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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수를 하고 있는 최종우씨
 추수를 하고 있는 최종우씨
ⓒ 이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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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가장 소중한 국민의 주곡 벼 바심(벼베기의 사투리)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충남 예산군에서 가장 넓다는 고덕면 구만뜰, 황금빛으로 일렁이는 들판이 한 칸씩 지워지고 있다. 바라만 봐도 넉넉해지는 저토록 아름다운 풍경이 또 있을까.

올해도 풍년이긴 한데...

13일 구만뜰 초입에는 최종우(56)씨 부부가 벼 바심을 하느라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낫으로 벼를 베던 몇십 년 전만 해도 들판에 농민들이 한가득 들어서서 노랫가락이 나왔지만, 이제는 콤바인이 순식간에 벼를 베어 알곡을 털고 짚은 썰어서 논바닥에 내고 있다.

기계 없이는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세상이 돼버린 것이다. 4조식 콤바인이 하루에 20마지기(4000평)를 바심한다고 하니 수십 명 품을 해치우는 셈이다.

올해 작황이 어떠냐는 물음에 최씨는 "마지기당 600㎏ 왔다 갔다 한다, 작년보다는 조금 못하지만, 올해도 풍년이다"고 말한다.

작년에는 1마지기(200평)당 680㎏을 수확했다고 한다. "비가 덜 와서 작년보다 (수확량이) 조금 떨어진 것 같다, 수리시설이 잘돼 논바닥이 흥건해도 비가 오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한다.

벼농사만으로 가계 운영을 할 수 있느냐고 묻자 "50마지기(1만 평)를 짓고 있는데 이것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고 부부가 입을 모은다. 과수원 농사가 본업이고 벼농사는 부업이란다.

예산군 신암면 별 2리에서 만난 이동구(79)씨도 13마지기 논에 바심을 하고 있다. 이씨는 교사로 정년 퇴임 뒤, 고향에서 농사로 소일하며 노년을 보내고 있다.

"한 마지기에 겨우 70만 원(조수익) 나오는데 기곗값, 인건비 등등 빼고 나면 남는 게 없어, 논농사야 기계가 다 하니까 그냥 짓는 거여"하며 헛웃음을 짓는다.

올해도 풍년이라고 한다. 하지만 황금 나락을 거둬들이는 농민들 가슴엔 헛헛함이 가득하다. 국민의 생명창고를 지키고 있는데 품삯에도 못 미치는 농사를 붙들고 있기 때문이다. 해마다 풍년이 들었는데도 정부는 국민이 먹을 밥쌀용 쌀까지 수입하고 있으니, 풍년가가 근심가로 바뀌고 있는 것이 농촌의 실상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무한정보신문>과 인터넷신문 <예스무한>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쌀 추수#벼 바심#쌀값#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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