표집필자이거나 지지자로 활동했던 경력이 드러났다. 교학사의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는 '친일·독재 미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이에 따라 "국정교과서에서 친일독재 미화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황교안 국무총리와 황우여 사회부총리(교육부장관)의 발언은 더욱 근거가 약해지게 됐다.

현재 2017년 배포를 예고한 국정 역사교과서를 주도하는 인물 중 핵심인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한국사학),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2013년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파동 당시 뚜렷하게 교학사 교과서 쪽에 섰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교과서 제작을 주도하거나 공개적인 지지활동을 벌였다.

2013년 교육부 검정을 통과한 교학사 교과서는 명성황후 시해에 가담한 일본인의 글을 싣거나 박정희 전 대통령을 미화해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란 지적을 받았다. 이에 따라 이 교과서를 단독 채택한 고교는 전국 2375개교 가운데 2개교에 그쳤다.

2013년 권희영·김정배·김무성의 행보

지난 9월 7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1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12차 애국 포럼-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정답이다'에서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주제발표하는 권희영 교수 지난 9월 7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1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12차 애국 포럼-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정답이다'에서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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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JTBC, KBS 토론회에 잇달아 패널로 나와 국정교과서의 필요성을 강하게 밝히고 나선 권희영 교수는 교학사 교과서의 대표집필자다. 권 교수는 지난 15일 KBS의 한 라디오프로그램 인터뷰에서도 "한국 역사학계의 90% 정도는 좌편향일 것"이라면서 "균형 잡힌 (국정) 교과서라고 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적 헌법 가치에 충실한 사람들로서 구성돼야지만 균형 잡힌 교과서"라고 국정 교과서의 방향을 제시했다.

교육부장관과 함께 국정교과서 집필진을 선정하는 등 제작 책임을 지게 될 국사편찬위의 김정배 위원장 또한 당시 교학사 교과서 지지 활동을 벌였다.

김 위원장은 2013년 9월 11일 '역사교육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낸 '교학사 비판 중단' 성명서에 21명의 인사와 함께 이름을 올렸다. 이 성명서는 "야당 국회의원까지 나서서 교학사 교과서의 필자들을 표적 감사하는 기이한 사태까지 벌어졌다"면서 "필자들의 역사관이 지난 10여 년간 우리 역사 교과서 집필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해온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을 문제 삼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임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국사편찬위원회의 김정배 위원장 이 지난 1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브리핑실에서 '올바른 교과서'라고 명칭을 한 한국사 국정교과서 행정예고 발표를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 "이자리 답변할 바 아니다" 연발 국사편찬위원회의 김정배 위원장 이 지난 1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브리핑실에서 '올바른 교과서'라고 명칭을 한 한국사 국정교과서 행정예고 발표를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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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친 친일부역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김무성 새누리당 당 대표도 기존 검정교과서에 대한 색깔론을 제기하며 국정교과서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김 대표 또한 2013년 9월 '새누리당 근현대 역사 교실'을 만든 바 있다. 그는 교학사 교과서 집필자인 이명희 공주대 교수를 불러 강연을 듣는 등 교학사 교과서에 힘을 실어줬다.

그해 9월 11일 강사로 나온 이 교수는 김무성 의원 앞에서 "현재 좌파 진영이 교육계와 언론계의 70%, 예술계의 80%, 출판계의 90%, 학계의 60%, 연예계의 70%를 각각 장악하고 있다"고 말해 여론의 역풍을 맞은 바 있다. 이날 김 의원은 강연을 들은 뒤 "(교학사) 교과서를 만드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을 수 있고, 실수를 교정하는 기회가 됐으므로 교과서가 알찬 모습으로 학생들에게 다가갈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대놓고 친일·독재 미화는 못해도 은폐는 할 것"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이 주도하는 새누리당 근현대 역사교실이 지난 2013년 12월 1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제10강 '대한민국 역사 교육,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를 끝으로 종강됐다. 김 의원이 강의가 끝난 후 마지막 강연자인 강규형 명지대 교수와 악수하고 있다. 왼쪽은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 새누리당 근현대 역사교실 종강 세미나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이 주도하는 새누리당 근현대 역사교실이 지난 2013년 12월 1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제10강 '대한민국 역사 교육,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를 끝으로 종강됐다. 김 의원이 강의가 끝난 후 마지막 강연자인 강규형 명지대 교수와 악수하고 있다. 왼쪽은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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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교학사 교과서를 지지하거나 주도한 이들이 다시 국정교과서 세몰이에 나선 것에 대해 역사교육계에서는 '리멤버 교학사 행동'이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김육훈 역사교육연구소 소장(서울 독산고 교사)은 "국정교과서를 주도하는 세력들이 명시적으로 친일·독재를 미화하지는 못할 것으로 본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박근혜 정부가 만든 2015 역사 교육과정에서 보듯 독립운동사를 줄이고 건국절을 내세우는 방식 등으로 친일과 독재 활동을 은폐할 것으로는 확실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황우여 교육부장관은 18일 오전 방영된 KBS의 <일요진단>에 출연해 "국정교과서도 친일이나 독재를 미화하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다"면서 "만약 그렇게 된다면 큰일 날 것"이라고 말했다.

○ 편집ㅣ이병한 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 <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국정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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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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